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6950 판결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업무상횡령·횡령·개인채무자회생법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공2009상,279]
【판시사항】
[1] 위조된 문서가 압수되어 현존하는 경우 문서위조죄에 대한 공소사실의 특정 정도
[2] 외국 유명 대학교의 박사학위기를 위조·행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위조되었다고 하는 박사학위기 사본만 현출된 사안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3] 대학교 시간강사 임용과 관련하여 허위의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만을 제출한 사안에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공무원으로 하여금 특별교부세 교부대상이 아닌 특정 사찰의 증·개축사업을 지원하는 특별교부세 교부신청 및 교부결정을 하도록 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5]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제87조 제1호 사기개인회생죄에서 말하는 ‘재산의 은닉’의 의미
[6]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 및 ‘의무’의 의미
[7] 제3자뇌물공여죄에서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8]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기업관계자들에게 기업 메세나(Mecenat) 활동의 일환인 미술관 전시회 후원을 요청하여 기업관계자들이 특정 미술관에 후원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제3자뇌물공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문서의 위조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그 위조된 문서가 압수되어 현존하고 있는 이상, 그 범죄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은 범죄의 동일성 인정과 이중기소의 방지, 시효저촉 여부 등을 가름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문서의 위조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재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2] 외국 유명대학교의 박사학위기를 위조·행사하였다는 공소사실에 관하여 위조되었다고 하는 박사학위기 사본만 현출된 사안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3] 대학교 시간강사 임용과 관련하여 허위의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만을 제출한 사안에서, 임용심사업무 담당자가 불충분한 심사로 인하여 허위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믿은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4]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공무원으로 하여금 특별교부세 교부대상이 아닌 특정 사찰의 증·개축사업을 지원하는 특별교부세 교부신청 및 교부결정을 하도록 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5] 구 개인채무자회생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87조 제1호 사기개인회생죄에서 말하는 ‘재산의 은닉’은 재산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고, 재산의 소재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의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다만,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면서 단순히 소극적으로 자신의 재산 및 수입 상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한 재산목록 등을 제출하는 행위는 위 죄에서 말하는 ‘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6]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여기에서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공무원이 직무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에 근거하여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권유하거나 협조를 의뢰한 것에 불과한 경우까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란 법률상 의무를 가리키고,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7]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공여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은 물론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도 가능하다.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공무원이 먼저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8]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기업관계자들에게 기업 메세나(Mecenat) 활동의 일환인 미술관 전시회 후원을 요청하여 기업관계자들이 특정 미술관에 후원금을 지급한 사안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및 제3자뇌물공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형법 제231조 [2]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형법 제231조, 제234조 [3] 형법 제137조 [4] 형법 제123조 [5] 구 개인채무자회생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87조 제1호(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43조 제3항 제1호 참조) [6] 형법 제123조 [7] 형법 제130조 [8] 형법 제123조, 제13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도513 판결(공1990, 1631)
[7]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8568 판결(공2008하, 1000)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피고인들 및 검사
【변 호 인】법무법인 바른외 1인
【원심판결】서울서부지법 2008. 7. 22. 선고 2008노4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신정아의 유죄 부분, 공소기각 부분 및 2007. 4.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위조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1, 피고인 3의 상고 및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관한 피고인 신정아 및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1) 공소사실의 기재는 범죄의 일시,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여 사실을 특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바(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와 같이 공소사실의 특정을 요구하는 법의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에 있으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의 정도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하며 그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6. 6. 2. 선고 2006도48 판결 참조). 문서의 위조 여부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그 위조된 문서가 압수되어 현존하고 있는 이상, 그 범죄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은 범죄의 동일성 인정과 이중기소의 방지, 시효저촉 여부 등을 가름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문서의 위조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재되어 있으면 충분하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도11000 판결 참조). 또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장변경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 범죄사실의 구체적 경위를 인정하더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각 캔사스대학교 졸업증명서 사본, 예일대학교 박사과정입학허가서 사본, 예일대학교 박사학위증명확인서 사본 위조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이 심리결과 인정된 위조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시하였지만 이는 개괄적인 위조 방법의 범위 내 사실로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원심판결에 공소사실의 특정이나 불고불리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신정아는 2007. 4.경 불상의 장소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신정아가 2005. 5. 23. 예일대학교 예술철학사 박사학위를 수여하였다’는 취지와 예일대학교 총장 하워드 알 라마(Howard R. Lamar) 서명이 기재된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 1매를 작성하여 사실증명에 관한 사문서를 위조하고, 2007. 5. 20. 동국대학교에서 동국대학교 교직원으로부터 박사학위기 원본 제출을 요구받아 위조한 문서를 제출하여 행사하고, 2007. 7. 4. 광주비엔날레 사무실에서 광주비엔날레 직원 공소외 1에게 송부하여 행사하였다”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이 위조·행사하였다고 하는 위 ‘박사학위기’는 ‘원본’으로 보아야 하는바, 피고인 신정아는 2007. 5. 20.경 박사학위기 사본을 제출하였을 뿐, 같은 날 박사학위기 원본을 제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박사학위기 ‘원본’은 현출되어 있지 아니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문서에 대한 것으로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위조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박사학위기위조 부분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위조박사학위기행사 부분에 대하여도 역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박사학위기위조 부분은 피고인이 위조하였다는 문서의 내용 및 그 명의자가 특정되었을 뿐 아니라 위조 일시, 방법이 개괄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각 위조박사학위기행사 부분은 위조문서의 내용, 행사 일시, 장소, 행사 방법 등이 특정되어 기재되어 있고, 기록상 위조되었다는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와 동일하다고 하는 박사학위기 사본이 현출되어 있으므로 이로써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볼 것이고, 다만 피고인 신정아가 2007. 4.경 위조하였다는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가 현출된 박사학위기 사본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유·무죄의 실체 판단을 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요소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박사학위기위조 및 각 위조박사학위기행사의 점에 관하여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없다고 하여 공소를 기각하였음은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그 이유 있다.
나.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이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판시한 여러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문서위조 범의를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원심 판시 부분은 적절치 아니하나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일 뿐 범의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피고인에게 있다는 취지는 아니므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2.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피고인 신정아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상대방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상대방이 일정한 자격요건 등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신청서에 기재된 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자격요건 등을 심사·판단하는 것이므로, 그 업무담당자가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이를 수용하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주장을 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허위의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제출한 경우 그 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담당자가 관계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 요건의 존부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분히 심사를 하였음에도 신청사유 및 소명자료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그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가 아니라 신청인의 위계행위에 의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한 것이어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도213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에서 피고인이 이화여자대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교들에 대한 시간강사나 조교수의 임용 또는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 선임과 관련하여 허위의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소명자료로서 위조된 학위 관련 서류를 함께 제출하여 마치 허위 학력이 진정한 것처럼 행세한 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러나 원심이 그 설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의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범행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이화여자대학교에 제출한 서류는 허위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뿐이었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① 이화여자대학교는 피고인의 문화예술계 활동경력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을 시간강사로 임용하였고, ② 피고인이 강의한 과목은 학위취득 여부와 무관한 문화예술활동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었으며, ③ 시간강사 임용심사업무 담당자는 피고인의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경력을 보고 이력서에 기재한 학력을 믿었기 때문에 학위증이나 졸업증명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았던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바, 임용심사업무 담당자로서는 피고인에게 학력 관련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여 이력서와 대조 심사하였더라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로 인하여 허위 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믿은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계행위에 의하여 업무방해의 위험성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업무상횡령의 점에 관한 피고인 신정아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은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이유 또는 형의 가중, 감면의 이유되는 사실의 진술이 있는 때에는 이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횡령행위를 완료한 후에 횡령한 재물을 자신이 소비하지 않고 제3자에게 교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횡령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횡령한 성곡미술관의 전시회 예산을 성곡미술관장인 공소외 2에게 전달하였다는 주장은 범죄의 성립이나 형의 필요적 감경 또는 면제 사유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3조 소정의 유죄판결에 명시할 이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원심이 피고인의 위 주장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기획예산처장관실 미술품 설치 관련 횡령의 점에 관한 피고인 신정아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횡령죄에 있어서의 재물의 보관이라 함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그 보관이 위탁관계에 기인하여야 할 것임은 물론이나 그것이 반드시 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된다( 대법원 1987. 10. 13. 선고 87도1778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취지에서 기획예산처로부터 4개의 설치물로 구성된 ‘움직이는 고요’라는 이 사건 작품의 구입을 부탁받고 작가인 공소외 3과 작품가격을 절충한 뒤 이 사건 작품을 구입하여 인도받은 피고인은 작품의 구입을 부탁한 기획예산처를 위하여 이 사건 작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고, 피고인이 기획예산처에 이 사건 작품 전부를 인도하지 않고 그 중 1개의 설치물을 피고인 자신의 집에 설치한 것이 횡령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횡령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5. 특별교부세 교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 1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특별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의한 지방교부세의 일종으로 보통교부세의 산정방법으로는 자치단체의 모든 재정수요를 완벽하게 포착할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지방교부세법령에 의하여 특별교부세의 교부요건 및 교부대상, 교부절차 등이 엄격히 법정되어 있는바, 지방교부세법령에 규정된 교부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개인적인 사업에 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든 특별교부세를 교부하는 것은 지방교부세법령을 위반하여 개인의 사익을 위하여 부당하게 국고의 손실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엄격히 금지되어야 하고,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국가정책 전반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자치부에 특별교부세의 교부결정에 관하여 지시하거나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인 피고인이 행정자치부 및 울주군과 과천시의 특별교부세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특별교부세 교부대상이 아닌 ○○사와 △△사의 증·개축사업에 특별교부세를 교부하기 위하여 교부요건에는 해당하나 이미 예산이 확보된 다른 공공사업에 특별교부세를 신청하여 교부된 금액 상당액에 해당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으로 ○○사와 △△사의 증·개축사업을 지원하도록 특별교부세 교부신청 및 교부결정을 하도록 하게 한 행위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여 행정자치부 및 울주군과 과천시의 특별교부세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이른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헌법상 통치행위 및 특별교부세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 3의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는바, 공모자 중 일부가 구성요건 행위 중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히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428 판결 참조). 그리고 피고인이 공모의 점과 함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과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관계 기록 및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3에 대하여 피고인 1과 사이에 지방교부세법상 특별교부세 지원대상이 되지 않는 ○○사에 특별교부세를 교부받도록 공모하여 피고인 1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에 특별교부세가 교부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 특별교부세 담당 공무원 및 울주군의 특별교부세 담당 공무원에 대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인정하여 피고인 3을 직권남용권리행사범행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위 사실인정 및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없다.
6. 피고인 신정아의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위반의 점에 관한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구 개인채무자회생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87조 제1호 소정의 사기개인회생죄에서 말하는 ‘재산의 은닉’은 재산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말하고, 재산의 소재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의 소유관계를 불명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지만,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면서 단순히 소극적으로 자신의 재산 및 수입 상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아니한 재산목록 등을 제출하는 행위는 위 죄에서 말하는 ‘재산의 은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이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표, 예금 등 재산과 많은 급여수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하면서 일부 재산과 급여수입을 누락하여 기재한 재산목록과 변제계획안수정신청서를 제출한 행위가 ‘재산의 은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구 개인채무자회생법 소정의 사기개인회생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고, 검사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실에 관한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7. 피고인 1, 신정아의 동국대학교 교수 임용 관련 뇌물수수의 점에 대한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129조 제1항 소정의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때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와 별도로 형법 제130조에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때에는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하고 그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뇌물을 받도록 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다른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그 밖에 예컨대, 평소 공무원이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형법 제129조 제1항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인 1과 피고인 신정아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관계로서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였고, 피고인 신정아의 업무에 피고인 1이 다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은 인정되나 나아가 피고인 1이 피고인 신정아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인들은 별도의 가계를 가지고 생활을 하였던 정도로는 사회통념상 피고인 신정아가 동국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된 것이 피고인 1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8. 피고인 1, 신정아의 성곡미술관 후원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에 대한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 여기에서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공무원이 직무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에 근거하여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권유하거나 협조를 의뢰한 것에 불과한 경우까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란 법률상 의무를 가리키고,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이 임원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기업체들에 대하여 기업 메세나 활동의 일환인 미술관 전시회 후원을 요청한 이 사건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직권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9. 피고인 1, 신정아의 성곡미술관 후원금 관련 제3자뇌물공여 부분에 관한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공여죄에 있어서 ‘청탁’이란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한 직무집행을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을 의뢰하는 행위를 말하고, ‘부정한’ 청탁이란 의뢰한 직무집행 자체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경우는 물론, 의뢰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하거나 부당하지 아니하지만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6도8568 판결 참조). 그런데 형법 제130조의 제3자뇌물공여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처벌의 범위가 불명확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은 물론,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지만,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그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나 양해 없이 막연히 선처하여 줄 것이라는 기대에 의하거나 직무집행과는 무관한 다른 동기에 의하여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한 경우에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무원이 먼저 제3자에게 금품을 공여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 1의 후원요청을 받은 기업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적인 모든 현안에 관하여 유리하게 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취지로 피고인 1의 직무에 대한 대가로 성곡미술관에 후원금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제3자뇌물공여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10. 피고인 1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부분에 관한 검사의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이 2005. 3. 초순경 공소외 2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으로 구속 기소되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그 재판을 받고 있던 그녀의 남편인 공소외 4가 집행유예로 석방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례금 명목으로 1억 원을 교부받고, 다시 2005. 5. 초순 19:00경 또는 2005. 6. 28. 19:00경 집행유예로 석방된 공소외 4로부터 위와 같은 부탁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2억 원을 교부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합계 3억 원을 수수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그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사실심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서 기록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11. 피고인들 및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12.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신정아의 유죄 부분 중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 공소기각 부분(2007. 5. 20.자 및 2007. 7. 4.자 위조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행사의 점), 항소기각 부분 중 2007. 4.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위조 부분은 위와 같은 파기사유가 있고, 원심은 피고인 신정아의 유죄 부분에 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신정아의 유죄 부분, 공소기각 부분 및 2007. 4. 예일대학교 박사학위기위조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피고인 1, 피고인 3의 상고와 원심판결 중 피고인 신정아와 피고인 1의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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