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
[국외이송약취·피약취자국외이송]〈베트남 여성의 자녀 약취 사건〉[공2013하,1399]
【판시사항】
[1] 미성년자약취죄,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구성요건 중 ‘약취’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및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 해당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와 미성년 자녀의 부모 일방에 대하여 자녀에 대한 약취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
[2] 베트남 국적 여성인 피고인이 남편 갑의 의사에 반하여 생후 약 13개월 된 자녀 을을 주거지에서 데리고 나와 약취하고 베트남에 함께 입국함으로써 을을 국외에 이송하였다고 하여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행위를 약취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 제288조 제3항 전단[구 형법(2013. 4. 5. 법률 제117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 제289조 제1항에 해당한다]의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어떤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 그 경우에도 해당 보호감독자에 대하여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그 행위가 위와 같은 의미의 약취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그 미성년자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켰다고 볼 수 없는 행위에 대하여까지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문언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나간 행위가 약취죄의 ‘약취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우선 폭행, 협박 또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를 범인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겼는지, 그로 말미암아 다른 공동친권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인 유아를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그의 이익을 침해하였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나갔다면,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겼다고 보아야 함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친권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감호 및 재산관리를 적절히 함으로써 그의 복리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민법 제909조에 의하면, 친권은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부모 일방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고(제2항, 제3항), 이혼하려는 경우에도 상대방과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친권행사를 배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제4항). 따라서 공동친권자인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유아를 데리고 공동양육의 장소를 이탈함으로써 상대방의 친권행사가 미칠 수 없도록 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친권자의 유아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민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유아로서도 다른 공동친권자로부터 보호·양육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강요당하게 되어 유아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게 될 것이므로 그 점에서도 위법성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부모의 일방이 유아를 임의로 데리고 가면서 행사한 사실상의 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적이라고 할 것이며, 특히 장기간 또는 영구히 유아를 데리고 간 경우에는 그 불법성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 베트남 국적 여성인 피고인이 남편 갑의 의사에 반하여 생후 약 13개월 된 아들 을을 주거지에서 데리고 나와 약취하고 이어서 베트남에 함께 입국함으로써 을을 국외에 이송하였다고 하여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을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행위는 어떠한 실력을 행사하여 을을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킨 것이라기보다 친권자인 모(모)로서 출생 이후 줄곧 맡아왔던 을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에 해당하여, 이를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을을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긴 약취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287조, 제288조 제3항, 구 형법(2013. 4. 5. 법률 제117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7조, 제289조 제1항(현행 제288조 제3항 참조), 민법 제909조 [2] 구 형법(2013. 4. 5. 법률 제117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7조, 제289조 제1항, 제2항(현행 제288조 제3항 참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4437 판결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011 판결(공2008상, 341)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3816 판결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상 고 인】검사
【변 호 인】변호사 김용직 외 3인
【원심판결】대전고법 2010. 10. 8. 선고 2010노3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절도 부분을 파기한다.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 제288조 제3항 전단[구 형법(2013. 4. 5. 법률 제117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 제289조 제1항에 해당한다]의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어떤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3816 판결 등 참조).
한편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011 판결 등 참조), 그 경우에도 해당 보호감독자에 대하여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그 행위가 위와 같은 의미의 약취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그 미성년자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켰다고 볼 수 없는 행위에 대하여까지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문언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 부모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면, 그 행위가 보호·양육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령 이에 관하여 법원의 결정이나 상대방 부모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베트남 국적 여성인 피고인이 남편 공소외 1의 의사에 반하여 아들인 피해자 공소외 2를 국외에 이송할 목적으로 주거지에서 데리고 나와 약취하고 이어서 베트남에 함께 입국함으로써 피해자를 국외에 이송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피고인이 남편인 공소외 1과 헤어져 베트남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 때는 피해자가 태어난 지 만 13개월이 채 안 되었으므로 피해자에게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손길이 더 필요했던 시기인 점, ② 당시 피해자의 아버지인 공소외 1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없는 상황에서 공소외 1 혼자 피해자를 양육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던 점, ③ 피고인이 아들인 어린 피해자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것이 오히려 친권자의 보호·양육의무를 방기하는 행위로서 더 비난받을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점, ④ 피해자가 비록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서 양육되고 있기는 하나 그곳은 피해자의 외가이므로 피해자가 한국에서 어머니인 피고인 없이 양육되는 것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공소외 1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있으나 피해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어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베트남 국적의 여성으로서 2006. 2. 16. 공소외 1과 혼인하고 같은 해 4. 30. 입국한 후 2007. 8. 12. 아들 공소외 2를 출산하여 천안시 두정동 소재 주거지에서 거주하며 공소외 1과 공동으로 공소외 2를 보호·양육하여 온 사실, ② 당시 공소외 1은 직장에 다녔고 피고인이 가사를 전담하였기 때문에 공소외 2에 대한 현실적인 보호·양육을 주로 피고인이 맡아왔던 사실, ③ 피고인은 2008. 8. 30. 수원의 친구에게 놀러 갔다가 늦어져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날 귀가하였는데 화가 난 공소외 1로부터 며칠 동안 집을 나가라는 말을 듣고, 공소외 1이 자신을 이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 데다 국내에는 마땅히 찾아갈 곳이 없어 생후 약 13개월 된 공소외 2를 데리고 친정인 베트남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사실, ④ 피고인은 2008. 9. 3. 공소외 1이 직장에 출근한 사이 공소외 2를 데리고 집을 나와 항공편으로 출국하여 베트남 친정으로 떠났고, 공소외 2를 데리고 가기 위하여 공소외 1 측에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실력행사를 하지 아니한 사실, ⑤ 피고인은 공소외 2의 양육비를 벌기 위하여 공소외 2를 베트남 친정에 맡겨 둔 채 2008. 9. 17. 다시 우리나라에 입국하였고, 그 사이 피고인의 부모 등이 공소외 2를 베트남에서 계속 보호·양육한 사실, ⑥ 한편 피고인은 2010. 5. 13. 공소외 1과 협의하여 피고인을 공소외 2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정하여 이혼하기로 하고 법원으로부터 그 의사를 확인받았는데, 피고인이 그때까지 공소외 1에게 공소외 2를 돌려주는 대가로 금전 등을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이를 협의이혼의 조건으로 내세운 적이 없었고, 협의이혼 후 공소외 2의 양육비도 피고인이 부담하기로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행위는 어떠한 실력을 행사하여 공소외 2를 평온하던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로부터 이탈시킨 것이라기보다 친권자인 모(모)로서 출생 이후 줄곧 맡아왔던 공소외 2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를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공소외 2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긴 약취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2의 이익이 침해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 없으나, 피고인의 행위가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원심판결 중 절도 부분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동시에 기소된 사건에 대하여 일부 유죄, 일부 무죄의 선고를 하거나 일부의 죄에 대하여 징역형을, 다른 죄에 대하여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판결 주문이 수 개일 때에는 그 1개의 주문에 포함된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여 일부상소를 할 수 있고, 이때 당사자 쌍방이 상소하지 아니한 부분은 분리 확정된다. 그러므로 경합범 중 일부에 대하여 무죄, 일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한 경우,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유죄판결 부분은 항소기간이 지남으로써 확정되어 항소심에 계속된 사건은 무죄판결 부분뿐이고(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4840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10985 판결 등 참조), 그에 따라 항소심이 심리·판단하여야 할 범위는 무죄판결 부분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절도,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제1심은 그 중 절도 부분에 대하여 유죄,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②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항소하지 아니하고, 검사만이 무죄 부분에 한하여 항소하였는데, 검사가 항소기간이 경과한 후 원심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는 위 항소 부분에 관한 항소이유 외에 항소하지 아니한 절도 부분에 대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까지 기재되어 있고, ③ 한편 원심은 검사가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한 것으로 보고 심리하여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에 대한 각 항소이유를 배척하고 판결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판결 중 절도죄에 관한 유죄 부분은 항소기간이 지남으로써 이미 확정되어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에 관한 무죄 부분만이 원심에 계속되게 되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무죄 부분만을 심리·판단하였어야 하고, 설령 검사가 항소이유서에 이미 확정된 유죄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를 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유죄 부분은 원심의 심리·판단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미 유죄로 확정된 절도 부분까지 다시 심리하여 판결로 이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으니, 원심판결 중 절도 부분에는 항소심의 심리·판단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절도 부분을 파기하고(다만 이 부분은 이미 확정되어 당초부터 원심의 심판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원심에 환송할 수 없고, 이 법원이 이를 파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국외이송약취 및 피약취자국외이송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대법관 김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종래 대법원은 여러 판결을 통하여 약취죄에서의 ‘약취행위’란 폭행, 협박 또는 그 이외의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범인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법리를 선언해 왔다.
다수의견 역시 이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도, 이 사건에서의 피고인의 행위는 유아인 피해자에 대한 보호·양육 상태를 계속 유지한 것일 뿐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피고인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긴 것이 아니어서 약취죄에서 말하는 ‘약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대법원이 선언해 온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에 있어서 ‘약취행위’의 개념이나 보호법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국가의 자국민에 대한 보호라는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하는 해석론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나. 앞서 본 법리에 의하여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나간 행위가 약취죄에 있어서의 ‘약취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우선 폭행, 협박 또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를 범인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겼는지, 그로 말미암아 다른 공동친권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인 유아를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그의 이익을 침해하였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1)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나갔다면,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겼다고 보아야 함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2) 친권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감호 및 재산관리를 적절히 함으로써 그의 복리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민법 제909조에 의하면, 친권은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부모의 의견이 일치하지 아니하거나 부모 일방이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고(제2항, 제3항), 이혼하려는 경우에도 상대방과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친권행사를 배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제4항).
따라서 공동친권자인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유아를 데리고 공동양육의 장소를 이탈함으로써 상대방의 친권행사가 미칠 수 없도록 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친권자의 유아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민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유아로서도 다른 공동친권자로부터 보호·양육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강요당하게 되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아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게 될 것이므로 그 점에서도 위법성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부모의 일방이 유아를 임의로 데리고 가면서 행사한 사실상의 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적이라고 할 것이며, 특히 장기간 또는 영구히 유아를 데리고 간 경우에는 그 불법성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수의견이 약취죄의 성립을 긍정한 행위 유형, 즉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 단독양육의 자녀를 탈취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옮긴 행위와 이 사건과 같이 상대방과 공동양육하는 자녀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단독 지배하에 옮긴 행위는, 양자 모두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같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에서 아동에 대한 부모의 단독 보호·양육 상태를 침해하는 행위와 공동 보호·양육 상태를 침해하는 행위를 모두 불법적인 아동탈취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 유형의 구별은 법률상 큰 의미가 없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행위 태양의 일부 비본질적인 차이점을 들어 두 유형의 행위를 형사법상 완전히 달리 취급하게 되는데, 이러한 결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3)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 즉 피고인이 남편인 공소외 1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생후 약 13개월 된 유아인 공소외 2를 친정인 베트남으로 데려간 행위가 약취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오로지 그것이 피해자인 공소외 2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이하 항을 바꾸어 살펴본다.
다.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베트남으로 데려간 행위는 공소외 2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보기에 충분하다.
(1) 공동친권자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고 다른 공동친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국내 거주지를 이탈하여 국외로 이전하는 행위는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그 자녀의 이익을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행위는 부모 쌍방에 의한 공동 보호·양육관계를 부모 일방에 의한 보호·양육관계로 바꾸는 데서 더 나아가 우리 국적을 가진 자녀가 언어, 풍습, 문화, 생활환경 등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 일방 부모의 보호·양육과 국내 일가친척과의 교류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정체성의 극심한 혼란 및 정서적 불안정 등 상당한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겪으면서 성장해야 하는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의 중대한 변경에 해당함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 다수의견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2 본인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판단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공소외 2에 대한 종전 보호·양육 상태의 유지 또는 계속이라는 측면을 애써 강조하고 있으나, 공소외 2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를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러한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베트남으로 떠난 얼마 후 공소외 2를 친정에 맡기고 재입국함으로써 종전의 보호·양육 상태를 계속 유지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그런 점에서 보면 공소외 2는, 비록 당시 부모인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의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직면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아버지인 공소외 1 측으로부터 종전의 거주지에서 보호·양육을 받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던 상태에서 부모도 없이 국적도 다른 외가 친척 측으로부터 외국에서 보호·양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훨씬 열악한 지경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의 결론이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 대신 피고인이 자녀를 현실적으로 보호·양육하여 왔다는 사정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라면 여기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자녀의 보호·양육에 있어 부모의 역할과 책임은 동등하게 평가되어야 하고 어느 한 쪽을 우위에 둘 수 없으며, 직업활동을 통하여 자녀의 보호·양육을 위한 경제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인 육아 활동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부모 중 육아를 직접 담당한 사람의 보호·양육권이 상대방의 보호·양육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듯한 접근 방식은 양성평등의 이념과 가치에 따라 부모가 공동으로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한 법정신에 반한다.
부모는 누구라도 자녀를 자신의 전유물로 여겨서는 아니 되고, 자녀의 신체적·인격적 성장과 보호를 위하여 무엇이 최선인지를 자신이 아닌 자녀의 처지에서 살펴보아야 하며, 자녀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친권이 양보되어야 한다면 이를 감수하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를 공동친권자로 정한 것은 서로 뜻을 모아 자녀의 성장과 보호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므로, 어느 일방이 상대방의 견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사나 선택만이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강제적으로 실현하여서는 아니 된다. 자녀의 양육에 관하여 부모의 의견이 다르다면 서로 협의를 통하여 바람직한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고,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결정 절차를 통하여 자녀의 권익을 중심으로 부모와 자녀 모두의 이익이 조화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협의 및 가정법원의 결정 절차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공동친권 행사가 불가능할 때에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할 것이며, 부모 중 일방이 이를 무시하여 자녀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과나 우려를 낳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적절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함부로 주관적·개인적인 판단에 의하여 자녀의 복리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라. 덧붙여 국제결혼에 의한 다문화가정이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도 이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잇달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반하여 상대방 몰래 자녀를 데리고 출국해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법령이 정한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한 채 우리 국민을 외국으로 데리고 간 위법한 행위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다수의견의 결론대로라면 그러한 명백한 위법행위를 제지할 아무런 법률상 방도가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절도 범행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설령 공소외 1이 피고인과 공소외 2의 주거 이탈 사실을 알고 출국 전에 경찰 등에 신고하여 도움을 청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나버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일단 자녀가 외국으로 떠나버린 다음에는 자녀를 되찾아올 실효성 있는 방안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법원에서 자녀의 인도를 명하는 민사재판 또는 가사재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외국에서 그 재판을 집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고, 우리나라가 근래 가입한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 등 국제조약에 의한 구제도 조약 가입국이라는 제한된 범위의 국가에 대해서만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이 국민 일반의 정서와 법감정에 현저히 반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뿐 아니라 이는 부모 중 일방이 아동에 대하여 공동으로 행사되는 양육권(rights of custody)을 배제하고 다른 국가로 아동을 이동하는 행위를 아동의 복리(interests of children)에 대한 침해행위로서 불법적(wrongful) 행위로 간주하는 위 협약에 명백히 배치되는 것으로서, 국제법적인 아동 보호 기준에도 위배된다.
이렇듯 다수의견의 결론은 다문화가정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그 제도적 정착과 사회적 배려를 이끌어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가로 하여금 자국민의 보호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조차 다하지 못하게 하는 해석론으로 이어지게 되어 동의할 수 없다.
마. 위와 같은 법리를 근거로 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인 공소외 2를 피고인 또는 제3자의 지배하에 옮기고, 이로써 공소외 2를 종전의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그의 이익을 해함과 아울러 공동친권자인 공소외 1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288조 제3항(구 형법 제289조 제1항, 제2항에 해당한다)의 국외이송약취죄와 피약취자국외이송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과 같이 부모의 일방이 다른 상대방 부모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평온한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에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아 부모에 의한 미성년자약취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이상,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뒤에서 지적하고 있는 여러 약취 관련 범죄들에 관한 법정형 등에 대한 논의는 양형에 관련한 사유에 불과하고, 미성년자를 일방적으로 국외에 데리고 간 행위의 국외이송약취죄 등에 대한 구성요건해당성을 부정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나머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국외이송약취죄 또는 피약취자국외이송죄의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파기환송함이 상당하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병대, 대법관 박보영, 대법관 김소영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반대의견은, 우선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자녀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자신의 단독 지배하에 옮긴 행위가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않고 상대방의 유아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 단독양육의 자녀를 탈취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옮긴 행위와 본질이 같으므로 그 행위가 약취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오로지 그것이 자녀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고, 나아가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고 다른 공동친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국내 거주지를 이탈하여 국외로 이전하는 행위는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그 자녀의 이익을 심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며, 이에 덧붙여 국제결혼에 의한 다문화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반하여 상대방 몰래 자녀를 데리고 출국해버리는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사건 결론이 우리 사회, 특히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의 현실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생각할 때, 반대의견이 밝힌 우려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형법의 본질,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한 행위의 형법적 의미를 판단함에 있어 그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구체적인 태양과 유형,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 자녀의 상태 등을 깊이 고려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가족관계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자녀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상대방 부모의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고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변경을 가져왔다는 이유에서 부모에 대한 국외이송약취죄 등의 성립을 넓게 긍정하려는 해석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나아가 형사정책적 측면에 관한 반대의견의 견해는 다수의견의 취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거나 형법 해석의 관점에서는 정당한 비판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나. 먼저 형법의 본질,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1) 법규범으로서 형법의 본질과 임무는 사회의 존립과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기본가치를 보호하는 데 있고, 형법의 규율 대상은 다른 규범이나 사회적 통제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사회유해적 행위 또는 법익침해 행위에 한정된다. 법규범 중에서도 특별히 형법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수단을 부여한 취지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형법은 제287조, 제288조 등에서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를 두면서 그 구성요건행위를 ‘약취’라고만 규정하였는데, 위와 같은 형법의 본질과 그 규율 대상에 비추어 보면 형법상 ‘약취’라는 개념에는 그 자체로서 이미 중대한 사회유해적 행위 또는 법익침해 행위라는 법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약취(약취)의 사전적 의미는 ‘폭행이나 협박 따위의 수단으로 타인을 자기의 실력적 지배 아래 둠, 또는 그런 행위’로서, 일상적 용법에도 위와 같은 의미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정당한 보호·양육권을 가지고 있지 아니한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상대방 부모에 의한 종전의 평온한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이러한 행위가 사회의 기본질서와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것으로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는 데에 의문이 없다.
그러나 ‘정당한 보호·양육권자로서 종전부터 직접 자녀를 보호·양육하여 온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자녀를 데리고 사는 곳을 옮겨 그 보호·양육을 계속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상대방 부모와의 협의, 가정법원의 결정 등 가족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그 행위와 관련된 비난 요소의 거의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부모의 일방이 가족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하고 친권 또는 보호·양육권을 행사하였다고 하여 과연 사회의 존립과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기본가치를 침해하였으니 형법의 규율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 형법 체계는 이러한 행위를 적어도 약취죄로 파악하지는 아니하였다고 할 수 있다.
각급 법원에서 그동안 이러한 사안이 약취죄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고, 무엇보다 약취죄의 법정형은 이에 대한 입법자의 판단과 의사를 잘 보여준다.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서, 미성년의 자녀를 보호·양육하는 부모에 의해 범해질 수 있는 형법상의 다른 범죄, 예를 들어 제271조 제1항의 유기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273조 제1항의 학대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제274조의 아동혹사죄(5년 이하의 징역), 제275조 제1항 전문의 유기치상죄(7년 이하의 징역) 등은 물론,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 등으로 인한 아동복지법 위반죄(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3호 내지 제8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뚜렷이 높고, 또한 아동을 매매한 행위(다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매매는 제외)로 인한 아동복지법 위반죄(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1호, 제17조 제1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도 높다.
그리고 형법 제288조 제3항의 국외이송약취죄 또는 피약취자국외이송죄의 법정형은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구 형법 제289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의하면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서 일반 미성년자약취죄보다 현저히 높게 규정되어 있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성년의 자녀를 직접 보호·양육해 오던 부모의 일방이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자녀를 데리고 사는 곳을 옮겨 그 보호·양육을 계속한 행위는 설령 옮긴 곳이 외국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287조 등의 ‘약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나 관련 형사법의 전체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일 것이다.
반대의견은, 부모 중 일방이 상대방과 동거하며 공동으로 보호·양육하던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나갔다면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아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겼다는 점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법상의 ‘약취’는 그 자체로서 중대한 사회유해적 행위 또는 법익침해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므로, ‘약취’의 수단으로서의 ‘사실상의 힘’은 폭행 또는 협박에 준하여 형법의 규율 대상이 될 만한 불법성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약취죄에서의 ‘사실상의 힘’을 단순히 자연적·물리적인 개념으로 이해하여 ‘부모 중 일방이 유아를 국외로 데리고 간 모든 행위’에 약취죄에서 말하는 ‘사실상의 힘’이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보는 것은 형법의 본질, 입법자의 의도 또는 형사법의 전체 체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해석론이라 할 것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
한편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에서 아동에 대한 부모의 단독 보호·양육 상태를 침해하는 행위와 공동 보호·양육 상태를 침해하는 행위를 모두 불법적인 아동탈취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두 유형의 행위를 형법상 약취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도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취급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가정법원의 결정 등 가족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자녀를 국외로 데리고 가는 행위가 민사적 측면에서 그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은 위 국제조약의 성립 또는 발효와 관계없이 우리 민사법 체계 자체에서도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것이나, 그러한 행위가 형법상 약취죄라는 범죄를 구성하느냐의 문제는 민사적 측면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2) 형법은 추행·간음·결혼·영리, 노동력 착취·성매매·성적 착취·장기적출 또는 국외이송 등의 불법적인 목적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제288조(구 형법 제288조 제1항, 제3항, 제289조, 제291조에 해당한다)], 그러한 목적이 없는 경우에도 미성년자를 약취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처벌하고 있는데(제287조), 이는 심신의 발달이 충분하지 아니하고 생각과 경험이 부족한 미성년자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이를 위한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양육 상태의 유지라는 법익이 형법 규범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기본가치에 해당함을 천명한 것으로서,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입법 취지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보호법익으로서 미성년자의 자유와 안전 외에 보호·양육자의 보호·양육권을 인정하는 것 또한 그와 같은 보호·양육자에 의한 보호·양육 상태의 유지가 미성년자의 자유와 안전 보장을 위하여 중요하고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부모의 친권 또는 보호·양육권이 단순한 권리만이 아니라 자녀의 복리를 위한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점과 맥락을 같이한다.
형법 제31장의 약취죄를 범한 사람이 피해자를 안전한 장소로 풀어준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제295조의2)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궁극적인 보호법익은 미성년자의 자유와 안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미성년자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양육 상태의 유지라는 보호법익이 직접 침해되는 경우와 순수한 권리 측면에서의 부모의 보호·양육권 침해만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형법상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본질적인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다.
다. 다음으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그 자녀인 공소외 2의 이익이 침해되었는지와 관련하여 살펴본다.
(1) 앞에서 본 형법의 본질,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부모의 친권 또는 보호·양육권의 내용과 성격 등을 고려한다면,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이나 복리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단지 상대방 부모의 보호·양육권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성립을 부정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구체적 사안에서 부모 일방의 행위로 인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 또는 복리가 침해되었느냐 아니냐는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객관적인 기준과 판단 요소를 정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부모 일방의 행위 결과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이나 복리가 침해되었다거나 그 반대로 증진되었다는 것(예를 들어, 상대방 부모에 대한 금전, 체류자격 취득절차의 협조 등 부당한 요구의 수단으로 삼기 위하여 자녀를 데리고 간 경우라면 자녀의 이익이나 복리가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고, 친권을 남용하는 상대방 부모에 의해 학대받고 있는 자녀를 데리고 간 경우라면 자녀의 이익이나 복리가 증진되었다고 할 것이다)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이를 약취죄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아니하고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이나 복리를 침해하는 측면과 그 반대의 측면이 모두 존재하며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압도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한 결정적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이 공소외 2 본인의 이익이 침해되지 아니하였다고 본 원심 판단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은, 피고인의 행위를 무죄로 판단하기에 충분할 만큼 공소외 2 본인의 이익이 침해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반대 사정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지 의문스럽다는 취지에서이다.
(2) 한편 반대의견은, 부모 중 일방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고 상대방 부모의 의사에 반하여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국내 거주지를 이탈하여 국외로 이전하는 행위는 자녀의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에 중대한 변경을 가져오는 행위로서 그 자녀의 이익을 심히 침해한다고 보며, 부모 쌍방에 의한 공동 보호·양육관계가 부모 일방에 의한 보호·양육관계로 변경된다는 점, 자녀가 언어, 풍습, 문화, 생활환경 등이 전혀 다른 외국에서 상당한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정 또한 미성년 자녀의 이익 또는 복리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결정적이 아닌 상대적인 사유에 그치고, 그에 대한 반론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이 사건과 같이 부모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부모의 결별이 사실상 예정된 경우라면 피고인의 행위와 관계없이 부모 쌍방에 의한 양육관계가 어느 부모 일방에 의한 양육관계로 변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리고 외국에서의 생활이 반드시 미성년 자녀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인지는 쉽게 일반화할 수 없고, 자녀의 보호·양육에 관한 부모 쌍방의 태도, 경제적 여건을 비롯한 생활환경, 자녀의 나이와 특성, 가족 및 친족관계 등 여러 구체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2의 이익이나 복리가 침해되었음이 분명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공소외 2와 같이 우리나라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가 어머니 없이 우리나라에서 성장하는 경우를 전제할 때, 과연 외국에서 자랐다면 겪어야 했을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경험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특히 국제결혼을 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 그 자녀가 정체성 문제, 그 밖의 정신적·심리적 충격을 겪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 자라든 개별적인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자녀를 외국으로 데리고 간 부모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2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소외 2를 친정에 맡기고 혼자서 우리나라에 재입국하였다는 사정이 이 사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아니라고 본다. 피고인이 우리나라에 재입국한 이유는 공소외 2의 양육비를 벌고자 하였기 때문인데, 그동안 공소외 2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친정에 맡김으로써 피고인 나름대로 최선의 대리 양육자를 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양성평등의 원칙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취지가 육아를 직접 담당한 모(모)의 보호·양육권이 직업 활동을 통하여 생활비를 마련하는 부(부)의 보호·양육권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족마다 생활 형태와 육아의 방식이 다양한데 이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 피고인과 공소외 1의 구체적 생활 형태, 특히 공소외 2의 연령에 따른 보호·양육관계의 특성을 주로 고려하여 판단의 기초 중 하나로 삼은 것이다.
라. 마지막으로 형사정책적 측면과 관련하여 살펴본다.
(1) 우선 다수의견이 부모의 일방에 의한 상대방 부모의 보호·양육권 침해행위의 모든 유형에 대하여 약취죄의 성립을 부정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상대방 부모의 평온한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탈취하는 경우, 상대방 부모에 대한 부당한 요구의 수단으로 삼기 위하여 자녀를 데리고 가거나 그 밖에 보호·양육권을 남용함으로써 자녀의 자유와 안전, 복리 등을 침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에는 원칙적으로 약취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다수의견은 명확하게 판시하였다.
(2) 하지만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가 함께 동거하면서 보호·양육하여 오던 중 부모의 일방이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자녀를 데리고 사는 곳을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상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로 처벌할 수 없다.
국제결혼으로 형성된 다문화가정에서 외국인 부모가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우리나라 부모의 동의 없이 자녀를 데리고 출국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여 그러한 현상이 중대한 사회문제로 이어진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대의견의 우려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형법의 본질,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등을 고려한 원칙적 해석론을 채택함으로써 형법이 예정한 범위를 벗어난 가벌성의 확장 시도를 경계한 것으로서, 이에 대하여 위법행위를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조치로서 심각한 형사정책적 결함을 초래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형법 해석의 관점에서는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부모의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미성년 자녀를 국외로 데리고 나간 경우에 대해서는 그 행위에 합당한 처벌규정을 제정하고, 여권의 발급·제한과 출입국관리 등 관계되는 제도를 개선하며, 국제결혼 관련 국가와의 외교적 해결방안을 마련해 두는 등 반대의견에서 제기한 문제점의 시정과 해결을 위한 입법적·행정적 노력과 조치가 조속히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또한 촉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아니하고 형법의 원래 임무와 기능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법자와 전체 법체계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형법상 미성년자 관련 약취죄의 가벌성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동의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주심)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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