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공무원법위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전교조 시국선언 사건〉[공2012상,912]
【판시사항】
[1] 공무원인 교원이 집단적으로 행한 의사표현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및 그 판단 기준
[2] 교사인 피고인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들과 공모하여 2009년 1, 2차 시국선언과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를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구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행위가 같은 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라는 이유만으로 해산을 명하고 이에 불응하였다고 하여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공무원인 교원의 경우에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정신과 관련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헌법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인 교원이 감수하여야 하는 한계이다. 더구나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표현행위가 교원의 지위를 전면에 드러낸 채 대규모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것이 교육현장 및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한 평가가 요구된다. 따라서 공무원인 교원이 집단적으로 행한 의사표현행위가 국가공무원법이나 공직선거법 등 개별 법률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는 특정의 정치적 활동에 해당하는 경우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과 같이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그 행위는 공무원인 교원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헌법에 의하여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및 교원 지위의 특수성과 아울러, 구체적인 사안에서 당해 행위의 동기 또는 목적, 시기와 경위,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배경, 행위 내용과 방식,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계 여부 등 당해 행위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의 반대의견]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위반되는 행위가 되려면 우선 그것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 여기서 ‘공익에 반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포괄적·추상적·상대적이어서 법 집행기관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가 어려우므로, 그러한 측면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때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을 둔 취지도 이러한 제한해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 존재는, 당해 집단행위가 국민전체와 공무원 집단 사이에 서로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공무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를 초래하는 등 공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민주적·직업적 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라는 개념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을 둔 취지에 따른 내재적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가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는 또 다른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행위라 할 수 없다.
[2] [다수의견] 교사인 피고인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고 한다) 본부 및 지부 간부들과 공모하여, 2009년 정부의 정책과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내용의 제1차 시국선언(이하 ‘1차 시국선언’이라고 한다) 및 그에 뒤이어 표현의 자유 보장과 시국선언 탄압 중지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제2차 시국선언(이하 ‘2차 시국선언’이라고 한다)과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이하 ‘규탄대회’라고 한다)를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구 국가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공무원법’이라고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1, 2차 시국선언의 목적, 시기와 경위, 내용, 추진 방식과 그 영향 및 초·중등학교 교원 지위의 특수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위 행위는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낸 행위이고, 이는 공무원인 교원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의 반대의견] 1, 2차 시국선언은 유사한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는 과정에서 특정 사안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그 개선을 요구한 것이거나 그에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헌법이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며,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이는 시국선언의 주체인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나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공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민주적·직업적 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요컨대 피고인들이 1, 2차 시국선언에 관여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도 아니므로, 그 조항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1차 시국선언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같이 그 선언을 하게 된 동기가 정치적이고, 선언의 시점도 정치적 상황과 직접 연계되어 있으며, 선언문의 내용도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1차 시국선언에 대한 동참자의 결집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에 해당한다. 그러나 2차 시국선언은 주된 동기 내지 목적이 교사들에 대한 형사고발 또는 징계조치의 철회 요구에 있고, 그 외에 1차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 내용도 정부의 강경 대응과 교육정책 일반을 비판하고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여 줄 것을 촉구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2차 시국선언은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형사고발 또는 징계조치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통상적인 수준의 의사표현행위에 해당하므로,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로서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다수의견]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한 사전신고제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은, 그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하며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의 적법 여부가 문제되는 개별 사안에서 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것처럼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참조조문】
[1] 헌법 제7조, 제21조 제1항, 제31조 제4항, 국가공무원법 제57조, 제65조, 제66조 제1항, 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 제14조 제4항 [2] 형법 제30조,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구 국가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3] 헌법 제21조 제1항, 제2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20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22조 제2항, 제24조 제5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92. 2. 14. 선고 90도2310 판결(공1992, 1078)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960 판결(공2005상, 783)
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3헌바51, 2005헌가5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31, 936)
[3]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4 판결(공2008하, 1642)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공2011하, 2392)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83 전원재판부 결정(헌공86, 978)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피고인들
【변 호 인】변호사 강영구 외 9인
【원심판결】대전지법 2010. 5. 14. 선고 2010노61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들의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의 점
공소장일본주의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 하나만을 제출하여야 하고 그 밖에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원칙으로서( 형사소송규칙 제118조 제2항), 공소장에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의 사실로서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른바 ‘기타 사실의 기재 금지’로서 공소장일본주의의 내용에 포함된다. 공소장일본주의의 위배 여부는 공소사실로 기재된 범죄의 유형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에 공소장에 첨부 또는 인용된 서류 기타 물건의 내용, 그리고 법령이 요구하는 사항 이외에 공소장에 기재된 사실이 법관 또는 배심원에게 예단을 생기게 하여 법관 또는 배심원이 범죄사실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당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10. 22. 선고 2009도74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 기재 부분 중 피고인들이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피고인들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그와 같은 기재가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적시하여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실체판단에 나아간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공소장일본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의 점
(1)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근무하여야 할 책임을 져야 하는 특수한 지위에 있다. 따라서 공무원에게는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공무원의 직무는 공공성·공정성·성실성 및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헌법은 공무원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등을 보장하는 등 다른 일반 국민들과는 달리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이 제66조 제1항에서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공무원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공무원에 대하여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공무원의 집단행동이 공무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고, 이는 국민전체의 봉사자라는 공무원의 특수한 신분에서 나오는 의무의 하나를 규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7. 8. 30. 선고 2003헌바51 등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다만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그 존엄성을 지켜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이는 공무원에 대하여도 동일하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그 지위나 직무의 성질에 비추어 일반 국민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지만, 그 경우에도 공공성이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일률적·전면적으로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고, 제한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한계를 설정하여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와 그 제한에 의하여 보장하려는 공익을 서로 비교·형량하여야 하며,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어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제한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치고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따라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본문에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다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1항, 공무원 및 교원에게 요구되는 헌법상의 의무 및 이를 구체화한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및 직무전념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로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해석된다( 대법원 1992. 2. 14. 선고 90도2310 판결,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96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헌법은 제7조 제1항에서 공무원이 국민전체의 봉사자임을 규정하고, 이에서 더 나아가 제7조 제2항에서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 특정한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공무수행의 정치적 중립성에 영향을 주거나 줄 수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 헌법적 의무를 부담한다. 공무원의 정치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57조, 공무원의 선거운동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제60조 제1항, 제85조 제1항, 제86조 등은 모두 이를 구현하기 위한 규정들이다.
또한 헌법은 제31조 제4항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에 대한 정치적·당파적 개입과 지배를 배제하여 교육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기본원칙으로,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 교원은 정치적 세력 등에 의하여 교육의 본질에 어긋나는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그 신분이 보장되어야 하는 한편 그러한 영향을 거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의무도 함께 부담한다( 헌법재판소 1991. 7. 22. 선고 89헌가10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교원은 대립되는 사상과 정치관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편향적인 사상이나 정치관에 매몰되지 않고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여야 하며, 이러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원의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은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되고( 제6조 제1항),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제14조 제4항),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임을 확인하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비단 교육현장에서뿐만 아니라 교육현장 외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특히 아직 독자적인 세계관이나 정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아니하고 감수성과 모방성, 그리고 수용성이 왕성한 미성년자들을 교육하는 초·중등학교 교원의 활동은 그것이 교육현장 외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초·중등학교의 교원은 교육현장 외에서의 활동도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공무원인 교원의 경우에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위와 같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선언한 헌법정신과 관련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그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헌법에 의하여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인 교원이 감수하여야 하는 한계라 할 것이다. 더구나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표현행위가 교원의 지위를 전면에 드러낸 채 대규모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것이 교육현장 및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한 평가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인 교원이 집단적으로 행한 의사표현행위가 국가공무원법이나 공직선거법 등 개별 법률에서 공무원에 대하여 금지하는 특정의 정치적 활동에 해당하는 경우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과 같이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그 행위는 공무원인 교원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헌법에 의하여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무원 및 교원 지위의 특수성과 아울러, 구체적인 사안에서 당해 행위의 동기 또는 목적, 그 시기와 경위,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배경, 행위의 내용과 방식,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계 여부 등 당해 행위와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먼저 1차 시국선언에 관하여 본다.
(가) 1차 시국선언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1차 시국선언 당시는 2009. 5. 28. 사회인사 100인 명의의 시국선언이 발표된 것을 시작으로 2009. 6. 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이라고 한다)이 시국선언을 단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당시 논란이 된 정부의 정책 및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②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고 한다)도 이러한 정세를 인식하고 2009. 6. 9. 피고인 1이 참여한 가운데 제360차 중앙집행위원회(본부 간부들인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부위원장, 정책실장, 사무처장, 편집실장 및 전국 시·도지부장 등으로 구성되어 전원 만장일치로 의사를 결정한다)를 개최하여, 2009년에 예정된 10월 보궐선거와 2010년에 예정된 지방선거와 연관하여 현재의 양상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세 기조 설명 아래 영역별 투쟁사업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6·10항쟁 범국민대회를 기점으로 시민, 노동단체 등의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 이명박 전선의 구축이라는 점 등에서 시국선언 등의 형식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안건을 기초로 하여 교사 1만 명이 참여하는 6월 정국관련 시국선언(이하 ‘1차 시국선언’이라고 한다)을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전교조 본부와 전국 16개 지부 조직을 이용하여 조합원들 및 비조합원 교사들이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를 계획적으로 실행하였으며, 피고인들은 전교조 대전지부의 지부장, 수석지부장 및 사무처리 실무 담당자로서 그 실행업무를 수행하였다.
1차 시국선언문에는 사교육비 부담 가중, 입시경쟁교육, 교육 양극화를 비롯한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는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표현 등을 사용하여 촛불집회, 피디수첩과 관련한 수사가 무리한 수사이고,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4구역 철거 현장 화재 사고도 경찰의 무모한 진압이며, 국토개발사업과 대북정책을 잘못된 정책이라는 취지로 비난하면서, 독선적 정국운영으로 인하여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고 민생과 생태와 평화 등 미래지향적인 가치도 위협당하는 등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미래가 총체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국민적 저항이 이루어지고 있고 정부가 국민의 버림을 받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정 운영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이는 전교조 본부 및 지부의 간부들이 선거에 대한 영향 내지는 반 현정권 전선의 구축이라는 뚜렷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시국선언의 형식을 빌려 편향적인 입장에서 공권력 행사 및 주요 정책을 일방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공격하는 것이어서, 정치적 중립의 한계를 벗어나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집단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③ 1차 시국선언은 전교조 본부 및 지부의 조직을 이용하여 단기간 내에 다수의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교사들이 시국선언문 서명에 참여하도록 계획적·조직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전교조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시국선언문 서명 참여를 강행한 것에서 더 나아가, 전교조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전교조 소식지에 서명교사 명단을 구체적으로 발표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밝히고 대외적인 집단적 행위를 하였다.
④ 초·중등학교 교원의 경우에는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대학 교원과 달리 정당의 가입과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정당법 제22조 제1항 제2호,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4호) 그 정치적 중립의무가 강화되어 있는데, 이는 대학교육과는 달리 초·중등학교 교원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여야 하고( 2011. 7. 25. 법률 제109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3항) 일반적으로 승인된 기초적인 지식의 전달을 그 기능으로 하는 등 초·중등학교 교원과 대학 교원 사이의 직무의 본질이나 내용, 근무태양 및 학생에 대한 영향력이 다르기 때문인 데에서 연유하므로, 같은 무렵에 국·공립대학에서 시국선언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1차 시국선언을 그와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⑤ 또한 피고인들은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대전지부 소속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인 교원들을 상대로 위와 같은 내용의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등 대규모의 서명운동을 주도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교원들의 공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학교를 정치공론장으로 변질시켜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영향을 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 위와 같은 1차 시국선언의 기획 및 추진 목적, 그 시기와 경위, 그 내용, 초·중등학교 교원 지위의 특수성, 추진 방식과 그로 인한 영향 등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피고인들이 다른 전교조 간부들과 공모하여 1차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한 행위는 뚜렷한 정치적인 목적 내지 의도를 가지고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 및 집행을 저지하려는 의사 내지는 비판적인 영향력을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특정 정치세력에 대하여 반대하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으로서,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침해하거나 그 침해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정치적 편향성 내지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낸 행위라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1차 시국선언은 공무원인 교원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로서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집단적 행위라 할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다음으로 2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에 관하여 본다.
(가) ① 2차 시국선언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차 시국선언이 발표된 직후 교육과학기술부 및 시·도교육감은 이를 주도한 전교조 간부들 8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관련 교사들의 징계를 시·도교육청에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였다.
이에 피고인들을 비롯하여 1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위 간부들은 2009. 6. 28. 제361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지부 회의를 열어 ‘표현의 자유 사수 및 전교조 시국선언 징계 대응 투쟁계획(안)’을 채택하는 등 고발 및 징계에 관한 정부의 방침에 맞서 다양한 유형의 투쟁행위를 하기로 결의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 전교조 본부를 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하여 현 상황을 노조, 교육관련단체, 시민사회단체, 진보단체, 종교단체에 전파하고 공동대응 태세를 구축하는 등의 역할을 조직적으로 수행하고, ㉡ 2009. 6. 29.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청와대로 이동하여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연대단체 항의성명을 조직하며, ㉢ 2009. 7. 5. 서울역에서 3,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가하여 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개최하고, ㉣ 지부별 긴급 임시지부집행위원회를 개최하여 지회별 투쟁 사업을 진행하며, 투쟁본부는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촉구하는 항의 농성을 하고, 전교조 위원장이 길거리 교실, 촛불집회 등과 결합해서 상징적인 거점에서 농성하며, ㉤ 2009. 6. 29.부터 같은 해 7. 15.까지 1차 시국선언 참여자를 포함하여 최대 3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사수, 표현의 자유 보장, 시국선언 탄압 중지 촉구 교사 2차 시국선언(이하 ‘2차 시국선언’이라고 한다)을 조직하여 이를 발표하며, ㉥ 2009. 7. 19. 공무원과 교사들이 최대한 참가하여 연대하여 항의 집회(이후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로 추진되었다. 이하 ‘규탄대회’라고 한다)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전교조는 위 결의에 따라 2009. 6. 30.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하여 2차 시국선언에 참여하여 주도록 요청하고 2차 시국선언문을 배포하였으며, 피고인들은 대전지부집행위원회 등을 개최하여 위 결의에 따른 집행사항을 심의하는 등 2차 시국선언의 의미 및 추진방향을 공유하고, 전교조 본부에서 하달된 2차 시국선언문을 대전지부 소속 교사들에게 알리고 그들이 서명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여 2009. 7. 16.경까지 서명 참여자 명단을 전교조 본부에 전달하는 한편 규탄대회 참가자를 최대로 조직하자는 위 결의 결과에 따라 대전지부 분회장 연수자료집에 그와 같은 내용을 수록하여 전달하고, 대전지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민사회단체와 여러 야당들이 공동 주최자로 게시된 규탄대회의 포스터를 게시하는 등 위 집회에 참여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위 결의에 따른 집행사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실행하였다.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20여 명은 2009. 7. 19. 14:00경 서울광장에서 ‘전교조는 시국선언의 정당함을 확인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고발 및 징계를 철회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28,634명의 교사 명의로 된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비록 2차 시국선언문은 1차 시국선언에서 주장하였던 정치적 쟁점들을 직접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1차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전제로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을 비난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이 2차 시국선언을 비롯하여 다양한 투쟁행위들을 결의하고 실행한 전교조 본부 및 지부 간부들의 목적은 그들이 정치적 편향성 내지 당파성을 담아 추진한 1차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전제로 이를 옹호하는 것에 있고, 2차 시국선언문에서 정부의 조치가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한다거나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을 비롯한 전교조 본부 및 지부의 간부들의 경우에는 2차 시국선언 추진에 대해서도 분명한 정치적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전교조 제36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노조, 시민사회단체, 진보단체 등과 공동대응 태세를 구축하고 다양한 유형의 집단적인 투쟁행위를 결의함에 따라 2차 시국선언과 함께 공무원과 교사들의 연대 집회로서의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여, 2차 시국선언 발표와 규탄대회가 같은 날 이루어졌으므로, 2차 시국선언은 후술하는 것과 같이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이 명확한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범국민대회에 참가하는 일련의 과정과 연계하여 계획되고 실행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추진된 기간, 서명에 참여한 교사들의 수 및 발표 방식에 비추어 2차 시국선언이 사회 및 교육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및 영향은 1차 시국선언이나 규탄대회와 비교하여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②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다른 전교조 간부들과 공모하여 2차 시국선언을 주도한 행위는, 1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행위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만한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확히 드러낸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며, 이는 공무원인 교원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고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으로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 ① 규탄대회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규탄대회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정치적 편향성 내지 당파성을 담아 추진된 1차 시국선언을 옹호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안에 투쟁하기 위한 다양한 유형의 집단적인 행위의 하나로 2차 시국선언과 함께 추진되었고, 2차 시국선언문 발표 직후인 2009. 7. 19. 16:00부터 같은 날 17:00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전교조 및 여러 공무원 노동조합의 조합원 외에도 야당 일부 대표 및 일부 의원들과 민노총 위원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되었으며, 또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과 노동계 및 각종 사회단체 등 당시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던 단체들이 주도하여 개최한 ‘민주회복·민생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의 사전행사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규탄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전교조 위원장이 “공무원, 교사, 국민 모두 힘을 모아 현 정부를 심판하자.”라고 연설한 것을 비롯하여 참가자들이 1차 시국선언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종이 모자를 쓰거나 피켓을 휘두르고 구호를 함께 외치는 등, 규탄대회에서의 주장 내용이나 표현 방식은 1차 시국선언 수준을 훨씬 넘는 것이다.
②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다른 전교조 간부들과 공모하여 정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던 단체 및 정부와 대립하던 야당 등 그 당파성이 뚜렷한 정치세력이 참여하고 현 정부 심판을 언급하는 등의 정치적 주장이나 행동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규탄대회를 추진하고 이에 참가한 것은, 그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하여 그와 대립되는 주요 정책을 주도하는 다른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규탄대회 관련 행위 역시 공무원인 교원으로서의 본분을 벗어나 공익에 반하고 공무원으로서의 직무에 관한 기강을 저해하거나 공무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어서,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집단행위로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
(4) 그렇다면 원심이 1차 시국선언과 2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와 관련하여 피고인들의 집단행위에 의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집단행위 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 1의 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의 점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도1649 판결 등 참조), 집시법 제2조 제3호는 집회의 주최자를 ‘자기 이름으로 자기 책임 아래 집회나 시위를 여는 사람이나 단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있으면 공동정범이 성립된다( 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집시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사전신고가 필요한 시위의 주최자는 시위를 주창하여 개최하거나 이를 주도하는 자 또는 시위를 계획하고 조직하여 실행에 옮긴 자를 의미하며,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에 관하여 공동가공의 의사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그 실행을 공모한 자는 비록 구체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하였더라도 다른 공범자의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행위에 대하여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9도2821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2009. 6. 29.자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가 집시법상 신고의무 대상인 옥외집회에 해당하고, 피고인 1이 전교조 제361차 중앙집행위원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그 집회를 주최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의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에 의한 집시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집시법상 집회의 의미 내지 집회의 주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해산명령 불응의 점
(1) 집시법은 제6조 제1항, 제20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24조 제5호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이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관할 경찰관서장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산을 명할 수 있고, 그 해산명령을 받고도 지체 없이 해산하지 아니한 참가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이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사전신고제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21조 제1항은 시위를 비롯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개입이나 강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 따라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듯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고,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으며, 특히 집회의 해산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이와 같이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앞서 본 신고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것이지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를 위와 같이 제한하여 해석하더라도, 사전신고제의 규범력은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의하여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이유설시 중 이 사건 집회가 미신고 옥외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해산을 명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을 포함한 전교조 간부 20여 명은 교육당국의 1차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고발조치에 항의하기 위해서 2009. 6. 29. 14:05경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신고 없이 이 사건 집회를 개최한 사실, 집시법 제11조 제2호에 의하면 청와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예외 없이 옥외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는데 이 사건 집회장소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는 청와대로부터 얼마 떨어져 있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은 피켓을 들고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동원하여 구호를 제창한 다음 항의서한문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당시 집회 장소에 배치되어 있던 경찰들을 뚫고 절대적 집회금지장소인 청와대 쪽으로 진행하려 한 사실, 이에 종로경찰서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종로경찰서 경비계장이 행진을 저지하자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를 점거·연좌하여 농성을 벌인 사실, 위 경비계장은 집시법에 정한 절차를 거쳐 해산을 명령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집회의 개최 경위와 장소, 집회의 실제 진행 경과, 특히 집회 참가자들이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된 장소로 집회 장소를 확장하려고 하다가 여의치 않자 인도를 점거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집회로 인하여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해산명령에 불응한 피고인 1의 행위는 집시법 제24조 제5호 위반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의 이 부분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해산명령을 적법하다고 보아 이에 불응한 피고인 1에게 유죄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집시법에서의 해산명령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인들의 1,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의 반대의견과 피고인들의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및 피고인 1의 해산명령 불응에 의한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4. 피고인들의 1,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박보영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피고인들이 1, 2차 시국선언에 관여한 행위조차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옳지 않다.
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다수의견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이 공무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에서 나오는 의무의 하나를 규정한 것이다.
여기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는 공무가 아닌 어떤 일을 위하여 공무원들이 하는 모든 집단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21조 제1항, 헌법상의 원리, 국가공무원법의 취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 및 직무전념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축소 해석하여야 함은 대법원이 이미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시국선언과 관련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전교조 간부 및 시국선언지지 교사 등과 공모하여 전교조 대전지부 소속 조합원들의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1, 2차 시국선언에 관여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1, 2차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하였거나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1차 시국선언문의 전체적인 내용은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권 행사를 공권력 남용이라고 규탄하고 정부가 추진하던 주요 정책들을 비판하면서 국정 쇄신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그 결론의 표현은 ‘현 정부가 국정을 전면 쇄신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것이다. (2) 2차 시국선언문의 전체적인 내용은 1차 시국선언과 관련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징계방침을 위헌적인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면서 그 철회를 요구하고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교사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과 소통할 것을 요구하였다. 정치적인 주장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3) 1, 2차 시국선언은, 전교조 본부가 시국선언문을 작성하여 지부로 송부하면 지부에서 시국선언문과 서명용지를 분회에 송부하고, 이후 시국선언문에 서명한 교사들의 명단을 전교조 본부가 취합한 다음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홈페이지에 시국선언문과 서명자 명단을 게시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4) 1, 2차 시국선언이 있던 무렵에는 2009. 5. 28. 정부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사회인사 100인 명의의 시국선언이 발표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이 다수 발표되었다.
다. 이러한 피고인들의 1, 2차 시국선언 관여행위가 위에서 본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위배되는 행위가 되려면 우선 그것이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 여기서 ‘공익에 반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포괄적·추상적·상대적이어서 법 집행기관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가 어려우므로, 그러한 측면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이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을 둔 취지도 이러한 제한해석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공익에 반하는 목적’의 존재는, 당해 집단행위가 국민전체와 공무원 집단 사이에 서로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공무원 집단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를 초래하는 등 공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민주적·직업적 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2) 먼저 ① 1, 2차 시국선언의 내용은 앞에서 이미 보았고, ② 피고인들이 거기에 관여한 동기나 목적을 보면, 공소사실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처럼 1차 시국선언은 전교조가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하기로 결의하자 이에 피고인들이 시국선언에 관여하게 된 것이고, 2차 시국선언은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에 항의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③ 그 경위 또한 유사한 내용의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발표되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④ 전개된 상황도 시국선언문을 알려서 그에 서명한 교사들의 명단을 취합하여 시국선언문과 함께 발표·게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1, 2차 시국선언은 유사한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는 과정에서 특정 사안에 관한 정부의 정책이나 국정운영 등에 대한 비판 내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그 개선을 요구한 것이거나 그에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그 자체로 헌법이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한 기본권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일 뿐이고, 이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임은 누구나 아는 바이다. 따라서 이는 시국선언의 주체인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나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국민전체의 이익추구에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며, 시국선언이 나오던 시기의 사회상황이나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에 비추어 보아 그것이 공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민주적·직업적 공무원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다시 말해서 1, 2차 시국선언은 어느 모로 보아도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이 점에서 2차 시국선언 이후에 규탄대회에 참여한 행위와는 차이가 난다.
(3) 다수의견은 1, 2차 시국선언이 정치적 견해를 집단적으로 표명한 것으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주된 이유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 2차 시국선언은 특정 정치집단이나 정파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개별 공권력 행사에 반대하거나 그것을 비판하는 의사를 표현하고 그 개선을 요구한 것에 불과하므로, 설령 그것이 일부 정치집단이나 세력과 의견이 같아 보이더라도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규탄이나 지지를 위해 행해진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 있지 않은 한, 이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더구나 1차 시국선언에 앞서 전교조는 시국선언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자문을 받은 다음 그에 따라 시국선언문 초안을 수정하기도 한 사정이 기록에 보인다). 국가공무원법은 제66조 제1항과 별도로 제65조에서 공무원의 ‘정치운동’ 또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면서 제84조에서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검사가 피고인들의 시국선언 관여행위를 이러한 ‘정치운동’ 또는 ‘정치적 행위’로 기소하지 않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이처럼 국가공무원법이 별도의 규정으로 공무원의 ‘정치운동’이나 ‘정치적 행위’를 금지·처벌하고 있는 점, 나아가 ‘교원의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서 따로 금지하고 있는 점(참고로 같은 법률에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 같은 교육공무원인 대학교수에게는 다양한 정치활동이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1, 2차 시국선언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볼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가 금지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는 ‘정치운동’이나 ‘정치적 행위’를 국가공무원법 제66조에서 부당하게 확대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4) 이처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라는 개념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을 둔 취지에 따른 내재적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가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는 또 다른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행위라 할 수 없다.
그런데 1, 2차 시국선언은 전교조 본부에서 작성한 시국선언문을 지부나 분회에 송부하여 그에 서명한 교사들의 명단을 취합한 다음 이를 발표·게시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교육현장 밖에서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이루어졌고, 교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서명운동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을 상대로 진행되기는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무슨 갈등이 있었다는 자료도 없으므로, 1, 2차 시국선언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었다거나 교사들의 직무수행 등 교육행정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실질적인 침해나 지장뿐 아니라 추상적인 침해나 지장의 우려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1차 시국선언이 발표되기 전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시국선언 참여 자제요청이 있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정은 있으나, 앞서 본 것과 같이 1차 시국선언에 어떠한 위법요소가 없는 이상 피고인들이 단순히 그러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전념의무를 태만히 하였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어떤 이유로든지 1, 2차 시국선언은 공무원의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행위로 볼 수 없고, 2차 시국선언 이후에 규탄대회에 참여한 행위와는 이 점에서도 명백한 차이가 있다.
라. 앞에서도 지적하였지만, 피고인들의 1, 2차 시국선언 관여행위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범위 내의 행위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대의기관을 통하여 형성되는 국가의 의사가 진정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함으로써 국가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공론의 장은 국민이 각기 처한 상황이나 이해관계 혹은 신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참여하여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공적 논의를 풀어가는 자발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이러한 공간이 활성화되지 못하여 제도화된 언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는 대의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1, 2차 시국선언은 당시 정부의 주요 정책과 국정 운영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교원들이 자신들의 비판적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서 그것이 추구하는 목적은 정부로 하여금 국민의 여론을 존중하여 정책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데 있으므로, 민주주의 국가라면 마땅히 공론의 장으로 받아들여야 할 주장이며 행위이다. 그럼에도 단지 그 표현의 주체가 공무원(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 모두가 공무원인 것도 아니다)인 교원 집단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그것이 공적 논의에 관한 것인 바에는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정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런 필연적인 성격을 들어 이를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상 보호 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기 그지없다.
마. 요컨대 피고인들이 1, 2차 시국선언에 관여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고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도 아니므로, 그 조항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은 피고인들의 1, 2차 시국선언 관여행위마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여기에는 국가공무원법의 위 조항에서 규정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혀두는 바이다.
5. 피고인들의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신영철의 반대의견
피고인들의 1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가. 1차 시국선언은 다수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선언을 하게 된 동기가 다분히 정치적이고, 선언의 시점도 정치적 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선언문의 내용도 공무원이자 교원으로서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 초·중등학교 교원에 대해서는 대학 교원과 달리 엄격한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정당법이나 공직선거법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가 시국선언문에 대한 집단서명을 받아 이를 발표하는 의사표현에 그쳤다고는 하지만, 그 선언에 대한 동참자의 결집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된다고 본다.
나. 그러나 2차 시국선언은 그에 이른 경과와 선언의 내용 등 여러 면에서 교육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한계를 벗어났다거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여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동을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차 시국선언은 1차 시국선언 당시부터 일련의 행위로서 함께 계획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라 1차 시국선언 이후 이를 주도한 전교조 간부들을 고발하고 중징계하기로 한 정부의 강경 방침에 항의하기 위하여 별도로 추진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2차 시국선언이 비록 1차 시국선언의 후속 절차로 이루어졌고 1차 시국선언의 정당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주된 동기 내지 목적은 어디까지나 교사들에 대한 형사고발 또는 징계조치의 철회 요구에 있고, 그 외에 1차 시국선언과 같은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차 시국선언문의 내용을 보더라도, 이는 정부의 강경 대응과 교육정책 일반을 비판하고 교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여 줄 것을 촉구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이다. 그 내용 중에는 정부의 대응을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빗대어 비판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단지 수사적인 과장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이러한 표현을 들어 2차 시국선언이 1차 시국선언과 같이 일방적이고 편향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다수의견은 피고인들처럼 1차 시국선언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전교조 본부 및 지부의 간부들이 2차 시국선언에 관여한 경우에는 1차 시국선언 관련 행위에서 드러난 정치적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2차 시국선언 관련 행위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앞서 본 것과 같이 1차 시국선언과 2차 시국선언은 그것이 이루어진 동기나 배경, 각 시국선언문에 담긴 내용과 취지가 다르므로 양자에 대한 법적 평가는 달리하여야 한다.
다. 또한 다수의견은 2차 시국선언이 규탄대회와 함께 전교조 제36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의된 점에 주목하여 2차 시국선언이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이 뚜렷한 규탄대회 및 범국민대회에 참가하는 일련의 과정과 연계하여 계획되고 실행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2차 시국선언도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띠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2차 시국선언과 규탄대회가 모두 1차 시국선언에 대한 정부의 강경 조치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획·추진되기는 하였으나, 이를 주도한 주체나 그 진행경과가 다를 뿐만 아니라 거기서 주장된 내용도 질적으로 달라 단지 동일한 기회에 결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양자를 같이 평가할 것은 아니다. 즉, 공무원인 교원들이 징계 철회 요구 의사를 표현하기 위하여 단순히 시국선언의 형식으로 그에 관한 의견을 독자적·주체적으로 발표하는 행위와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하여 현실의 집회에까지 참가하여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와 규탄 의사를 드러내는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는 달리하여야 한다.
한편 공소사실의 내용을 보면 검찰은 피고인들의 2차 시국선언 관련 행위와 규탄대회 참가행위를 일죄로 기소한 듯하나, 2차 시국선언은 규탄대회 참가행위의 전제사실 또는 준비행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일죄를 구성하는 또 다른 행위인 규탄대회 참가행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더라도 2차 시국선언 관련 행위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면 이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
라. 결국 2차 시국선언은 정부의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형사고발 또는 징계조치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통상적인 수준의 의사표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로서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공소사실 중 1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에 관한 부분은 유죄라고 할 것이지만, 2차 시국선언과 관련된 부분은 무죄라 할 것인데도, 그 모두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집단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1, 2차 시국선언 및 규탄대회와 관련된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점을 경합범 내지 일죄로 인정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6. 피고인 1의 해산명령 불응에 의한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이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를 해석함에 있어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해산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은 종전의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의 견해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그러한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도 이 사건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
가. 집회의 자유는 타인과 함께 하고자 하는 자유이자 집단적 의사표현을 할 자유로 개인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타인과 사회공동체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국민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하여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헌법적 질서의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에게 집단적 의견표출의 기회와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소수집단의 권익과 견해도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다만 이러한 집회의 자유가 옥외장소나 도로의 사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법익과의 조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하여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러한 신고는 어디까지나 경찰관청 등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복수의 집회 사이의 경합을 조정하고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준비하도록 함으로써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거나 집회의 자유가 온전히 실현되도록 하기 위한 협력의무의 부과로서만 용인되는 것이므로, 집회 및 시위는 일반적·원칙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현행 법률의 규정체제이다( 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7헌바2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따라서 미신고 집회의 경우에도 이러한 신고의 취지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집회가 아닌 한 그 집회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사전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범위를 초과하여 제한될 수 없다.
또한 집회의 신고의무는 집회의 주최자에게 부과된 것이고 그 불이행에 대한 제재도 집회주최자의 몫인 반면, 집회의 해산은 집회에 참가한 모든 사람을 해산명령에 응하도록 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게 된다는 점도 그 구체적 적용에 있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집회의 해산은 곧 당해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고,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종국적이고 전면적인 제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은, 다수의견에서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명백하며 현존하는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러한 미신고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의 적법 여부가 문제되는 개별 사안에 있어 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위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것처럼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나. 원심판결 및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집회는 정부의 1차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고발조치에 항의하기 위하여 개최된 것으로 참가인원이 20여 명에 불과하고, 그 집회 참가자들은 마이크와 스피커 등을 이용하여 구호를 외치고 항의서한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청와대 쪽으로 진행을 시도한 것 외에 어떠한 폭력이나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며, 이들의 집회가 인도를 벗어나거나 차량의 교통을 방해하지도 않은 사실, 종로경찰서 경비계장이 해산을 요청하며 행진을 저지하자 그제야 집회 참가자들은 인도에 연좌하여 농성을 하였으나 경찰력에 대항하여 적극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고, 위 연좌농성으로 인하여 교통에 지장이 초래된 것도 아닌 사실, 약 50여 분 동안 이루어진 집회시간 중 청와대 쪽으로 진행을 시도하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에 소극적으로 대항하여 도로에 연좌한 시간은 15분에 불과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집회가 미신고 집회이기는 하나 그 규모나 내용에 있어 질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집회라고 볼 수 없고, 실제로도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쪽으로의 진행을 제지하기 전까지는 평온한 분위기에서 집회가 진행되었으며, 경찰의 제지에 대한 집회 참가자들의 대응도 소극적인 저항에 그쳤을 뿐 그 과정에서 교통 등 질서유지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므로, 이 사건 집회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되었거나 그러한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집회가 옥외집회 및 시위 금지장소인 청와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개최되었고,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쪽으로의 진행을 시도하였다는 점을 중하게 보아 이 사건 집회가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회의 장소를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는 집회의 시간, 방법,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함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행위의 요체이고, 그 중에서도 집회장소의 선택은 집회를 통하여 표명하고자 하는 의견이나 그 의견표명의 상대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집회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는 의도 하에 결정될 것이므로, 장소 선택의 자유 없이 집회의 자유를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집시법 제11조가 ‘대통령 관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와 같은 특정한 장소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그러한 장소에서의 원활한 업무수행 및 신체적 안전의 보장과 같은 다른 중요한 법익과의 충돌상황을 야기하거나 법익침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일반적으로 월등히 높다는 점 때문에 그 한도 내에서 수인되는 제한규정이므로(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그 전제된 법익 침해의 위험이 고도로 또는 적어도 상당한 정도로 추정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일률적이고 전면적인 집회의 금지는 위 규정에 근거한 규제로서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집회 장소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가 청와대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정 또는 집회가 금지된 장소에 근접한 쪽으로 진행하려 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특정 장소에서의 업무수행이나 안전보장과 같은 중요한 법익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구체적 상황에서 그러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집회의 일반적 속성인 가변성이나 의외성에 대한 우려만으로, 그것도 집시법상 금지된 장소인 ‘청와대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가 아닌 그와 가까운 장소에서의 집회나 시위까지를 미리 해산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용인될 수 없다.
결국 다수의견은, 그 내세운 해석상의 법리와는 달리 위험 발생의 개연성만으로도 해산명령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그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대법원이 선언하는 법리는 구체적 사건에 있어 분쟁의 해결기준으로 실제로 적용될 때에만 그 의미가 있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집회에 대한 해산명령을 적법한 것으로 보게 된다면 이는 결국 미신고 집회에 대해서는 위험 발생의 개연성만으로 해산명령을 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고, 그로써 다수의견이 내세운 법리는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심은, 타인의 법익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는지 여부가 해산명령의 요건이라고 보지 않았으므로, 그 당연한 귀결로서 이 사건 집회가 실제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제대로 심리해 보지도 않았다. 이러한 경우, 대법원으로서는 원심의 법리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여 사건을 환송함으로써 사실심 법원인 원심으로 하여금 그 사실관계를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원칙일진대, 다수의견이 그에 관한 사실관계까지 살펴서 상고기각의 결론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다.
라. 요컨대 관할 경찰관서장이 단순히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1을 포함한 이 사건 집회 참가자들에게 발한 해산명령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적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1이 이에 따르지 아니하였다 해도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집회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해산명령이 적법하다고 보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집시법상 미신고 집회와 해산명령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 해석과 적용을 모두 그르친 위법이 있다.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도 파기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주심)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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