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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07. 9. 6. 선고 2007노586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업무상배임·뇌물공여{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 상고〈정몽구 사회봉사명령 사건〉 - 박진완 변호사의 LawBrain

서울고법 2007. 9. 6. 선고 2007노586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업무상배임·뇌물공여{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증재)}] 상고〈정몽구 사회봉사명령 사건〉[각공2007.10.10.(50),2280]

【판시사항】

[1] 재벌그룹 회장이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참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함으로써 후자의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2] 재벌그룹 계열사 등 주주회사가 자금을 출연한 투자펀드의 수익금을 그룹 회장의 개인재산과 함께 관리·사용한 경우에, 실제로 사용한 금액뿐만 아니라 나머지 금액에 대하여도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한 사례

[3] 주식회사의 자금으로 설립한 펀드에서 수익금이 발생하였음에도 마치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회계처리한 다음 별개의 법인격체인 다른 펀드에 수익금을 송금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4] 복수의 해석이 가능한 형벌 법규의 해석 방법

[5]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의 ‘정부관리기업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위 중앙회를 정부관리기업체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는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48호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인지 여부(적극)

[6] 재벌그룹 회장의 횡령행위 등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인정하면서 제반 양형사실들, 특히 범행 후의 사정으로서 6, 7년 내에 순차로 합계 8,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여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내용 등의 사회공헌계획을 수립·시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여,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으로서 준법경영을 내용으로 하는 강연과 기고, 위 사회공헌계획의 성실한 이행 등을 명한 사례

【판결요지】

[1] 재벌그룹 회장이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하여 참여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함으로써 후자의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목적이 계열사의 연쇄부도나 금융기관의 계열사들에 대한 금융제재를 회피하는 데 있기보다 회장 개인의 연대보증채무를 해소하는 데 있다고 보아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2] 그룹 계열사 등 주주회사의 자금이 출연된 투자펀드의 수익금을 그룹 회장의 개인재산과 함께 관리·사용한 경우에, 실제로 사용한 금액뿐만 아니라 나머지 금액 전부에 대한 횡령죄의 기수를 인정한 사례.

[3] 주식회사의 자금으로 설립한 펀드에서 수익금이 발생하였음에도 마치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회계처리한 다음 별개의 법인격체인 다른 펀드에 수익금을 송금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4] 형벌 법규의 해석상 복수의 해석이 가능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론을 채택하여야 함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당연하다. 특히 수뢰자를 기준으로 볼 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는 경우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1호)이고, 적용되지 않을 경우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불과하여 어느 해석론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수뢰자가 받게 되는 형벌의 차이가 매우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필요성은 더욱 크다.

[5]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개정시의 입법취지, 형벌 법규 명확성의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 법규에 대하여 복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론을 채택하여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법 제4조 제1항 제2호의 ‘정부관리기업체’라 함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지도·감독, ‘또는’ 주주권의 행사 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국가 등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를 단일한 기준으로 삼아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농업협동조합법의 규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 등이 중요사업의 결정이나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위 법률이 정한 ‘정부관리기업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위 중앙회를 정부관리기업체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48호는 모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이다.

[6] 재벌그룹 회장의 횡령행위 등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인정하면서 제반 양형사실들, 특히 범행 후의 사정으로서 6, 7년 내에 순차로 합계 8,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여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내용 등의 사회공헌계획을 수립·시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점을 참작하여,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으로서 준법경영을 내용으로 하는 강연과 기고, 위 사회공헌계획의 성실한 이행 등을 명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2]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4] 형법 제1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5]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2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48호 [6] 형법 제62조의2

【전 문】

【피 고 인】정몽구외 1인

【항 소 인】쌍방

【검 사】이동열외 2인

【변 호 인】변호사 박순성외 2인

【원심판결】서울중앙지법 2007. 2. 5. 선고 2006고합474, 609(병합)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한다.

2. 피고인 정몽구에 대하여

가.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62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나. 형법 제62조의2에 규정된 사회봉사명령으로서, 피고인에게 다음 사항을 이행할 것을 명한다.

(1)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들 또는 다른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준법경영을 주제로, 합계 2시간 이상(2시간 동안 1회 이상 또는 1시간씩 2회 이상) 강연할 것

(2) 국내 일간지와 경제전문잡지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각 1회 이상씩 기고할 것

(3)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공표한 별지 기재 내용의 사회공헌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

3. 피고인 2에 대하여

가.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5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나. 형법 제62조의2에 규정된 사회봉사명령으로서, 피고인에게 다음 사항을 이행할 것을 명한다.

(1)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의 임직원들 각 100명 이상씩을 대상으로, 준법경영을 주제로, 위 각 회사별로 1시간 이상씩 강연할 것

(2) 국내 일간지와 경제전문잡지에 준법경영을 주제로 각 1회 이상씩 기고할 것

【이 유】

1.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배임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가) 유상증자 참여행위의 배임성 관련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기한의 이익상실에 따른 중도 상환 요구, 기존 여신의 연장 불허, 신규 여신 중단 등 여신제재와 이에 따른 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조달비용(금리)의 급격한 상승 등 금융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②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는 항공사업 부문의 통합이나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이행을 위하여 이루어졌다.

③ 피고인 정몽구의 연대보증책임을 해소할 목적으로 유상증자 참여액 전액 손실을 감수하고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④ 유상증자 참여 당시 증자참여액 전액 손실이 예견되지도 않았다.

⑤ 주주사들이 처한 총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투자손익’과 ‘참여하지 않음에 따른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보면, 유상증자 참여행위는 적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인과관계 관련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주주사들은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많은 이익을 얻었고,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여신거래상의 불이익으로 인하여 종국적으로 현대우주항공의 채무변제를 회피할 수 없음이 충분히 예견되므로, 유상증자 참여행위와 손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다) 손해액 관련

주주사들로서는 자신의 여신거래상의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던 만큼, 사후적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하였다 하여 증자참여액 전액을 손해라고 할 수 없다.

(라) 고의 및 공모 여부 관련

피고인 정몽구는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하여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피고인 2도 현대우주항공의 대표이사로서 그 직책에 요구되는 당연한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의 고의 및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2) 현대강관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배임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의 가.항)

(가) 유상증자 행위의 배임성 관련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① 주주사들의 유상증자 참여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하여진 것으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그에 따른 여신제재 조치나 여신거래상의 불이익은 필연적이었다.

② 주주사들이 외부 투자자에게 작성 교부한 서면인 컴포트 레터(Comfort Letter)는, 외부 투자자들의 일정한 투자수익을 보장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결국 주주사들에게 불리한 이면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③ 유상증자 당시의 현대강관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주자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어 투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형편이었다.

④ 유상증자 참여 이후 발생한 현대강관 주가하락은 유상증자 참여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국내 증시의 동반 폭락에 따른 것일 뿐, 증자 참여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다.

⑤ 주주사들이 처한 총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투자손익’과 ‘참여하지 않음에 따른 불이익’을 비교형량하면, 유상증자 참여행위는 적정하다고 보아야 한다.

(나) 손해 및 인과관계 관련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주주사들은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유·무형의 많은 이익을 얻었고, 도중에 현대강관의 주가하락으로 인하여 손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내 증시의 동반 폭락에 기인한 것이므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고의 및 공모관계 관련

피고인 정몽구는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된 사항들을 지시 또는 승인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으로 보고받아 알고 있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 정몽구의 고의 및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3) 현대강관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횡령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나.항)

(가) 불법영득의사 관련

피고인 정몽구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청산 잔여금은 현대자동차에 입금되었고 단지 회계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현대자동차의 회계장부상 자산으로 기장처리하지 못하고 현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므로, 이는 단순한 보관방법의 변경에 불과하여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나) 횡령액 관련

설령 보관 및 관리단계에서 자금의 운용과 관련하여, 원심의 사실인정과 같이 그 중 합계 6,300만 원이 일시 인출되었다가 재차 반환되었다 하더라도, 횡령액은 일시 인출되었던 6,300만 원에 불과하다.

(다) 고의 및 공모관계 관련

피고인 정몽구는 이 사건 이익금 처리와 관련된 사항들을 지시 또는 승인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으로 보고받아 알고 있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 정몽구의 고의 및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4) 현대강관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횡령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다.항)

(가) 불법영득의사 관련

피고인 정몽구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는 멜코나 굿펠로우즈 펀드가 얻은 수익금을 현대자동차에 귀속시키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통로로 이용된 것에 불과하므로, 위 펀드에 대한 송금시에 불법영득의사가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없다.

(나) 고의 및 공모관계 관련

피고인 정몽구는 이 사건 이익금 처리와 관련된 사항들을 지시 또는 승인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으로 보고받아 알고 있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 정몽구의 고의 및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없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의 연령과 이력, 이 사건의 경위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면 원심의 선고형(피고인 정몽구 : 징역 3년, 피고인 2 :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 2에 대한 뇌물공여의 점)

(1)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중앙회’라 한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2호, 동 시행령 제2조 제48호에 의한 정부관리기업체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가) 위 규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① 법령에 따라 지도·감독하는 기업체이거나, ② 법령에 의거 지도·감독하지 않더라도 주주권의 행사 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체이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이라 한다)의 여러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국가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광범위한 지도·감독권한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지도·감독권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국가가 농협중앙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따라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위 시행령이 무효로서 농협중앙회가 정부관리기업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 정몽구에 대한 공소사실의 중대성과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그 결과, 범행으로 야기된 사회적 손실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면, 피고인 정몽구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3. 판 단

가.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배임의 점에 관한 판단

(1) 유상증자 참여행위의 배임성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금융기관의 신용정보 교환 및 관리규약, 여신업무규정 등 각종 금융규정(이하 ‘금융규정’이라 한다)에 따라 여신제재와 금융상의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던 사실, 현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사이에 ‘현대그룹 계열사 재무구조를 개선하여 계열사 전체의 부채비율을 199.7% 이하로 낮추며 외자유치 목표액 104억 달러를 달성하기’로 하는 내용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① 1998. 하반기에 산업구조조정(소위 빅딜) 과정에서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등 3사의 항공사업 부문 자산과 일정 비율의 부채만을 분리하여 현물출자 형식으로 1개의 통합법인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구조조정방안이 확정되었으므로,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그 출자액을 전혀 회수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였던 점(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 증거기록 9283쪽), ② 현대우주항공이 부도처리될 경우에 금융기관들이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 등의 규정에 따라 반드시 주주사들에 대한 여신 제재나 금융상의 불이익을 가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회사들의 재무구조, 사업 전망 등 전반적인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항공산업 구조조정방안이 IMF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하여 정부 주도로 수립되어 추진된 점을 감안할 때, 설령 현대우주항공이 구조조정과정에서 부도처리된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현대우주항공 대출금채무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한 현대정공이나 피고인 정몽구 등이 그 보증한도 내에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부담하는 이외에 여타의 계열사들이 주주사라는 이유만으로 추가적인 금융상 불이익을 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LG카드 유동성위기를 처리하였던 한국산업은행 직원도 같은 취지로 “은행으로부터 여신을 받은 기업이 부도가 발생하는 등 신용에 현저한 변동이 있더라도, 금융기관이 반드시 여신회수나 신규여신제한 등 금융제한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은행단 협의를 통해 국가 경제적 고려나 채권회수의 측면에서 부도를 유예해 주기도 하고 신규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기업정상화를 통한 채권회수가 유리하다고 판단되고, 부도발생시 금융시장의 혼란 등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 채권단 합의를 통해 경영정상화계획을 적용한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1에 대한 참고인신문조서, 공판기록 7313쪽), ③ 당초에는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는 현대우주항공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되지는 않았으나, 1998. 12. 17. 제3차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하면서 부채비율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므로, 현대그룹 전체의 부채비율을 감축하기 위하여 굳이 현대우주항공의 부채를 우선적으로 상환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약정, 증거기록 9283쪽), ④ i) 1999. 12.경에 작성된 ‘잔류사업 구조조정안’이라는 문건에 의하면, “사업매각대금으로 회장님 보증차입금 우선 상환해소”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위 문건의 내용목차는 “1. 구조조정 Flow, 2. 자산매각추진계획, 3. 회장님 보증 해소 방안, 4. 부채상환 및 자금조달대책”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항목은 1쪽 분량으로 기재되어 있다, 증거기록 9038쪽)을 인정할 수 있고, ii) 여러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 정몽구가 1999. 8.경 1차 증자 이후로서 2000. 4.경 2차 유상증자 실시 이전인 2000. 1. 4.경 자신이 소유하는 현대우주항공 주식을 현대우주항공 직원들인 공소외 2 외 6인에게 주당 1원씩 계산하여 전량 양도하였고, 그 결과 주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2차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들과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추단되는 당시 현대그룹의 경영시스템 등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보면,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목적이 ‘계열사 연쇄부도나 각종 금융규정 등에 따른 금융기관의 계열사들에 대한 제재 회피’라기보다는 ‘피고인 정몽구의 연대보증채무 해소’로 판단되는 점(피고인 정몽구도 ‘현대우주항공이 청산될 경우 보증채무자인 피고인 개인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현대그룹 계열사의 상당수가 채권단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결과가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상증자를 추진하였다’고 진술함으로써 피고인 정몽구의 그룹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연대보증채무의 해소가 주된 목적임을 진술한 바 있다, 위 피고인에 대한 2회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증거기록 10804쪽), ⑤ 여러 각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들과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사들이 증자참여를 결정하면서 현대우주항공의 사업성, 장래 투자수익, 주식의 실질가치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주주사들이 받을 금융규정에 따른 불이익 가능성’ 등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 및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점{유상증자 당시 현대우주항공 주식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공소외 3의 진술서, 증거기록 9504쪽), 2005. 12.경 국세청조사에 대한 대응방법을 논의하면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증자참여 목적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금융제재 가능성 회피 목적은 언급하지 않았다(우주항공 협의사항, 증거기록 9151쪽, 우주항공 법률의견서 요약, 증거기록 9154쪽), 당시 현대그룹 구조조정위원장이었던 공소외 4는 ‘현대우주항공의 파산으로 현대그룹 각 계열사가 연쇄부도를 맞아 현대그룹이 위험해 진다는 보고를 받거나, 그런 상황을 검토한 사실이 전혀 없고, 현대그룹 계열사의 지급보증 또는 자금지원 등으로 인하여 현대그룹 전체가 위험하게 된다는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대우주항공이라는 회사 이름만 알고 있을 뿐 그 회사가 그룹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4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증거기록 9493쪽)}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위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2) 인과관계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의 손해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가치의 감소라고 볼 수 있는 재산상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

따라서 유상증자 당시 재산상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그 즉시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설령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주주사들이 유무형의 많은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후 정황에 불과한 것으로, 이미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영향이 없다. 또한,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금융규정상의 불이익의 현실화가 충분히 예견된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으므로, 유상증자 참여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3) 손해액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주주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금융규정상 여신제재 등 불이익의 현실화가 충분히 예견되었다고 볼 수 없고, 주주사들이 그러한 불이익을 면할 목적으로 이 사건 유상증자를 결정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인 정몽구의 개인 연대보증채무 해소라는 목적으로 증자참여가 결정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음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이 같은 목적은 그 자체로 다른 주주사들의 이익에 명백히 반한다고 판단되므로, 주주사들이 자신의 여신거래상의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유상증자에 참여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들의 손해액 관련 주장 또한 받아들일 수 없다.

(4) 고의 및 공모 여부 관련

배임죄에서의 행위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과 ‘이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 내지 의사를 필요로 한다.

또한,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3483 판결 참조).

그러데 앞서 살핀 바와 같이, ① 주주사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배임행위에 해당되고, ② 여러 증거들에 의할 때, 피고인들은 유상증자 참여가 배임행위에 해당됨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③ 피고인 정몽구는 이 사건 유상증자 당시 피고인 2 등에게 유상증자를 지시하였고, 피고인 2는 주주사들에게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협조요청하였으며, 이에 따라 주주사들의 대표이사는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피고인들과 주주사들 대표이사 또는 유상증자 업무담당자들 사이에 유상증자 참여행위에 대한 의사의 결합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 이상, 설령 피고인 정몽구가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하여 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고, 피고인 2가 현대우주항공의 대표이사의 직책을 맡고 있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그 고의 및 공모관계 성립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들의 고의 및 공모관계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어, 피고인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현대강관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배임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의 가.항)

(1) 유상증자 행위의 배임성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변호인 주장과 같이, ① 현대그룹과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사이에 부채비율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이 체결되었던 사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신제재와 금융상의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있었던 사실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②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현대강관은 유상증자 이후 매출을 신장하여 2001년 이후에는 매년 수백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였고, 현대강관의 주가는 2005년도에는 1주당 10,000원 내지 15,000원대에, 2006년도에는 1주당 8,000원 내지 12,000원대에 형성된 사실, 현대자동차가 현대강관으로부터 공급받는 냉연강판 등의 규모가 2005년도에는 약 2,172억 원에 이르렀고, 현대자동차 해외법인들도 자재를 공급받게 된 사실은 인정된다. ③ 또한, 현대자동차가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명의로 미쓰이 상사와 스미토모 상사에게 발행하여 준 ‘레터 오브 컴포트(Letter of Comfort)’가 일정한 투자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법적 효력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①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재무구조개선약정상 현대강관은 해외매각 또는 외자유치를 통하여 계열분리를 하여야 할 대상기업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주주사들로서는 ‘우선 외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저가에라도 해외 인수희망자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계열분리를 통한 전체 그룹의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할 수 있었고, 계열사들이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필요, 특히 공소사실과 같이 해외펀드를 통한, 편법적 우회유상증자를 하여야 할 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따라서 ‘주주사들의 해외펀드를 통한 유상증자 참여가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없다), ② 여러 증거와 정황에 비추어 보면, Letter of Comfort의 내용이 ‘현대자동차가 투자회사들에 대하여 일정 비율 이상의 수익을 사실상 보장한다’는 것임을 알 수 있고, 이는 투자펀드의 속성상 투자자들이 감수하여야 하는 손실위험을 현대자동차가 떠안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도 현대자동차에 손해를 입히는 배임행위로 볼 수 있는 점, ③ 유상증자 이후에 현대강관의 주가가 상승하고 수익구조가 개선된 사실은 유상증자 참여결정의 적정 여부 판단에 참작자료는 될지언정 결정적인 사유가 될 수는 없는데,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유상증자 당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외부자금을 유치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현대강관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였던 상황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점{당시 현대강관 관리담당 상무인 공소외 5는 ‘자금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돈을 빌리거나 만들기 위하여 구걸하다시피 노력하였던 기억이 난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대출을 약속하였던 금융기관들도 모두 대출을 거절하는 바람에 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유상증자도 하고, 주식도 팔고, 부동산도 팔고, 설비도 팔고, 직원도 감원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5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증거기록 8949쪽), 유상증자실시 전일인 1999. 12. 28. 현대강관 주가가 4,700원까지 하락하였는데, 이러한 경우 유상증자에 따른 1주당 발행가액은 액면가로 정하여지고 그러한 경우 일반 투자자들은 증자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유상증자 물량 대부분이 실권된다(현대하이스코의 유상증자 전후 주가추이 분석 등, 증거기록 8214쪽)}, ④ 유상증자 참여행위가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상증자 당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주가의 변동추이와 같은 유상증자 이후의 사후적 사정은 배임성 판단에 참고가 되는 자료가 될 뿐으로, 유상증자 직후 현대강관 주가의 단기 하락이 국내 증시의 동반 폭락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은 위 ③항의 판단 범위 안에 포함시켜 고려하면 족하다고 보이는 점, ⑤ 여러 각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 정몽구와 우회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사들이 증자참여를 결정하면서 ‘현대강관의 사업성, 장래 투자수익, 주식 실질가치와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주주사들이 받을 금융상의 불이익 가능성 등’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와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보이는 점{유상증자 당시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인 공소외 6은 「당시 현대강관 상무는 ‘현대강관에 대한 유상증자 방안’자료를 제시하면서 “그룹 종합기획실과 최종합의하였으니 현대자동차가 투자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고 공소외 7 현대자동차 사장에게 이를 보고하였는데, 공소외 7은 “그룹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며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6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증거기록 2354쪽), 또한 당시 현대자동차 재무관리실장인 공소외 8은 ‘현대강관의 재무구조가 나빴으므로 유상증자를 할 필요성은 있었는데,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도 어려운 형편이었고, 강관에 투자를 하는 것은 상당한 사업상의 위험이 있었으므로,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에서 현대강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하였다면 동의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8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증거기록 8932쪽), 또한 공소외 8은 ‘현대중공업이 오데마치 펀드로 인한 손실부담에 대하여 현대자동차에 대하여 불만 제기를 계속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이 사건 유상증자가 최소한 현대중공업의 이익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다( 공소외 8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증거기록 10468쪽).} ⑥ 설령 위 피고인 주장에 부합하는 인정 사실들과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보더라도 유상증자 참여행위가 적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점, ⑦ 앞서 인정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현대강관에 대한 이 사건 유상증자의 목적은 피고인 정몽구의 현대강관에 대한 경영권 유지라고 판단되는 점{위 공소외 6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 계열사가 오데마치 펀드에 대하여 가지는 각 지분비율을 합산하여도 최대 지분권자의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실제 투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하였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계열사에서 분리되었으나 실제로는 현대측에서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공소외 6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 증거기록 8764쪽)}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행위 자체의 배임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따라서 피고인의 관련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 및 인과관계 관련

유상증자 당시 재산상의 위험이 발생한 이상 그 즉시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함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설령 이 사건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주주사들이 유·무형의 많은 이익을 얻었다든지, 주가의 단기하락이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사후 정황에 불과한 것으로, 이미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영향이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고의 및 공모관계 관련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주주사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배임행위에 해당되고, 여러 증거들에 의할 때, 이 사건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이 피고인 정몽구의 현대강관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상증자의 이익의 실질적인 취득자인 피고인 정몽구로서는 유상증자 참여가 배임행위에 해당됨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과 주주사들 대표이사 또는 유상증자 업무담당자들 사이에 유상증자 참여행위에 대한 의사의 결합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 정몽구의 고의 및 공모관계는 충분히 인정될 수 있어,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현대강관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횡령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나.항)

(1) 불법영득의사 관련

증거들에 의하면, 주주사들이 사실상 출자한 엔씨아이(NCI)펀드는 현대강관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였는데, 그 매각대금 중 일부인 696,387달러가 공소외 9와 공소외 8에게 교부된 사실, 공소외 8은 현대자동차 재무관리실장으로서 피고인 정몽구의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사실, 공소외 9, 공소외 8은 위 자금을 피고인 정몽구 소유의 개인자금과 함께 관리·사용한 사실, 공소외 8은 실제로 위 자금 중 합계 6,300만 원을 인출하여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사실들에 위 펀드의 조성목적, 조성경위를 종합하여 보면, 위 자금이 위 피고인의 개인재산과 함께 관리·사용됨으로써 횡령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것이고, 위 피고인을 비롯한 위 공소외 9, 공소외 8 등의 불법영득의사는 넉넉히 인정된다.

위 피고인은 “위 자금을 회계처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현대자동차의 회계장부상 자산으로 기장처리하지 못하고 현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현대자동차 등 주주회사의 자금이 출연된 투자펀드의 수익금을 그 주주회사의 회사자금으로 회계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회계처리방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현대자동차가 부외자금을 조성하여 관리하고 있었음에도, 굳이 그와 분리하여 현대자동차의 최고경영자인 위 피고인 개인재산과 함께 관리하였다는 점’에서 ‘단순한 보관방법의 변경이었다’는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횡령액 관련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위 자금이 위 피고인의 개인재산과 함께 관리·사용됨으로써 불법영득의사는 발현되었고, 따라서 그 시점에 그 전액에 대하여 횡령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중 실제로 사용된 합계 6,300만 원뿐만 아니라 나머지 금액 전부에 대하여도 횡령액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3) 고의 및 공모관계 관련

여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 정몽구와 공소외 10, 공소외 8, 공소외 9 사이의 관계, 위 자금의 실질적인 수익자가 위 피고인이라는 점, 위 자금의 원천인 투자펀드의 조성목적 및 조성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도 대략적으로나마 위 자금관리에 관한 사항을 사전에 보고받거나 승인하였고, 위 피고인과 공소외 8 등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위 자금 처리에 관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관련 주장도 이유 없다.

라. 현대강관 유상증자 관련 업무상 횡령의 점(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3의 다.항)

(1) 불법영득의사 관련

현대자동차 자금으로 설립된 멜코 펀드와 굿펠로우즈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현대자동차에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회계처리한 다음, (아무런 수령권한이 없는) 현대자동차와는 별개의 법인격인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에 이익금을 송금한 행위’는 그 행위 자체로서 피고인 정몽구와 관련 담당직원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발현된 것이며, 그로써 횡령죄가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위 피고인은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는 멜코나 굿펠로우즈 펀드가 얻은 수익금을 현대자동차에 귀속시키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통로로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글로벌호라이즌 펀드의 내부약정에 따라 위 수익금 중 일부가 현대자동차에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기수에 이른 횡령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고, 특히 위 수익금을 직접 현대자동차에 지급함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상황에서 현대강관 우회 유상증자에 따른 손실을 보전함으로써 배임행위를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글로벌호라이즌 펀드로 이익금이 송금된 이상 불법영득의 의사는 넉넉히 인정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고의 및 공모관계 관련

증거에 의하면, 멜코 펀드와 굿펠로우즈 펀드는 현대자동차 자금 합계 3,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설립한 해외펀드로서 그 자금이 피고인 정몽구의 인천제철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위하여 인천제철 주식 매입대금으로 사용한 사실, 그 후 매입한 인천제철 주식이 현대그룹 계열사이던 현대캐피탈, 기아자동차에 전량 매각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펀드 자금의 사용 목적과 그 사용으로 인하여 계열사 주식보유현황이 변동된 점 등 그 중요성에 비추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피고인 정몽구로서는 위 각 펀드의 실체 등에 관하여 사전에 보고를 받는 등으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된다. 그리고 위 각 펀드의 규모에 비추어 그 수익금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위 피고인이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관여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위 피고인의 관련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마. 피고인 2에 대한 뇌물공여의 점(원심 판시 무죄 부분)

(1)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의 해석

(가)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

특가법은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가능한 정부관리기업체 형태’의 하나로,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 “국민경제 및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업무의 공공성이 현저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ㆍ감독하거나 주주권의 행사 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를 규정하고 있다.

(나) 2가지 해석론

위 제2호에 관하여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즉, ① 2호의 정부관리기업체는 ‘국가 등이 ‘㉮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지도·감독, 또는 ㉯ 주주권의 행사 등’을 통하여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를 뜻하는 것으로 국가 등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가 정부관리기업체를 결정하는 단일한 기준이 된다는 해석(원심의 해석)과, ② 국가 등이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ㆍ감독하는 경우’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등 두 가지 경우 모두가 병렬적으로 정부관리기업체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고 보는 해석(검사의 해석)이다.

(다) 2가지 해석론의 근거

①의 해석론은 다음과 같은 점 등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 현행 특가법 제4조 제1항의 개정 이전에 대법원은 구 특가법 제4조 제1항을 해석함에 있어 ‘정부관리기업체의 개념을 구성하는 중요한 표지로 소유 개념과 더불어 기업의 공공성과 정부의 지배력을 요구’하고 있었고(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도618 판결), 법무부 및 검찰도 ‘정부관리기업체의 개념을 구성하는 정부의 지휘·감독의 내용으로 임·직원의 임면이나 경영에 대한 영향력 등을 주장’하였다( 헌법재판소 93헌바50 사건 관계 기관 의견).

특가법 제4조의 개정 당시 전문위원의 위 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에 의하면 ‘국가 등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중요한 개념 요소로 하여 정부관리기업체를 정의’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 ②의 해석론은 ‘법령에 의한 지도·감독의 범위와 정도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은행 등 각종 금융관련회사나 민법상의 법인에 대하여도 국가 등이 법령에 의하여 지도·감독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정부관리기업체의 개념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 ②의 해석론은 ‘국가 등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자본금의 2분의 1 이상을 출자하였거나 출연금·보조금 등 그 재정지원의 규모가 그 기업체 기본재산의 2분의 1 이상임을 요구하는 같은 항 제1호와 비교해 보아도 그 구체성이나 정부의 영향력 면에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②의 해석론은 다음과 같은 점 등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 국가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관리기업체의 간부직원에게도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청렴의무를 부과하여 그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특가법 제4조의 입법목적(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보고된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 참조)을 위 법조를 해석함에 있어서 우선적 기준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 중 어떤 기업이 정부관리기업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영향력과 공공성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고, ‘나머지 지도·감독 또는 실질적 지배력 행사 등의 요건은 이러한 기업의 영향력과 공공성을 건전하게 확보하는 방법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며, 그런 전제하에서는 “‘실질적 지배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상의 순수한 지도 및 감독기능을 행사하는 경우도 위 조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다양한 기업과 단체 형태가 계속 나타나는 현대사회 속에서 기업이나 단체의 실질적 지배 여부와 관계없이 공익적 필요에서 법령에 규정된 지도ㆍ감독 기능을 활용할 필요성도 있다.

특가법 제4조의 문리적 해석과 ‘실질적 지배’와 ‘지도·감독’이라는 단어의 통상적 용법을 고려할 때 ②의 해석론이 타당하다.

㉱ 특가법 개정 후 선고된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433 판결은 「‘국가 등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체인지의 여부’보다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고 국가정책과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체인지의 여부’에 따라 정부관리기업체를 정의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 2002. 11. 28. 2000헌바75 결정도 「정부의 지배력을 정부관리기업체의 중요한 요소로 보기는 하지만, 정부관리기업체의 필수적 요건은 ‘정부의 소유ㆍ지배’ 혹은 ‘국가정책 및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라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

(라) 판 단

앞서 ①, ② 각 해석론의 내용과 그 각 근거들을 살펴보면, 각 해석론에 대한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2가지 해석론 모두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형벌 법규의 해석상 복수의 해석이 가능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론을 채택하여야 함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당연하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3억 원을 수수한 수뢰자를 기준으로 볼 때 위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는 경우의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특가법 제2조 제1항 제1호)이고, 적용되지 않을 경우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에 불과하여 어느 해석론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수뢰자가 받게 되는 형벌의 차이가 매우 커지는 점을 고려하면, 형벌조항을 해석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보인다.

따라서 위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의 해석론으로는 ①의 해석론이 타당하다.

(2) 국가가 농협중앙회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

(가)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

특가법 개정(1995. 12. 29.) 이전의 구 농협법을 살펴 보면, 처음에는 농협중앙회장과 감사의 임명권,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이사의 임명승인권, 매 회계연도의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한 사전 승인권을 국가가 보유하고 있었지만, 1988년의 개정으로 임원의 임명에 관하여 국가가 관여할 수 없게 되었고,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대하여도 보고제도로 변경되었다. 그 후 특가법 개정 이후인 1999. 9. 7.의 농협법 개정으로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에 대한 보고제도마저 폐지’되었으므로, 국가는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 측면에서 농협중앙회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 농협법 제164조 제1항은 농림부장관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임원개선요구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① 그 권한의 행사요건이 엄격한 점, ② 뒤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1999년의 개정으로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규정이 신설된 점에 비추어 볼 때, ‘경영판단의 적절성 내지 경영의 성과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사유로 임원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해석되지는 아니하므로, 위 조항이 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나) 지도·감독 규정

현행 농협법상 ‘국가의 농업협동조합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으로는 농협법상 제6장의 여러 감독조항들과 제11조 제5항, 제134조 제1항 제14호, 제161조, 제120조 제2항, 제121조 제1항, 제153조 제1항, 제160조 제1, 4항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위 규정들을 검토하여 보면, ① 농협중앙회가 아닌 ‘단위조합’에 대한 규정이거나, ② 농협중앙회가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를 하거나 재무상태가 부실하게 되었을 때 사후적으로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에 불과하거나, ③ ‘국가가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에 대하여 행하는 지도·감독에 관한 조항’과 유사한 내용의 일반적인 지도·감독규정이거나, ④ 농협중앙회가 예외적인 사업을 하거나 정관변경을 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 ‘비영리법인이 목적사업을 추가하거나 정관을 변경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민법상의 일반 규정’과 같이 국가의 승인 또는 인가를 얻도록 하는 예외적 규정이거나, ⑤ 농협금융채권을 발행하거나 회계결산을 할 때 그 사실을 신고하거나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일 뿐으로, 위 각 개별규정만으로 또는 그 위 각 규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아도, 국가가 농협중앙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

(다) 농협중앙회의 자율성에 관한 규정

1999년에 개정된 농협법이 총칙인 제9조 제1항에서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새로이 규정한 것으로 보아, 농협법의 지도이념 또는 국가의 조합과 중앙회에 대한 기본입장이 ‘지도·감독’에서 ‘자율성 보장’으로 변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자율성 원칙의 천명은, 농협법 전체를 조명하는 이념적 규정으로서, 농협법상의 지도·감독 규정에 근거하여 국가기관이 지도·감독권한을 행사할 경우에 그 권한범위를 정하는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율성의 원칙은 ‘지도·감독권이 존재하는 이상, 국가가 농협중앙회에 대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강력한 장애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국가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은 위 제9조 제1항의 자율성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라) 소 결

위와 같은 판단들을 종합하여 보면, 농협중앙회는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서 정의한 정부관리기업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농협중앙회를 정부관리기업체의 하나로 열거하고 있는 특가법 시행령 제2조 제48호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무효의 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농협중앙회의 회장인 공소외 11을 ‘ 특가법 제4조 제1항 제2호, 제2항 등에 의하여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할 수는 없으므로, ‘위 공소외 11이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반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바. 피고인 정몽구와 검사의 양형부당의 주장에 관한 판단

뒤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피고인 정몽구의 연령과 이력, 이 사건의 경위, 특히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면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므로, 피고인 정몽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사. 피고인 2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 추가에 따른 직권 판단

다만, 검사는 당심에서 뇌물공여죄에 관한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여 그대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뒤의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란 기재와 같은 공소사실을 추가하고 적용법조에도 예비적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5조 제1항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는바,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가 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 회장인 공소외 11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3억 원을 교부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이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은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① 피고인 정몽구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는, 위 피고인의 항소가 이유 있고, ②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는, 위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과 위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로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그 전부가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피고인 2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모두를 파기하며,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5. 판결 내용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① 원심 판시 범죄사실란 중 11쪽 3행의 “2002. 12.경까지 인천제철 주식을 매입한 후 현대캐피탈과 기아자동차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를 삭제하고, 16쪽 13행 아래에 제5항으로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을 추가하며,

② 증거의 요지란 중 24쪽 14행 다음에 “[판시 제5의 사실] 1. 피고인 2의 각 당심 및 원심 법정진술, 1. 피고인 2에 대한 제4, 5회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11에 대한 제1, 2회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원심공동피고인 3, 공소외 12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13의 진술서”를 추가하는 외에는,

모두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5. 피고인 2는

2005. 12. 초순 일자불상경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 호실 불상의 객실에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공소외 11이 같은 해 11. 25.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유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230-1 농협 하나로마트 내 부지 285평을 대금 66억 2천만 원에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 매각하여 줌으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의 양재동 사옥 증축시 건축 면적이 증가되도록 하는 등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사례 명목으로 현금 3억 원이 들어 있는 가방 1개를 건네줌으로써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관하여 금품을 공여하였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정몽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제30조(원심 판시 제1의 가. 및 나., 원심 판시 제3의 다. 각 업무상 횡령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제30조(원심 판시 제1의 다. 및 원심 판시 제3의 나. 각 업무상 횡령의 점),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0조(원심 판시 제2의 가. 및 나., 원심 판시 제3의 가., 원심 판시 제4의 나. 각 업무상 배임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각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0조(원심 판시 제4의 가. 및 다. 각 업무상 배임의 점, 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1항, 제30조(원심 판시 제1의 가. 및 나. 각 업무상 횡령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0조(원심 판시 제2의 가. 및 나. 각 업무상 배임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5조 제1항(판시 제5의 죄, 징역형 선택)

2.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각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제2의 가. 중 현대자동차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에 정한 형에 각 경합범 가중}

3.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양형 이유에서 설시하는 유리한 정상 각 참작)

4. 미결구금일수의 산입

형법 제57조

5.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6.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무죄부분】

피고인 2에 대한 뇌물공여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 피고인 2는 2003. 9.경부터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위 회사의 경영을 총괄해 온 자인바, 2005. 12. 초순경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 객실에서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인 공소외 공소외 11에게 그가 같은 해 11. 25.경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유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230-1 소재 농협 하나로마트 내 부지 285평을 대금 66억 2,000만 원에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에 매각하여 줌으로써 현대자동차그룹의 양재동 사옥 증축시 건축 면적이 증가되도록 하는 등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사례 명목으로 금 3억 원을 교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인바, 위 3의 마.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위 공소외 11이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양형이유】

1. 피고인 정몽구 관련 양형인자

가. 불리한 양형인자

[부외자금 부분]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항)

① 피고인이 조성한 부외자금의 규모가 1,000억 원을 상회하고, 그 중 약 700억 원 가량을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으로 그 규모가 크고, ② 사용내역에 있어서도 피고인 및 피고인 가족의 생활비, 기타 위 피고인이 개인적인 재량에 의하여 지정한 용도로 사용된 금원이 피고인이 인정하는 금액보다 많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위 피고인은 “대부분 노무관리비, 정치자금 등 회사를 위한 목적으로 지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인 신청의 증인들도 이에 부합하는 취지로 당심 및 원심에서 진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용내역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있어, 그 주장대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③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피고인 정몽구 이외에도 수명의 임원들이 부외자금 지출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고, 지출 전후로 피고인 정몽구의 승인 없이 부외자금이 지출되며,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부외자금이 회사를 위한 용도가 아니라 피고인 정몽구나 다른 임원들의 개인적인 용도로 지출되기에 쉬운 관리체계’를 채택하였는바, 그러한 부외자금 관리방법도 비난의 여지가 있고, ④ 무엇보다도, 부외자금 조성행위 그 자체가 기업경영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행위로서, 외부적으로는 주주와 채권자들에 대한 기망행위이고, 내부적으로는 부외자금 조성과 관리에 관련되어 있는 임직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초래하여 회사경영 전반에 비리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회사의 계속적인 발전과 개선을 저해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현대우주항공 부분] (원심 판시 범죄사실 2항)

① 피고인 정몽구의 개인 연대보증채무를 해소하기 위하여 현대그룹 계열사들에게 손실을 입히면서까지 현대우주항공 유상증자에 참여케 하였던 것으로, 이를 통하여 최대 주주인 위 피고인의 재산감소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피고인이 채무 변제를 위하여 그 소유의 계열사 주식을 처분할 경우 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에 위험요소가 발생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계열 회사들이 부실회사인 현대우주항공 지원에 동원되었고, ② 여러 증거에 의하여 위 피고인과 회사 임직원들의 배임에 대한 고의가 명백히 인정됨에도, 사후에 검토된 상황논리와 뒤늦게 준비된 자료를 근거로 배임죄에 관한 범의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강관 부분] (원심 판시 범죄사실 3항)

①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의하여 외부 매각에 의하여 계열분리가 되어야 하는 회사임에도, 외국 무역상사들에게 손실보전약정까지 해주면서 유상증자를 실시한 사안으로 그 자체로도 배임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② 탈법투자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등이 거액의 손실을 보게 되자 또다시 해외펀드를 만들고 분식회계를 통하여 손실을 은폐하는 등 다른 주주들과 채권자들을 기망하기 위한 배임행위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해외펀드의 일부 수익금을 피고인 개인을 위하여 사용하는 등 횡령행위로까지 이어졌으며, ③ 피고인은 ‘현대강관이 현대자동차 등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에 꼭 필요한 회사이므로 그룹계열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피고인으로서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더라도 현대강관을 그룹계열사로 남아 있도록 하는 경영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여러 증거에 의하면 현대강관에 대한 피고인 개인의 경영권 유지가 유상증자의 주된 목적임이 명백함에도 그 범의를 부인하고 있고, ④ 이 사건 유상증자 당시 현대강관의 수익구조나 재무상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계열사들에 향후 막대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서울차체공업 등 부분] (원심 판시 범죄사실 4항)

①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을 장차 피고인 정몽구의 아들인 정의선에게 승계시켜 주기 위한 목적하에, 기아자동차 계열사의 구조조정과정이 진행됨을 이용하여, 피고인 정몽구와 정의선에게는 부당한 이익을 안겨주고 현대자동차 등에게는 손해를 입힌 사안으로서 그 자체로 비난가능성이 크고, ② 이 사건 당시에는 이미 다른 재벌그룹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제3자 임의배정 방법 등을 통한 부의 불법적, 편법적 승계에 관한 사회적 논란이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범행을 강행하였다는 점에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적다.

나. 유리한 양형인자

[부외자금 부분]

① 과거에는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적법한 회계절차에 따라 지출하기 힘든 자금용도가 존재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어 피고인의 부외자금 조성 동기에 참작할 바가 있고, ② 피고인 및 여러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범행으로 조성된 부외자금 중 상당 부분이 정치자금,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활동 등 피고인에게만 그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용도나, 근로자 사기 진작을 위한 근로자 지원, 해외 자동차시장 개척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및 활동 등 회사경영업무상 필요한 용도(물론 이와 같은 용도도 궁극적으로는 그룹 최고경영자로서의 피고인 개인의 위상 또는 명예를 높이기 위한 용도로 보이므로, 설령 그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횡령죄의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로 사용되었다는 점에 참작할 점이 있으며, ③ 부외자금 조성 및 사용액이 크지만, 조성 및 사용기간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규모에 비추어 볼 때 부외자금 조성에 관한 다른 처벌사례와 단순 비교를 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고, ④ 이 사건 이후 회사자금지출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투명경영을 위한 부외자금 관행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관여한 정도나 구체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⑥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이후 거의 대부분의 피해를 회복한 점이 참작할 만하다.

[현대우주항공 부분]

① 피고인 정몽구가 현대우주항공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하게 된 것은 IMF 구제금융위기라는 국가적 비상상황하에서 대기업의 최대주주가 개인적으로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정책과 사회 분위기에 따라 보증을 서게 된 것으로 그 연대보증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② 이 사건 범행은 항공사업 산업구조조정(소위 빅딜)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그 의도에 있어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유상증자를 실시한 측면이 있으며, ③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관여한 정도나 구체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점 등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참작할 수 있는 사유이다.

[현대강관 부분]

① 유상증자로 인한 배임죄에 대하여는 다른 범행에 비하여 경영판단의 과오로 인한 측면이 강하여 그 가벌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보이고, ② 각 횡령죄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계획된 범행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③ 피고인의 범행관여 정도가 다른 범행에 비하여 더욱 미약하다.

[서울차체공업 등 부분]

① 이 사건 범행들은 다른 공범들이 주도하였던 것으로, 비록 피고인이 범행 일체에 대하여 현대자동차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사전, 사후에 보고받고 승인하여 준 죄책이 인정되나, 피고인의 범행 관여정도가 상대적으로 미약하고, ② 소위 재벌경영이라는 경영시스템의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기존의 경영권과 그 운영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하여 대주주의 계열사주식 보유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 그 범행동기에 있어 참작할 부분이 있으며, ③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계열사들이 입은 피해를 회복시켰다.

2. 피고인 2 관련 양형인자

가. 불리한 양형인자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에 관하여 실질적인 주무자의 역할을 담당하여 그 범행가담 정도가 매우 크고, ② 현대자동차그룹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인 피고인 정몽구를 보좌하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불법, 편법적인 경영방안을 제시하고 준법경영을 실현하지 못함으로써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이 있으며, ③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뇌물공여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당심에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증재)죄의 예비적 공소사실로 유죄인정되었다.

나. 유리한 양형인자

① 피고인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피고인 정몽구의 최종적인 지시와 승인에 따라 이 사건 횡령과 배임의 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범행으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였다고 볼 수 없고, ②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을 총괄하면서 현대자동차 등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3. 종합 판단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 경위, 피해 규모 등 앞서 살핀 양형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범행은 그 죄질 및 범정이 중하고, 그 행위태양도 부외자금 조성,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함으로써 대주주에 의한 주식회사의 사유화 시도를 차단하고, 다른 계열사들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나머지 계열사가 떠안게 되는 소위 재벌경영체제의 폐해 가능성을 해소하도록 일벌백계로 다스릴 필요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들의 각 범행에 유리한 정상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 피고인들 모두 향후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특히 피고인 정몽구는 1938년생인 만 69세의 고령으로서, 당심에 이르러 ‘자신의 범행으로 인하여 계열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치는 유형의 손해를 발생시킨 것뿐만 아니라 경제질서 훼손 등 사회전반에 무형의 손해를 발생시킨 점에 대하여 반성하고 회복방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최소 8,400억 원 규모의 개인 재산으로 문화시설 제공 등 사회구성원 모두가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공헌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겠다’고 당심 공판기일에서 대국민 약속을 하는 등 범행 후 유리한 정황(경제범죄에 있어 피고인의 사재출연을 통한 사회공헌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실로 참작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사회공헌이 형법 제51조 제4호 소정의 ‘범행 후의 정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무리한 해석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이 출연을 약속한 사재의 규모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사유 중 하나로 참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 사회공헌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는, 형법 제62조의2가 정하는 사회봉사명령이 아울러 선고됨으로써 그 약속이행이 사실상 담보되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이번에 한하여 피고인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형을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이상원 호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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