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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업무방해]〈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사건〉 - 박진완 변호사의 LawBrain

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업무방해]〈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사건〉[공2011상,865]

【판시사항】

[1]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2] 피고인을 비롯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집행부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중재회부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돌입할 것을 지시하여, 조합원들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거부하여 사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피고인에 대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며( 형법 제314조 제1항),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쟁의행위로서 파업(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나)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 헌법 제33조 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이와 달리,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도2771 판결,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도326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4도689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2도3450 판결,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한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폭력적인 수단이 동원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근로자가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제공을 하지 않는 ‘소극적인 근로제공 중단’, 즉 ‘단순 파업’이라고 하더라도 파업은 그 자체로 부작위가 아니라 작위적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나, 이러한 견해부터 찬성할 수 없다. 근로자가 사업장에 결근하면서 근로제공을 하지 않는 것은 근로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임이 명백하고, 근로자들이 쟁의행위의 목적에서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이라는 사정이 존재하다고 하여 개별적으로 부작위인 근로제공의 거부가 작위로 전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나) ‘단순 파업’을 다수의견의 견해와 달리 부작위라고 보더라도, 부작위에 의하여 위력을 행사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실현할 수 있고 근로자들이 그러한 결과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비록 다수의견과 논거를 달리하지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자들의 단순 파업으로부터 기업활동의 자유라는 법익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다거나, 근로자들이 사용자에 대한 보호자의 지위에서 사태를 지배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근로자 측에게 위법한 쟁의행위로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 대립되는 개별적·집단적 법률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 상대방 당사자인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인 근로자 측의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고, 근로자들의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사용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도 없다.

(다)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이 ‘단순 파업’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작위로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에 서더라도,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하여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단순 파업이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더라도 개별적 근로관계의 측면이나 집단적 근로관계의 측면에서 모두 근본적으로 근로자 측의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를 위력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부당하다. 또한 파업 등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결여한 경우 쟁의행위를 위법하게 하는 각각의 행위에 대하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어 같은 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위법한 단순 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법의 원인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였으나 폭행·협박·강요 등의 수단이 수반되지 않는 한, 같은 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당해 쟁의행위를 이유로 근로자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근로자에게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시킴과 함께 근로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라) 다수의견이 ‘단순 파업’이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이 없는 경우라 하여 언제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위력의 개념을 어느 정도 제한하여 해석한 것은 종래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진일보한 입장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에 의하더라도 과연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해석론에 따른다 할지라도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한 ‘위력’ 개념의 일반조항적 성격이 충분히 해소된 것은 아니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구체적 사례에서 자의적인 법적용의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다.

[2] [다수의견] 피고인을 비롯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집행부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권중재회부결정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돌입할 것을 지시하여, 조합원들이 전국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거부하여 철도 운행이 중단되도록 함으로써 한국철도공사에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등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중재회부보류결정의 경위 및 내용, 노동조합의 총파업 결의 이후에도 노사 간에 단체교섭이 계속 진행되다가 최종적으로 결렬된 직후 위 직권중재회부결정이 내려진 점을 감안할 때, 한국철도공사로서는 노동조합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이 허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 직권중재회부 시 쟁의행위 금지규정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 할 것이고, 나아가 파업의 결과 수백 회에 이르는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중대한 손해를 끼친 사정들에 비추어, 위 파업은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세력으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에서 정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 대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단순히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위 파업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형법 제314조 제1항에서 정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다수의견의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위 파업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파업의 수단 역시 폭력적 행동이나 달리 위법이라고 할 만한 언동 없이 집단적인 소극적 근로제공 거부에 그친 이상 그 손해가 파업의 전격성에 기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이와 반대의 전제에서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1조 제1항, 제18조, 제20조, 제314조 제1항, 헌법 제12조 제1항, 제33조 제1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 [2] 형법 제314조 제1항,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62조 제3호(현행 삭제), 제63조, 제71조 제2항 제1호, 제91조 제1호(현행 제91조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1. 1. 23. 선고 90도2852 판결(공1991, 907)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도2771 판결(공1991, 1552)(변경)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도2961 판결(공1991, 1554)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도326 판결(공1992, 152)(변경)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도1863 판결(공2004상, 277)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4도689 판결(변경)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2도3450 판결(공2006상, 1106)(변경)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변경)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상 고 인】피고인

【변 호 인】변호사 권두섭 외 3인

【원심판결】서울중앙지법 2006. 12. 20. 선고 2006노153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형법 제314조 제1항).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근로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등의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고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어 절대적인 권리는 아니지만, 원칙적으로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 헌법 제33조 제1항).

그러므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달리,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도2771 판결,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도326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4도689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2도3450 판결,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2도557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한다.

나.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 없이 성실히 교섭할 것을 서면으로 확약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자, 특별조정위원회는 ‘향후 노동조합이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을 중재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2005. 11. 25.자 조건부 중재회부 권고를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그 취지를 존중하여 2005. 11. 25.과 2005. 12. 16. 두 차례에 걸쳐 위와 같은 취지의 중재회부보류결정을 하였다가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 간의 단체교섭이 2006. 2. 28. 최종적으로 결렬되자 같은 날 21:00부로 직권중재회부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비롯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집행부는 2006. 2. 7.자 결의에 따라 예정대로 파업에 돌입하여 이를 지속할 것을 지시하였으며, 이에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은 2006. 3. 1. 01:00경부터 같은 달 4일 14:00경까지 서울철도차량정비창 등 전국 641개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채 업무를 거부하여 한국철도공사의 케이티엑스(KTX) 열차 329회, 새마을호 열차 283회 운행이 중단되도록 함으로써, 한국철도공사로 하여금 영업수익 손실과 대체인력 보상금 등 총 13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권고의 취지에 따라 두 차례에 걸쳐 중재회부보류결정을 한 것은, 전국철도노동조합과 한국철도공사 간의 노사 자치에 의한 교섭을 존중하되 양자 사이의 노동쟁의가 더 이상 단체교섭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큰 필수공익사업장인 한국철도공사에서의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직권중재를 통하여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고, 그에 따라 단체교섭의 최종적 결렬 직후 직권중재회부결정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위원장인 피고인은 전국 규모의 철도사업장에서 이 사건 파업을 그대로 강행하였다. 비록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6. 2. 7. 총파업 일정을 2006. 3. 1. 01:00경으로 미리 결의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중재회부보류결정이 내려진 경위 및 그 내용과 함께 위 총파업 결의 이후에도 한국철도공사와 전국철도노동조합 간에 단체교섭이 계속 진행되었고 실제로 단체교섭이 최종적으로 결렬된 직후 직권중재회부결정이 내려진 점까지 감안한다면, 한국철도공사로서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06. 12. 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 노조법’이라 한다)상 직권중재회부 시 쟁의행위 금지규정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이 사건 파업을 강행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었다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이 주도하여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파업의 결과 수백 회에 이르는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 총 13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야기하는 등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초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주도한 이 사건 파업은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세력으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 소정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직권중재회부결정의 효력 유무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직권중재 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구 노조법 제62조 제3호, 제63조, 제91조 제1호는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노사 양측의 극단적인 이해 대립과 갈등으로 파업이 빈발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고 국민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노사 간 합의 대신 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한 쟁의의 해결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국민경제를 보전하고자 하는 데에 그 입법목적이 있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법상 규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 적절하며, 기본권제한의 정도도 최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간의 균형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일반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공익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도1863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825 판결, 헌법재판소 2003. 5. 15. 선고 2001헌가31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중재회부보류결정 및 중재회부결정은 자율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행해진 것으로서 단지 쟁의행위 자체를 실질적으로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중재회부결정이 특별조정위원회의 조건부 중재회부권고결정 후 3개월이 지나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결정과 공익위원의 의견제시 제도를 사실상 형해화시킨 것으로서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구 노조법상 직권중재 제도의 절차에 관한 여러 규정들 및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직권중재 제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정당행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주도한 이 사건 파업이 이 사건 중재회부결정에 따라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기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미 법령을 위반한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은 손해 또한 상당하므로, 이러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반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위 1.항의 판단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

가. 기본 전제

파업 등 쟁의행위라 하면 폭행·협박·강요·점거농성 등의 폭력적인 수단이 수반되는 경우를 흔히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고인을 비롯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장에 출근하지 아니한 사안이다. 따라서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와 같이 폭력적인 수단이 동원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근로자가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제공을 하지 않는 경우(이른바 소극적 근로제공의 중단의 경우로서, 이하 ‘단순 파업’이라고만 줄여 쓴다)이고, 이 점에서 폭력적인 수단이 수반되는 파업의 경우와 혼동되어서는 아니 된다.

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작위범으로서의 구성요건해당성 및 부진정부작위범의 성립 여부

다수의견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위에서 전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단순 파업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이상 부작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위적’인 것으로서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고, 다만 단순 파업이 위와 같이 작위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먼저 다수의견은 단순 파업이라고 하더라도 파업은 그 자체로 부작위가 아니라 작위적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나, 이러한 견해부터 찬성할 수 없다.

범죄행위를 이루는 기본 형태는, 형법상 다중불해산죄( 제116조), 퇴거불응죄( 제319조 제2항) 등과 같이 형벌법규에 정한 구성요건이 단순한 부작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진정부작위범을 제외하고는, 작위에 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부작위에 의하는 경우를 포함할 수 있는 것(이른바 부진정부작위범)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된다. 판례 역시, ‘어떠한 범죄가 적극적 작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부작위에 의하여도 실현될 수 있는 경우에, 행위자가 자신의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타인의 법익 상황을 악화시킴으로써 결국 그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작위에 의한 범죄로 봄이 원칙’이라고 하여(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참조),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작위와 부작위는 대체로 사실적인 측면에서 구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의 판례도 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신체적 활동이나 물리적·화학적 작용을 통한 적극적인 행위가 있는 경우를 작위에 의한 것으로 보고, 이와 달리 소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경우를 부작위에 의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다수의견은 사실적인 측면에서 구별이 가능한 작위와 부작위 개념을 외면한 채 근로자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에 불과한 단순 파업을 작위로 파악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근로자가 사업장에 결근하면서 근로제공을 하지 않는 것은 근로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작위임이 명백하다. 다수의견은 근로제공의 거부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들어 작위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여러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그리고 여러 사람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의 목적이나 동기가 무엇이거나 가릴 것 없이, 어느 경우이건 신체적 활동 등 적극적인 행위가 없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쟁의행위의 목적에서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이라는 사정이 존재하다고 하여 개별적으로 부작위인 근로제공의 거부가 작위로 전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의미하고, 행위자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하는 위험이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행위자의 신체적 활동 등 적극적인 작위의 방법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부작위의 방법으로도 가능할 수 있음은 위의 부진정부작위범의 법리를 통하여 본 바와 같다. 따라서 집단적인 노무제공의 거부가 부작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경우 부작위가 작위와 같이 평가될 수 있기 위해서는 부작위 행위자가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어야 한다(전형적인 사례로, 어머니가 어린 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살해의 결과를 실현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① 법익의 주체가 법익침해의 위협에 스스로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② 부작위 행위자가 그 법익침해의 위험으로부터 상대방의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의무, 즉 작위의무가 있어야 하며, ③ 부작위 행위자가 이러한 보호자의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을 것을 요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설명이다.

따라서 단순 파업을 다수의견의 견해와 달리 부작위라고 보더라도, 부작위에 의하여 위력을 행사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실현할 수 있고, 근로자들이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비록 다수의견과 논거를 달리하지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문제는 근로자들에게 이러한 부진정부작위범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가 여부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개별적 근로관계의 당사자로서는 사회적·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근로자단체와의 집단적 근로관계에 있어서도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등 상호 대등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자들의 단순 파업으로부터 기업활동의 자유라는 법익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없다거나 근로자들이 사용자에 대한 보호자의 지위에서 사태를 지배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우선 위에서 본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기 위한 위 ①, ③의 요건부터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위 ②의 요건인 작위의무이다. 판례도,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부진정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어야 하며, 여기서 작위의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기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 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도4128 판결 등 참조)고 한다.

그러므로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에서 과연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위험이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개별적 근로관계의 측면에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에 기한 근로의무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위반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므로 그에 대한 제재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등 민사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에 의하여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근로계약상의 의무를 가리켜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용자에 대한 법익침해의 위험이나 결과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법적 의무로서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작위의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를 형사상 부진정부작위범의 작위의무라고 하는 것은 근로계약상의 근로제공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형벌로 노무의 제공을 강제하는 것이 된다. 이는 곧바로 자신의 의사에 따라 근로하지 아니할 자유나 권리를 본질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이것이 부당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근로자가 근로계약상의 의무인 근로제공을 하지 아니하는 것을 가리켜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음으로, 근로자단체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사이의 집단적 근로관계의 측면에서 본다.

파업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의 적법한 요건을 갖추어 이루어진 경우 이는 헌법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행위이므로 이를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 2010. 4. 29. 선고 2009헌바16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 점에서 다수의견이 종래 판례 중 ‘파업은 어느 경우에나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고, 다만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뿐’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일부 판례를 폐기한 것은 옳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채 집단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것은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에 위반하여 근로제공의무를 불이행하는 것과 달리 근로자들에게 쟁의행위에 있어서 요구되는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다수의견도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 행위로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를 들고 있어 결국 파업이 그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일부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부진정부작위범으로서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에 이르려면 근로자 측에 위와 같은 상황에 이르는 불법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작위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의 행사 등과 관련하여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의 쟁의행위 관련 조항 등 어느 법규정이나 그 밖에 어떠한 이유에서도 근로자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작위의무를 인정할 만한 법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노사관계는 다른 계약관계와는 달리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의 근로자와 사용자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개별적 근로관계’와 아울러, 노동조합을 전형으로 하는 근로자단체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당사자( 노조법 제2조 제5호에서는 이를 ‘노동관계당사자’로 표현하고 있다)로 하는 ‘집단적 근로관계’를 상정하고 있다.

집단적 근로관계는 헌법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근로3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형성되는 법률관계이다. 이러한 집단적 근로관계는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결성한 단결체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대등한 위치에서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자율적으로 노사관계를 형성하고 조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집단적 근로관계는 국가 등의 간섭 없이 근로자단체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사이에 자치적 규율과 해결을 도모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이 역시 사적 자치의 또 다른 형태로서 ‘단체자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이루어지는 근로자들의 파업 등 쟁의행위는 근로관계의 유지 및 향상을 위하여 사용자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생산업무 등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등 근로자들의 쟁의행위로 야기되는 사용자에 대한 법익 침해는 집단적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 행사의 위법 여부와 관계없이 그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계약관계에 있어서 계약의무 위반에 의하여 상대방 당사자에게 손해가 생기는 것을 예정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하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파업이라 하더라도 그 실질은 근로자단체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사이의 집단적 근로관계에서 근로자단체에 요구되는 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만약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하여 근로자단체에 대하여 위법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작위의무를 인정하여야 한다면, 이는 단체자치의 원칙에 의하여 상호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집단적 근로관계의 ‘노동관계당사자’ 사이에서 단체행동권 행사와 관련하여 근로자단체는 상대방 당사자인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단체자치에 속하는 내용의 채무를 불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무를 형벌로 강제하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어서 기본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즉, 이 역시 노동관계에 있어서 엄연히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단체자치의 영역에서 그 자치적 규율 사항의 위반에 대한 형사법적 제재를 허용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 이는 마치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이고 그 다수의 일방당사자가 뜻을 같이 하여 상대방에게 계약상 부담하는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조법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사항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각각의 위반행위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별론으로 하되, 이를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파업 등의 정당성 요건을 준수함으로써 사용자의 법익침해를 예방하여야 한다는 작위의무가 있다는 식의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고 이러한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하는 것은 근로자들로 하여금 형벌로 집단적 근로제공 자체를 강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결국 근로자 측에 위법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작위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서로 대립되는 개별적·집단적 법률관계의 당사자 사이에서 상대방 당사자인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인 근로자 측의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보증인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고, 근로자들의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는 그것이 비록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사용자의 업무수행에 대한 적극적인 방해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도 없다.

다.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위력” 해당 여부의 판단 기준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이 단순 파업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작위로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에 서더라도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하여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에는 찬성할 수 없다.

가장 먼저, 다시 죄형법정주의를 생각한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연혁적으로 우리 형법의 업무방해죄는 일본 구형법의 업무방해죄를 계수한 것이고, 일본 형법의 업무방해죄의 원형은 프랑스 구형법이라고 한다. 1864년 프랑스 구형법 제414조는 ‘임금인상이나 임금인하를 강요할 목적으로 또는 산업이나 노동의 자유로운 수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노동의 조직적 정지의 결과를 발생케 하거나 그 정지를 유지·존속케 하거나 그 실행에 착수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두었다가, 1884년 개정된 프랑스 형법에서는 쟁의행위가 폭력의 행사를 수반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한편 일본 구형법 제270조는 ‘농공의 고용인이 임금을 증액시키기 위하여 또는 농공업의 경향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고용주 및 다른 고용인에 대하여 위계·위력으로써 방해하는 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다가, 현행 형법에서는 제234조에서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자’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개정되었다. 이처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애당초 프랑스나 일본에서 노동운동을 금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업무방해죄가 우리 형법에도 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이 사건과 같이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하여 형법 제314조 제1항을 적용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법률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던 때와 달리 실질적인 노사대등 관계를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상 기본권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지금의 법체계 아래에서는 그 자체로 법리적 정합성이 없는 해석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의 하나인 “위력”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한 행위유형에 속한다. 물론 다수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 판례는 “위력”의 개념을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이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으나, 그러한 풀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개념이 상대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한 일반조항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력”의 개념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개념의 외연을 함부로 확장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법(사법)상의 법률관계에서 당사자 일방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상대방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정도의 법익침해의 위험이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력의 해당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자칫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단순 파업의 경우도 그것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나.항에서 자세히 본 바와 같이 개별적 근로관계의 측면이나 집단적 근로관계의 측면에서 모두 근본적으로 근로자 측의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를 위력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부당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관하여 형법에 우리와 거의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에서는, 폭행이나 협박 등 폭력적 수단으로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만을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이고 이러한 폭력적 수단을 수반하지 아니하는 단순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의한 형사처벌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설 및 판례의 입장이라고 한다. 아울러 일본 이외에 현재의 유럽 각국이나 미국에서도, 위법한 쟁의행위는 주로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이나 징계책임의 문제로 삼을 뿐이고 쟁의행위에 수반하는 폭행·협박·강요·재물손괴 등의 문제는 각각의 폭행·협박·강요·재물손괴죄 등의 처벌대상이 되며 이러한 폭력적 수단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 파업을 업무방해죄 등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단순 파업을 위력으로 포함시키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보편적 입장을 벗어나 있다.

더불어 단순 파업에 관한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은 기조에 선다면, 어떠한 쟁의행위가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때에는 어느 경우라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이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 판례는 월차유급휴가가 근로기준법상 휴가로서는 정당한 것이나 노조법상 쟁의행위로서는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상 월차유급휴가의 사용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맡겨진 것으로서 연차유급휴가와는 달리 사용자에게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는 것이지만, 정당한 쟁의행위의 목적이 없이 오직 업무방해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다수의 근로자가 집단적으로 일시에 월차유급휴가를 신청하여 일제히 결근함으로써 회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한 경우에는 업무방해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하였고( 대법원 1991. 1. 29. 선고 90도2852 판결 참조), 그 밖에도 시간외근로의 거부, 정시출퇴근 등 법규정을 준수하는 적법한 권리행사를 쟁의행위의 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준법투쟁에 대해서도 그것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도326 판결,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970 판결,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3도214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일면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갖는 행위임에도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여 근로자들로 하여금 형사처벌의 위협 아래 근로에 임하게 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7헌바2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 점에서도 “위력”의 개념에 관한 다수의견의 해석논리를 일반화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일정한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 파업도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은, 다수의견이 설정하고 있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라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근로자들에게 사용자에 대한 ‘일할 의무’를 형벌로써 강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국제노동기구(ILO) 제105호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조약” 제1조 d항은 동맹파업에 참가한 것에 대한 제재를 강제노동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위원회에서는 2000년 이래 매년 계속하여, 그리고 국제연합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에서는 2001년과 2009년에 걸쳐 거듭하여, 폭력이 수반되지 아니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행위를 형법 제314조에 기하여 처벌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비폭력적 쟁의행위’가 동 조항에 의해 처벌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권고하고 있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점도 함께 지적해 둔다.

한편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위법한 단순 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법의 원인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결여한 경우 쟁의행위를 위법하게 하는 각각의 행위에 대하여는 노조법에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어 노조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다. 즉, 노조법 제37조 내지 제46조는 쟁의행위의 원칙·주체·절차·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벌칙조항인 제88조 내지 제91조에서 위 각 규정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노조법 제88조 참조)부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노조법 제91조 참조)까지의 형을 부과하는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법상 규정된 쟁의행위에 관한 여러 규정 위반으로 인하여 쟁의행위 자체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러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한다면, 구태여 노조법에 위와 같이 업무방해죄의 법정형과 같거나 보다 가벼운 형을 정하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둘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였으나 폭행·협박·강요 등의 수단이 수반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노조법상 규정을 위반하여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당해 쟁의행위를 이유로 근로자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근로자에게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시킴과 함께 근로자를 노조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끝으로, 다수의견이 단순 파업이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파업이 사용자가 미처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가 이에 대처할 수 없었다는 사정’과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정’을 들고 있는 것이 과연 형벌법규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론으로서 제시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것인가도 커다란 의문이다.

다수의견이 단순 파업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이 없는 경우라 하여 언제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위력의 개념을 어느 정도 제한하여 해석한 것은 종래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진일보한 입장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에 의하더라도 과연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수의견의 해석론에 따른다 할지라도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한 “위력” 개념의 일반조항적 성격이 충분히 해소된 것은 아니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구체적 사례에서 자의적인 법적용의 우려가 남을 수밖에 없다.

라.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 법리의 적용상의 당부

위력의 개념에 관한 다수의견의 해석론에 찬성할 수 없음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지만, 더 나아가 다수의견이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하여 제시하는 판단 기준을 이 사건에 적용해 보더라도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즉,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05. 11. 10. 신청한 조정절차에서 특별조정위원회는 노사 간 주장의 현격한 차이로 인하여 조정성립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2005. 11. 25.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조정을 종료하면서, 전국철도노동조합으로부터 2005. 12. 16.까지 파업 없이 성실히 교섭에 응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서가 제출되자 ‘중재회부를 보류하되 향후 쟁의행위에 돌입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장을 중재에 회부할 것을 권고한다’는 취지의 조건부 중재회부권고결정을 한 사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중재회부보류결정을 하였고, 2006. 1. 31.까지 자율교섭을 하겠다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2차 약속이 있게 되자 다시 중재회부보류결정을 한 사실, 그런데 2006. 1. 31.까지 노사 간의 교섭에 별 진전이 없게 되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같은 날 더 이상 파업을 자제한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명하였고, 2006. 2. 7.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총파업 시기를 2006. 3. 1. 01:00경으로 결의하여 한국철도공사에 미리 이를 예고한 사실, 이러한 상황에서 2006. 2. 28. 최종적으로 노사 간의 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비로소 파업 개시 5시간 전인 2006. 2. 28. 20:00경 중재회부결정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이 사건 파업 등 쟁의행위에 앞서 조정을 신청하는 등 자율교섭을 위하여 노력하였고, 공익사업의 경우 구 노조법 제54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조정신청일부터 30일 내에 중재회부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임에도,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회부보류결정이라는 일종의 변형결정으로 인하여 3개월이 훨씬 지난 시점인 2006. 2. 28. 20:00경 직권중재회부결정이 내려진 점, 특히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그 이전인 2006. 1. 31. 이미 중재회부보류결정의 근거가 된 파업 자제의 약속을 더 이상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표시하였고, 2006. 2. 7. 총파업 시기를 2006. 3. 1. 01:00경으로 결의하여 한국철도공사에 미리 이를 예고한 상황이었던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고된 총파업의 개시를 불과 5시간 정도 앞둔 시점에서 위 직권중재회부결정이 내려지자 위와 같이 당초 예정된 파업을 진행한 점을 비롯한 이 사건 파업의 전후 사정과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할 때, 한국철도공사로서는 이 사건 파업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파업이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다수의견이 말하는 이유로 전격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쟁의행위로서의 정당성 요건을 흠결한 때에는 전격성이 없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거의 상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다수의견이 위력의 개념을 제한해석한 의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파업의 수단 또한 폭력적 행동이나 달리 위법이라고 할 만한 언동 없이 근로자의 집단적인 소극적 근로제공 거부에 그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이 사건 파업의 전격성에 기한 손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주도한 이 사건 파업은 다수의견의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한국철도공사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세력으로서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이 중재 시 쟁의행위의 금지에 관한 노조법 제63조에 위반하여 이루어지고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하여 한국철도공사가 입은 손해가 크다는 점만을 중시하여, 단순한 집단적 근로제공의 거부행위인 이 사건 파업에 대해서까지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는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마. 결론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단순히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이 사건 파업을 주도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반대의 전제에서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죄의 죄책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314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혀두는 바이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양승태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주심)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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