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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공직선거법위반]〈제주지사실압수수색사건〉 - 박진완 변호사의 LawBrain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공직선거법위반]〈제주지사실압수수색사건〉[집55(2)형,924;공2007하,1974]

【판시사항】

[1]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원칙적 소극) 및 그 판단 기준

[2] 피고인측에서 검사의 압수수색이 적법절차를 위반하였다고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된 위법사유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3] 제주지사 선거와 관련하여 제주도 소속 공무원들이 선거에 출마한 현직 제주도지사인 후보자의 방송사 토론회 대담자료를 작성하고 예행연습을 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4] 공무원이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의 기획에 다른 공무원이 참여하는 행위를 단순히 묵인하거나 소극적으로 이익을 누린 경우,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제255조 제1항 제10호 위반죄의 처벌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나) 다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대법관 양승태, 김능환, 안대희의 별개의견]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압수물의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법절차의 요청과 실체적 진실규명의 요청을 조화시키는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은 그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자칫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 사법의 또다른 목표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법원이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하고,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피고인측에서 검사가 제주지사실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수집한 증거물이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다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된 위법사유 중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의 압수, 영장 제시 절차의 누락, 압수목록 작성·교부 절차의 현저한 지연 등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3] 제주지사 선거와 관련하여 제주도 소속 공무원들이 선거에 출마한 현직 제주도지사인 후보자의 방송사 토론회 대담자료를 작성하고 예행연습을 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4]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는 공무원 등 공적 지위에 있는 자들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255조 제1항 제10호는 ‘ 제86조 제1항 제2호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바, 공무원이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의 기획에 다른 공무원이 참여하는 행위를 단순히 묵인하였다거나 소극적으로 이익을 누린 사실만으로는 위 조항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307조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307조 [3]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제255조 제1항 제10호 [4]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 제255조 제1항 제10호

【참조판례】

[1] 대법원 1968. 9. 17. 선고 68도932 판결(변경)
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도705 판결(공1987, 1265)(변경)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318 판결(공1994상, 1043)(변경)
대법원 1996. 5. 14.자 96초88 결정(공1996하, 1957)(변경)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도1513 판결(변경)
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3194 판결(변경)
[3]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2932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4069 판결(공2007하, 1882)

【전 문】

【피 고 인】김태환외 8인

【상 고 인】피고인 김태환외 7인 및 검사 (피고인 김태환 외 4인에 대하여)

【변 호 인】법무법인 태평양외 4인

【원심판결】광주고법 2007. 4. 12. 선고 2007노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김태환, 피고인 2, 4, 6, 7, 9에 대한 유죄 부분 및 피고인 김태환에 대한 피고인 6의 유력인사 30명 전화자료 관련 부분, 피고인 2, 9에 대한 중문동 지역책임자 추천 관련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3, 8 및 검사의 상고는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김태환, 피고인 2, 4, 6, 7, 9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 압수·수색 … 을 받지 아니하며”(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같은 조 제3항)라고 정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하고 있다.

이를 이어받아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구체화한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관한 상세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신체·물건과 압수수색의 사유 등이 특정되어야 하며(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19조, 제114조 제1항, 형사소송규칙 제58조), 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고, 피의자 아닌 자의 신체 또는 물건은 압수할 물건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색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9조 제2항, 제118조). 또한, 영장 집행은 피의자 등 참여권자에게 미리 통지하여야 하고, 집행 장소가 공무소일 때에는 그 책임자에게 참여할 것을 통지하여야 하며, 공무원이 소지하는 물건에 관하여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이라는 신고가 있으면 그 소속 공무소 등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하고( 같은 법 제219조, 제111조 제1항, 제121조, 제122조, 제123조 제1항), 압수물을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등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219조, 제129조, 제133조).

위와 같이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근간을 선언한 헌법과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무릇 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은 그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지 않으므로 엄격히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절차 조항에 따르지 않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하여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압수물은 그 압수절차가 위법이라 하더라도 물건 자체의 성질, 형상에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그 형상 등에 관한 증거가치에는 변함이 없다 할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1968. 9. 17. 선고 68도932 판결, 대법원 1987. 6. 23. 선고 87도705 판결,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도3318 판결, 대법원 1996. 5. 14.자 96초88 결정,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도1513 판결, 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3194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안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다만,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압수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 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및 피고인과의 관련성, 절차 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등 관련성의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 김태환, 피고인 2, 4, 6, 7, 9는 공소제기 직후부터 일관하여 검사가 실시한 압수수색은 압수수색영장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영장의 제시 및 집행에 관한 사전통지와 참여, 압수목록 작성·교부 등에 관하여 법이 정한 여러 절차 조항을 따르지 않은 위법한 것이어서 이를 통하여 수집된 이 사건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압수물의 수집 과정에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 조항을 위반한 위법이 있었는지,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압수물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인지가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검사가 이 사건 압수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 조항을 위반한 위법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주장된 구체적 위법사유 중 영장에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되지 않은 물건의 압수, 영장 제시 절차의 누락, 압수목록 작성·교부 절차의 현저한 지연 등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 점이 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냥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유죄 인정의 유력한 증거로 채택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죄책을 인정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을 범한 것으로,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피고인 김태환, 피고인 2, 4, 6, 7, 9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은 모두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2. 피고인 3, 8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6조는 공무원 등 공적 지위에 있는 자들에 대하여 선거운동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선거운동’보다 개념이 넓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유형을 예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의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는 행위’라 함은 선거운동의 효율적 수행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일체의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2932 판결, 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4헌바33 결정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공무원인 피고인 3, 8이 입후보예정자를 초청하여 개최하는 방송사 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인 제주도 도지사 피고인 김태환을 위하여 토론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대담자료를 작성하거나 예행연습을 한 행위는 모두 피고인 김태환의 선거운동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계획 수립에 활용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어서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의 선거운동 기획 참여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위 피고인들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13조 제1항은 위 조항에서 정한 서류는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 또는 증명된 때에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여기서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서류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그대로 또는 작성자가 작성한 그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므로,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위 서류에 대하여 그 서류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그대로 또는 작성자가 작성한 그대로 기재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4. 12. 16. 선고 2002도53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수개의 범죄행위를 포괄하여 하나의 죄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범의의 단일성 외에도 각 범죄행위 사이에 시간적·장소적 연관성이 있고 범행의 방법 사이에서도 동일성이 인정되는 등 수개의 범죄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5도1952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인 일부 피고인들이 그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제313조 제1항에 정한 서류들의 증거능력을 배척하고, 서로 하나의 범죄로 평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포괄일죄로 인정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에 대하여는 실체적 경합범으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은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하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공직선거법 제86조 제1항 제2호는 공무원 등 공적 지위에 있는 자들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255조 제1항 제10호는 ‘ 제86조 제1항 제2호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하게 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바, 공무원이 자신을 위한 선거운동의 기획에 다른 공무원이 참여하는 행위를 단순히 묵인하였다거나 소극적으로 이익을 누린 사실만으로는 위 조항에 의한 처벌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은 없다.

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것으로서 모두 받아들일 수 없고, 달리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은 보이지 않는다. 검사의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김태환, 피고인 2, 4, 6, 7, 9에 대한 유죄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피고인 김태환에 대한 피고인 6의 유력인사 30명 전화자료 관련 무죄 판단 부분은 피고인 6의 유력 인사 7명 전화자료 관련 유죄 부분과, 피고인 2, 9에 대한 중문동 지역책임자 추천 관련 무죄 판단 부분은 산남 지역책임자 추천문서 관련 유죄 부분과 각각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위 유죄 부분과 무죄 판단 부분을 함께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 3, 8 및 검사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인 김태환, 피고인 2, 4, 6, 7, 9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안대희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안대희의 별개의견

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나, 다만 다수의견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예외 인정 기준과 관련하여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증거를 유죄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먼저 다수의견이 말하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의 하나로 들고 있는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내용인지 알기 어렵다. 또한,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사 사법 정의의 실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결론과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의 결론을 상호 비교·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인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 볼 때,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영장주의 원칙과 증거능력의 제한에 관한 것을 비롯하여 형사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관한 상세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근본 취지는, 기본적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적법절차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그 절차는 엄격히 준수되어야 할 것이고, 이 점은 다수의견이 강조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 다수의견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 사안의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합당하게 형벌권을 행사함으로써 개인의 법익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 확보하는 것 또한 형사사법이 추구하여야 할 목표이자 이념이다. 압수물의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경우에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이러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의 취지와 형사사법의 목표 및 이념을 아울러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압수물의 형상과 성질의 불변성만을 중시하여 그 수집절차의 위법 여부와는 관계없이 언제나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되면 위법수사를 통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용인하고 사법의 염결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반면에, 그 수집절차에 어떠한 위법이라도 있기만 하면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실체적 진실규명을 통한 적정한 형벌권의 행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압수물의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적법절차의 요청과 실체적 진실규명의 요청을 조화시키는 균형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은 그 취지가 분명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으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자칫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형사 사법의 또다른 목표의 달성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그러므로 수집절차에 위법이 있는 압수물의 증거능력은, 법원이 그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그 증거수집 절차의 위법사유가 영장주의의 정신과 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으로 볼 것이고, 그 위법 사유가 이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압수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종래 대법원은 이러한 점에 대한 고려 없이, 압수된 증거물의 성질 및 형상불변론에 터잡아 그 수집절차의 위법 유무나 그 위법의 정도 여하를 불문하고 언제나 그 증거능력이 있다는 견해를 취하여 왔는바, 이는 위법수사를 통한 개인의 기본권 침해를 용인하고 사법의 염결성을 훼손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서 더 이상 그대로 유지할 수 없고, 위와 같이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기준에 관하여 별개의견을 밝혀 두는 바이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고현철 김용담 김영란 양승태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박일환(주심)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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