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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공보요약본2019.05.01.(561호) - 박진완 변호사의 LawBrain

판례공보요약본2019.05.01.(561호)

 

민 사
1
  1. 3. 6.자 2017마5292 결정 〔배당이의〕 839

[1] 소송의 당사자 아닌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은 중단되고 파산관재인이나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고 정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06조, 제347조가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대위소송에도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적극)

[2]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과 관련 없는 소송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에 따른 수계의 대상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3]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관해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부동산이 매각되었으나 배당기일에 작성된 배당표에 이의가 제기되어 파산채권자들 사이에서 배당이의소송이 계속되는 중에 채무자에 대해 파산이 선고된 경우, 파산관재인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배당이의소송을 수계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甲 소유 부동산에 관해 부동산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부동산이 매각된 후 신용보증기금이 乙의 배당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배당이의소송 진행 중에 甲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었고, 파산관재인인 丙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배당이의소송의 원고인 신용보증기금의 지위를 수계하겠다고 신청하였으나 제1심법원이 丙의 수계신청을 기각하였고, 그 후 신용보증기금과 乙 사이에서 배당표를 경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사안에서, 배당이의소송이 원심결정 이전에 화해권고결정의 확정으로 종료된 이상 丙으로서는 수계신청 기각결정에 대하여 항고로써 불복할 이익이나 필요가 없는데도, 이를 적법한 것으로 보고 그 당부에 관하여 판단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항고 각하의 자판을 한 사례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소송의 당사자 아닌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은 중단되고 파산관재인이나 상대방이 이를 수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406조, 제347조). 이러한 규정은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대위소송에도 유추적용된다. 그 이유는 파산선고로 파산재단에 관한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하고,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과 채권자대위소송의 목적이 모두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에 있기 때문이다.

[2]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 제1문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관하여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소송은 파산관재인 또는 상대방이 수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의 결과가 파산재단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파산관재인이나 상대방이 소송을 수계할 이유가 없으므로,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과 관련 없는 소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규정에 따른 수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3] 파산절차는 모든 채권자들을 위한 포괄적인 강제집행절차로, 파산절차가 개시되면 채무자가 파산선고 당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원칙적으로 파산재단에 속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82조]. 채무자 소유 부동산에 관해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부동산이 매각되었으나 배당기일에 작성된 배당표에 이의가 제기되어 파산채권자들 사이에서 배당이의소송이 계속되는 중에 채무자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었다면, 배당이의소송의 목적물인 배당금은 배당이의소송의 결과와 상관없이 파산선고가 있은 때에 즉시 파산재단에 속하고, 그에 대한 관리⋅처분권 또한 파산관재인에게 속한다(채무자회생법 제384조).

이와 같이 소송의 결과가 파산재단의 증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파산채권자들 사이의 배당이의소송은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과 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배당이의소송은 채무자회생법 제347조 제1항에 따라 파산관재인이 수계할 수 있는 소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甲 소유 부동산에 관해 부동산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부동산이 매각된 후 신용보증기금이 乙의 배당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배당이의소송 진행 중에 甲에 대해 파산이 선고되었고, 파산관재인인 丙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7조 제1항에 따라 배당이의소송의 원고인 신용보증기금의 지위를 수계하겠다고 신청하였으나 제1심법원이 丙의 수계신청을 기각하였고, 그 후 신용보증기금과 乙 사이에서 배당표를 경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사안에서, 배당이의소송이 원심결정 이전에 당사자인 신용보증기금과 乙 사이에서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종료된 이상 丙으로서는 수계신청 기각결정에 대하여 항고로써 불복할 이익이나 필요가 없으므로 丙이 제기한 항고는 부적법하여 각하해야 하는데도, 이를 적법한 것으로 보고 그 당부에 관하여 판단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항고 각하의 자판을 한 사례.

2
  1. 3. 6.자 2018마6721 결정 〔가처분이의〕 842

[1] 영화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는 상업영화의 경우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이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위와 같은 판단을 할 때 참작하여야 할 사항

[2]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의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판단 기준

[3]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甲 중위의 아버지 乙이 甲 중위 사망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丙 주식회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 丁을 상대로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甲 중위와 乙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영화의 내용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영화의 객관적인 내용과 함께 영화 내용의 전체적인 흐름, 이야기와 화면의 구성방식, 사용된 대사의 통상적인 의미와 그 연결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영화 내용이 보통의 주의로 영화를 접하는 관객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도 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보다 넓은 주제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흐름 등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영리 목적으로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 고양을 위하여 역사적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으로서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인 점도 그 판단에 참작할 필요가 있다.

[2] 사망한 사람이 관련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에서 그 묘사가 사망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그 사람에 대한 사회적⋅역사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와 같은 허위사실 적시가 있었는지는 통상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합리적인 관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사망한 甲 중위의 아버지 乙이 甲 중위 사망 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丙 주식회사와 위 영화의 시나리오 작성과 연출을 맡고 있는 작가 겸 영화감독 丁을 상대로 영화 내용 중 일부가 허위사실로 甲 중위와 乙의 명예와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영화의 제작⋅상영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영화에서 甲 중위로 특정되는 인물이 乙의 주장과 달리 군 내부 부조리와 연관되어 사망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고 하여도 이러한 묘사가 상업영화의 예술⋅표현의 자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등 甲 중위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후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부족한 점, 영화에서 乙로 특정되는 인물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부분도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비추어 일부 허구적인 장면만으로 乙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상업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되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영화 투자자와 丙 회사 사이의 투자계약이 해제된 이후 丙 회사와 丁이 영화 제작을 사실상 포기하여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1. 3. 14. 선고 2018다255648 판결 〔물품대금〕 846

[1]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났으나,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1] 민법 제495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 쌍방의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었던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어 소멸하였거나 추후에 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이나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권 또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도급인의 손해배상채권이 각각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적상에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은 채권⋅채무관계가 이미 정산되었거나 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채권⋅채무관계의 정산 소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경우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의 제척기간이 지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지나기 전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매수인이나 도급인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적용해서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서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4
  1. 3. 14. 선고 2018다260930 판결 〔구상금〕 849

[1] 보험약관의 해석 원칙

[2] 甲 공인중개사협회와 乙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를 ‘甲 협회 및 소속 회원’으로 하는 전문직업인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금이 지급되어 乙 회사가 피보험자의 대위권을 계승하더라도 피보험자 임직원의 부정, 사기, 범죄 또는 악의적 행위, 악의적 탈루로 인한 손해가 아닌 경우 피보험자의 임직원에 대한 대위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보통약관 조항과 ‘이 보험은 사고나 손해를 야기한 제3자에 대한 대위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사고나 손해가 제3자의 고의적인 행위나 고의적인 과실에 직․간접적으로 기인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의 특별약관 조항을 두었는데, 특별약관 조항이 보통약관 조항에 우선 적용되어 피보험자의 임직원 또한 특별약관 조항의 ‘제3자’에 포함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보험자의 임직원에게는 보통약관 조항이 적용되고, 피보험자의 임직원을 제외한 제3자에게는 특별약관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이와 달리 피보험자의 임직원에게도 특별약관 조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2] 甲 공인중개사협회와 乙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를 ‘甲 협회 및 소속 회원’으로 하는 전문직업인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금이 지급되어 乙 회사가 피보험자의 대위권을 계승하더라도 피보험자 임직원의 부정, 사기, 범죄 또는 악의적 행위, 악의적 탈루로 인한 손해가 아닌 경우 피보험자의 임직원에 대한 대위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보통약관 조항과 ‘이 보험은 사고나 손해를 야기한 제3자에 대한 대위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사고나 손해가 제3자의 고의적인 행위나 고의적인 과실에 직⋅간접적으로 기인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의 특별약관 조항을 두었는데, 특별약관 조항이 보통약관 조항에 우선 적용되어 피보험자의 임직원 또한 특별약관 조항의 ‘제3자’에 포함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보통약관 조항은 제목과 내용에서 적용대상을 ‘피보험자의 임직원’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데 반해 특별약관 조항은 적용대상을 ‘제3자’라고만 하고 있는데, 위와 같이 보통약관 조항에서 이미 ‘피보험자의 임직원’에 대한 대위권 포기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이상, 특별약관 조항에서 말하는 ‘제3자’는 ‘피보험자의 임직원을 제외한 제3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특별약관 조항의 제3자에 피보험자의 임직원이 포함된다고 해석할 경우, ‘고의적인 행위나 고의적인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부정, 사기, 범죄 또는 악의적 행위, 악의적 탈루’는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보통약관 조항은 사실상 적용대상이 거의 없는 무의미한 조항이 되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보험자의 임직원은 특별약관 조항의 ‘제3자’에서 제외됨으로써 피보험자의 임직원에게는 보통약관 조항이 적용되고, 피보험자의 임직원을 제외한 제3자에게는 특별약관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이와 달리 피보험자의 임직원에게도 특별약관 조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5
  1. 3. 14. 선고 2018다277785, 277792 판결 〔근저당권말소⋅사해행위취소등〕 853

원고의 본소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본소 청구를 다투면서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반소를 적법하게 제기하였는데, 법원이 반소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반소 청구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사해행위인 법률행위가 취소되었음을 전제로 원고의 본소 청구를 심리하여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반소 사해행위취소 판결을 이유로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사해행위취소소송은 형성의 소로서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권리변동의 효력이 발생하나,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권자가 사해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사해행위취소청구에는 그 취소판결이 미확정인 상태에서도 그 취소의 효력을 전제로 하는 원상회복청구를 병합하여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원고가 매매계약 등 법률행위에 기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을 전제로 피고를 상대로 일정한 청구를 할 때, 피고는 원고의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로서 취소되어야 한다고 다투면서, 동시에 반소로써 그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이유로 법률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으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절차 등의 이행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위와 같이 원고의 본소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본소 청구를 다투면서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반소를 적법하게 제기한 경우, 사해행위의 취소 여부는 반소의 청구원인임과 동시에 본소 청구에 대한 방어방법이자, 본소 청구 인용 여부의 선결문제가 될 수 있다. 그 경우 법원이 반소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사해행위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비록 반소 청구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된 법률행위가 취소되었음을 전제로 원고의 본소 청구를 심리하여 판단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때에는 반소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반소 사해행위취소 판결을 이유로 원고의 본소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본소와 반소가 같은 소송절차 내에서 함께 심리, 판단되는 이상, 반소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확정 여부가 본소 청구 판단 시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로 인해 원고에게 소송상 지나친 부담을 지운다거나, 원고의 소송상 지위가 불안정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이로써 반소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심리를 무위로 만들지 않고, 소송경제를 도모하며, 본소 청구에 대한 판결과 반소 청구에 대한 판결의 모순 저촉을 피할 수 있다.

6
  1. 3. 14. 선고 2018다282473 판결 〔물품대금〕 855

[1] 보증의 효력 발생 요건으로서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전문에서 정한 ‘보증인의 기명날인’을 타인이 대행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하는 경우,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서면으로 특정되어 보증계약이 유효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보증인의 보증의사가 표시된 서면에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기재되거나 이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기재가 필요한지 여부(적극)

[3] 甲 주식회사로부터 공장신축공사를 도급받은 乙 주식회사가 공사에 필요한 레미콘을 丙 주식회사로부터 공급받기 위한 계약서를 작성할 무렵 甲 회사의 대리인인 丁 또는 그의 허락을 받은 戊가, 乙 회사가 丙 회사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부담하는 레미콘대금 지급의무를 연대보증할 의사로 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甲 회사의 명판과 법인인감도장을 날인하였는데, 당시 계약서에 계약기간, 현장명, 대금지급조건, 레미콘의 규격과 ㎥당 단가 등은 기재되어 있었으나, 총레미콘의 공급량이나 보증채무의 최고액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사안에서, 甲 회사의 보증의사가 표시된 계약서에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민법 제428조의2 제1항 전문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보증인의 서명’은 원칙적으로 보증인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을 의미하므로 타인이 보증인의 이름을 대신 쓰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보증인의 기명날인’은 타인이 이를 대행하는 방법으로 하여도 무방하다.

[2] 민법 제428조의3은 제1항에서 “보증은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의 경우 채무의 최고액을 제428조의2 제1항에 따른 서면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하는 경우 보증인이 부담하여야 할 보증채무의 액수가 당초 보증인이 예상하였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보증인이 보증을 함에 있어 자신이 지게 되는 법적 부담의 한도액을 미리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증인을 보호하려는 데에 입법 취지가 있다.

위와 같은 민법의 규정 및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불확정한 다수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하는 경우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서면으로 특정되어 보증계약이 유효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보증인의 보증의사가 표시된 서면에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어야 하고,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서면 자체로 보아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얼마인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등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기재가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3] 甲 주식회사로부터 공장신축공사를 도급받은 乙 주식회사가 공사에 필요한 레미콘을 丙 주식회사로부터 공급받기 위한 계약서를 작성할 무렵 甲 회사의 대리인인 丁 또는 그의 허락을 받은 戊가, 乙 회사가 丙 회사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부담하는 레미콘대금 지급의무를 연대보증할 의사로 계약서의 연대보증인란에 甲 회사의 명판과 법인인감도장을 날인하였는데, 당시 계약서에 계약기간, 현장명, 대금지급조건, 레미콘의 규격과 ㎥당 단가 등은 기재되어 있었으나, 총레미콘의 공급량이나 보증채무의 최고액은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사안에서, 甲 회사로부터 적법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丁 또는 그의 허락을 받은 戊가 계약서에 甲 회사의 명판과 법인인감도장을 날인한 것은 민법 제428조의2 제1항에서 정한 ‘보증인의 기명날인’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甲 회사는 乙 회사가 丙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불확정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한 것인데, 甲 회사의 보증의사가 표시된 계약서에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계약서의 기재만으로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얼마인지를 알 수도 없으므로,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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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14.자 2018마7100 결정 〔영업비밀침해금지등가처분〕 859

[1] 영업비밀 침해행위 금지의 목적 및 영업비밀 보호기간을 결정하는 방법

[2]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난 경우, 침해금지청구권이 소멸하는지 여부(적극) /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종기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 침해행위 금지기간을 정하지 않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 경우 금지명령을 받은 당사자의 불복 방법

[1]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영업비밀인 기술정보의 내용과 난이도,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의 기술정보 취득에 걸린 시간,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종업원이었던 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2] 사실심의 심리 결과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남아 있으면 남은 기간 동안 침해금지청구권이 인정되고, 이미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나면 침해금지청구권은 소멸한다. 다만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영업비밀과 동일한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으로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종기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침해행위 금지의 기간을 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금지기간을 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구히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금지명령을 받은 당사자는 나중에 영업비밀 보호기간이 지났다는 사정을 주장⋅증명하여 가처분 이의나 취소, 청구이의의 소 등을 통해 다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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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19.자 2018마6364 결정 〔개인회생〕 862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19조 제1항에서 정한 개인회생절차에서 ‘인가 후의 변제계획 변경’이 변제계획 인가 후에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의 변동 등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가능한지 여부(적극)

[2] 2017. 12. 12. 법률 제15158호로 개정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11조 제5항의 개정규정 시행 전에 신청한 개인회생사건의 채무자가 변제계획 인가 후에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변제계획 변경안을 제출한 경우, 법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법원이 심리․판단하여야 할 사항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619조 제1항은 개인회생절차에서 인가 후의 변제계획 변경에 관하여, “채무자⋅회생위원 또는 개인회생채권자는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가 완료되기 전에는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안을 제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인가된 변제계획 변경안의 제출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은 인가 후에 변제계획에서 정한 사항의 변경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위 규정이, 변제계획 인가 후에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의 변동 등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사항의 변경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아무런 제한 없이 변제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와 달리 위와 같은 변경사유의 발생 없이도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보게 되면 안정적인 변제계획의 수행이 매우 곤란해질 뿐만 아니라 변제계획 인가절차 자체가 무의미해져, 변제계획 인가 전에 채무자회생법 제610조 제2항에 따라 변제계획안을 수정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제계획 인가 후에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의 변동 등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변제계획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2017. 12. 12. 법률 제151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11조 제5항(이하 ‘개정 전 규정’이라 한다)은 변제계획에서 정하는 변제기간은 변제개시일부터 5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개정 전 규정이 2017. 12. 12. 법률 제15158호로 개정되면서 원칙적으로 3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변제기간의 상한이 단축되었다. 이는 개인회생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게 회생 가능한 채무자들을 조속히 적극적인 생산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다만 개정법 부칙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제611조 제5항의 개정규정(이하 ‘개정규정’이라 한다)을 시행하되(제1조 단서), 개정규정 시행 후 최초로 신청하는 개인회생사건부터 개정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이는 개정규정 시행 전에 신청한 개인회생사건(이하 ‘적용제외 사건’이라 한다)의 경우 개정 전 규정의 존속에 대한 개인회생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신뢰가 개정규정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여 그러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적용을 제한한 것이다.

이러한 개정법 부칙규정의 취지 및 이에 따른 개정법의 적용 범위 등에 비추어 보면, 적용제외 사건의 채무자가 변제계획 인가 후에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변제계획 변경안을 제출한 경우 위와 같은 법개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적용제외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변제계획 인가 후에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으로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변경사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제기간의 변경이 가능하다.

따라서 적용제외 사건의 채무자가 변제계획 인가 후에 변제계획에서 정한 사항 중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변제계획 변경안을 제출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변제계획 인가 후 채무자의 소득이나 재산 등의 변동 상황을 조사하여, 이에 비추어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변경사유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심리 결과 인가된 변제계획에서 정한 변제기간을 변경할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614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변제계획이 법률의 규정에 적합할 것’이라는 변제계획 인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변제계획 변경안을 불인가하여야 한다.

또한, 변제계획 변경안이 인가되기 위해서는 인가 당시를 기준으로 채무자회생법 제614조에서 정한 다른 인가요건도 충족해야 하므로(채무자회생법 제619조 제2항, 제614조), 법원으로서는 이러한 인가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도 심리⋅판단하여야 한다.

일반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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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시간강사료반환처분등무효확인〕 867

[1] 대학의 시간강사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사용자에게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의 의미 및 이때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의 의미

[3]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서 정한 ‘동일 가치 노동’의 의미 및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 판단하는 기준

[4]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국립대학의 총장이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5] 甲이 국립대학인 乙 대학과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시간당 강의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전업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함에 따라 전업 시간강사 단가를 기준으로 3월분 강의료를 지급받았는데,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甲이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乙 대학 총장이 이미 지급한 3월분 강사료 중 비전업 시간강사료와의 차액 반환을 통보하고, 4월분과 5월분의 비전업 시간강사료를 지급한 사안에서, 乙 대학 총장이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시간당 강의료를 차등지급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종래 대학의 시간강사는 총장 등에 의하여 위촉되어 학교 측이 개설한 교과목의 강의를 담당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학사관리업무를 수행하고, 그와 같은 업무수행의 대가로 시간당 일정액에 실제 강의시간 수를 곱한 금액(강사료)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시간강사는 이와 같이 학교의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대학의 시간강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즉 시간강사의 경우, 다른 교원들과 같이 정해진 기본급이나 고정급 또는 제반 수당 등을 지급받지 아니하고, 근로제공관계가 단속적인 경우가 많으며,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되어 있지도 않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는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시간제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러한 사정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6조). 여기에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3]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 가치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고, 동일 가치의 노동인지는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4]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총장으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 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5] 甲이 국립대학인 乙 대학과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시간당 강의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전업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함에 따라 전업 시간강사 단가를 기준으로 3월분 강의료를 지급받았는데,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甲이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乙 대학 총장이 이미 지급한 3월분 강사료 중 비전업 시간강사료와의 차액 반환을 통보하고, 4월분과 5월분의 비전업 시간강사료를 지급한(이하 차액 반환통보 및 감액지급을 ‘각 처분’이라 한다) 사안에서, 근로계약서상의 전업⋅비전업 기준이 국립대학교인 乙 대학교에 전속되어 일하여야 한다는 것인지, 출강은 어느 대학이든 자유로 할 수 있으나 시간강사 외의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지, 강사료 외에는 다른 소득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시간제 근로자인 시간강사에 대하여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기본급 성격의 임금인 강사료를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사정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점,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의도로 강사료 단가를 인상하고자 하였으나 예산 사정으로 부득이 전업 여부에 따라 강사료 단가에 차등을 둔 것이라는 사용자 측의 재정 상황은 시간제 근로자인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위 각 처분은 위법함에도, 乙 대학 총장이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시간당 강의료를 차등지급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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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14. 선고 2018두56435 판결 〔채무부존재확인〕 872

[1]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권리자가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 시효중단 사유인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권리자인 피고가 응소하여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그 소가 각하되거나 취하되는 등의 사유로 본안에서 권리 주장에 관한 판단 없이 소송이 종료된 경우, 민법 제17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때부터 6월 이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면 응소 시에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2] 최고를 여러 번 거듭하다가 재판상 청구 등을 한 경우,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는 기준 시점 / 소를 제기한 후 소송이 취하된 경우, 재판상의 청구가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러한 법리는 소가 각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1] 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 제1항에서 시효중단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의 청구는, 권리자가 시효를 주장하는 자를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뿐 아니라,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되어 소를 제기한 데 대하여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포함한다. 권리자인 피고가 응소하여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그 소가 각하되거나 취하되는 등의 사유로 본안에서 그 권리 주장에 관한 판단 없이 소송이 종료된 경우에도 민법 제17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때부터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면 응소 시에 소급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된다.

[2] 민법 제174조가 시효중단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최고를 여러 번 거듭하다가 재판상 청구 등을 한 경우에 시효중단의 효력은 항상 최초의 최고 시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상 청구 등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이로부터 소급하여 6월 이내에 한 최고 시에 발생하고, 민법 제170조의 해석상 재판상의 청구는 그 소송이 취하된 경우에는 그로부터 6월 내에 다시 재판상의 청구를 하지 않는 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고 다만 재판 외의 최고의 효력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그 소가 각하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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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14. 선고 2018두60847 판결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876

[1]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서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보는 요건으로 들고 있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의 각 의미

[2] 어느 개인이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인 동시에 외국 거주자에도 해당하여 외국법상 소득세 등의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경우,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간주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법

[3]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 제4조 제2항 (a)호에서 정한 ‘항구적 주거’의 의미 및 이러한 항구적 주거가 양 체약국에 모두 존재할 경우, 위 조약상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에 대한 다음 판단 기준인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의 의미

[4] 프로축구선수인 甲이 일본의 乙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축구구단에서 활동하면서 지급받은 연봉에 대하여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하고 이를 납부하였는데, 과세관청이 종합소득세를 증액하여 경정․고지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으나, 甲과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므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상 일본의 거주자라고 한 사례

[1]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5. 2. 3. 대통령령 제260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이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보는 요건으로 들고 있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란 우리나라에서 생활자금이나 주거장소 등을 함께하는 가까운 친족을 의미하고,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란 거주자를 소득세 납세의무자로 삼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1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거주를 요할 정도로 직장관계 또는 근무관계 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거나 1년 이상 우리나라에 머물면서 자산의 관리⋅처분 등을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 때와 같이 장소적 관련성이 우리나라와 밀접한 경우를 의미한다.

[2] 어느 개인이 소득세법상의 국내 거주자인 동시에 외국의 거주자에도 해당하여 외국법상 소득세 등의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하나의 소득에 대하여 이중으로 과세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각국 간 조세조약을 체결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납세의무자가 이러한 이중거주자에 해당하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중복되는 국가와 체결된 조세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간주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이하 ‘한⋅일 조세조약’이라 한다)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이 협약의 목적상 ‘일방체약국의 거주자’라 함은 그 체약국의 법에 따라 주소⋅거소⋅본점 또는 주사무소의 소재지 또는 이와 유사한 성질의 다른 기준에 따라 그 체약국에서 납세의무가 있는 인을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은 “이 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어느 개인이 양 체약국의 거주자가 되는 경우, 그의 지위는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라고 정하면서, (a)호에서 “그는 그가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permanent home)를 두고 있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본다. 그가 양 체약국 안에 이용할 수 있는 항구적 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는 그의 인적 및 경제적 관계가 더 밀접한 체약국(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centre of vital interests)의 거주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나아가 (b)호, (c)호 및 (d)호에서 순차적으로 (a)호에 의하여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일 조세조약상 거주자의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의 항구적 주거란 개인이 여행 또는 출장 등과 같은 단기체류를 위하여 마련한 것이 아니라 그 이외의 목적으로 계속 머물기 위한 주거장소로서 언제든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주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 개인이 주거를 소유하거나 임차하는 등의 사정은 항구적 주거를 판단하는 데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이러한 항구적 주거가 양 체약국에 모두 존재할 경우에는 한⋅일 조세조약상 이중거주자의 거주지국에 대한 다음 판단 기준인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즉 양 체약국 중 그 개인과 인적 및 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이 어디인지를 살펴보아야 하고, 이는 가족관계, 사회관계, 직업, 정치⋅문화 활동, 사업장소, 재산의 관리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 체약국 중 그 개인의 관련성의 정도가 더 깊은 체약국을 의미한다.

[4] 프로축구선수인 甲이 일본의 乙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축구구단에서 활동하면서 지급받은 연봉에 대하여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하고 이를 납부하였는데, 과세관청이 종합소득세를 증액하여 경정⋅고지한 사안에서, 甲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줄곧 일본 프로축구리그에서 활동하다가 乙 회사와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한 다음 일본 축구구단에서 프로축구선수로 활동한 점, 甲이 乙 회사로부터 계약기간 동안 제공받은 일본에서의 주거는 甲의 단기체류를 위한 곳이 아니라 甲이 乙 회사와의 계약기간 동안 계속 머물기 위한 주거장소로서 甲과 가족이 장기간 계속하여 실제 사용하기도 한 점, 국내에서 체류한 기간은 甲이 축구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일시적으로 방문한 것에 불과하고, 달리 우리나라에서 사회활동이나 사업활동을 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甲은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으나, 甲과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체약국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므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상 일본의 거주자로 보는 것이 옳은데도, 위 조약에 따라 국내 거주자로 취급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형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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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14. 선고 2018도18646 판결 〔위계공무집행방해⋅국가정보원법위반⋅위증교사⋅증인도피⋅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882

[1]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에 조작된 허위의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수사기관의 수사활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경우,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2]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가 되는 ‘문서’

[3] 국가정보원법 제11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람’의 의미 및 국가정보원의 직원도 이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 위 조항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의 의미 및 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위 조항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의 의미 및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4]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의 구별 기준

[1] 수사기관이 범죄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는 피의자 등의 진술 여하에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모든 증거를 수집⋅조사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한편 피의자는 진술거부권 및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권리와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권리를 가질 뿐이고, 수사기관에 대하여 진실만을 진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의자 등이 수사기관에 대하여 허위사실을 진술하거나 피의사실 인정에 필요한 증거를 감추고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였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이와 같은 허위의 진술과 증거만으로 증거의 수집⋅조사를 마쳤다면, 이는 수사기관의 불충분한 수사에 의한 것으로서 피의자 등의 위계에 의하여 수사가 방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피의자 등이 적극적으로 허위의 증거를 조작하여 제출하고 그 증거 조작의 결과 수사기관이 그 진위에 관하여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하더라도 제출된 증거가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위계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수사행위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서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

[2]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가 되는 문서는 문서상 작성명의인이 명시된 경우뿐 아니라 작성명의인이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문서의 형식, 내용 등 문서 자체에 의하여 누가 작성하였는지를 추지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면 된다.

[3] 국가정보원법 제11조 제1항은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은 그 직권을 남용하여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은 형법 제123조에 규정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사람’과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하므로, 국가정보원의 직원도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에서의 ‘사람’에 포함된다. 그리고 ‘직권의 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남용’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구체적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그 목적,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에서 볼 때의 필요성⋅상당성 여부, 직권행사가 허용되는 법령상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등의 제반 요소를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한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때를 의미하므로,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나,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4]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그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의 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된다. 그리고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의 근거가 필요하다. 다만 법령상의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근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명문이 없는 경우라도 법⋅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관찰해서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그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권한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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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21.자 2015모2229 전원합의체 결정 〔재심인용결정에대한재항고〕 889

[1] ‘여순사건’ 당시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그 후 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있게 되자 검사가 재항고를 한 사안에서, 위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2] ‘여순사건’ 당시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그 후 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있게 되자 검사가 재항고를 한 사안에서, 유죄의 확정판결로서 재심의 대상이 되는 위 재심대상판결이 존재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1] [다수의견] ‘여순사건’ 당시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그 후 위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있게 되자 검사가 재항고를 한 사안에서, 형사소송법 제415조에서 정한 재항고의 절차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성질상 상고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의 전제로서 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점, 형사재판에서 심증형성은 반드시 직접증거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증거로 할 수도 있는 점,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재심청구 이유의 유무를 판단함에 필요한 경우 사실을 조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37조 제3항), 공판절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증거조사 방식에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닌 점 및 대한민국헌법(1948. 7. 17. 제정된 것, 제헌헌법) 제9조, 구 형사소송법(1948. 3. 20. 군정법령 제176호로 개정된 것) 제3조, 제6조 등의 규정, 그리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여순사건 진실규명결정서를 비롯한 기록에서 알 수 있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여순사건 당시 진압군이 순천지역을 회복한 후 군경에 의하여 반란군에 가담하거나 협조하였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감금되었다가 내란죄와 국권문란죄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피고인들을 체포⋅감금한 군경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구속영장 발부 없이 불법 체포⋅감금하였다고 인정하여 재심대상판결에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는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재심사유로 규정하되 그 증명방법을 확정판결만으로 제한하였고, 제422조도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경우 다른 방법으로 증명할 길을 열어두고 있으나 그 증명은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므로 그 직무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데, 원심결정 이유를 비롯하여 기록을 살펴보아도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그러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 확정판결을 대신할 수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운 점, 여순사건 당시로부터 이미 70년의 세월이 지났으므로 그때 존재하였던 증거들이 멸실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나, 형사소송법은 장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사정에 대하여 그로 인하여 공소시효가 완성한 경우 확정판결을 대신하는 다른 방법에 의한 증명을 허용하고 있을 뿐 증명의 정도를 완화하고 있지는 않으므로(형사소송법 제422조), 설령 장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범죄를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남아 있지 않게 된 경우라도 법원으로서는 확정판결을 대신할 정도의 증명이 없는 이상 증거부족을 이유로 재심청구를 기각하여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사법경찰관이 구속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피고인들을 체포⋅구속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증거가 아닌 막연한 추측에 기초한 것으로서, 이러한 잘못된 전제에서 형사소송법 제422조, 제420조 제7호 재심사유에 관한 증명이 있다고 본 원심판단은 법령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현저하게 벗어나 위법하다고 한 사례.

[2] [다수의견] ‘여순사건’ 당시 내란 및 국권문란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을 선고받고 그 판결에 따라 사형이 집행된 피고인들의 유족들이 그 후 위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심개시결정이 있게 되자 검사가 재항고를 한 사안에서,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판결의 존재와 판결서의 존재는 구별되는 것이고, 재심대상판결의 존재, 즉 판결의 선고와 확정 사실은 계엄지구사령부 사령관 명의로 작성된 고등군법회의명령 제3호 문서(이하 ‘판결집행명령서’라 한다), 당시의 언론보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여순사건 진실규명결정서 등 다른 자료를 통하여 인정할 수 있는 점, 재심대상판결의 판결서 원본이 작성되었으나 사변 등으로 멸실⋅분실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설령 처음부터 판결서가 작성되지 않았더라도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어 집행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판결의 성립을 인정하는 데에는 영향이 없는 점, 여순사건 당시 선포된 계엄령과 그 계엄령 선포에 따라 설치된 군법회의에 대하여 법적 근거와 절차 등의 위헌⋅위법 논란이 있으나, 대한민국헌법(1948. 7. 17. 제정된 것, 제헌헌법) 제64조, 제76조 제2항, 제100조 아래 이루어진 계엄선포 상황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한 사법작용으로서 군법회의를 통한 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 근거법령이나 절차, 내용 등이 위헌⋅위법하다고 평가되어 판결이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판결의 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는 점, 또한 판결이 위와 같은 위헌⋅위법 사유로 당연무효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성립한 이상 형식적 확정력은 인정되고, 오히려 그러한 중대한 위헌⋅위법 상태를 바로잡기 위하여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통한 구제를 긍정하는 것이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바로잡는다는 재심제도의 존재 목적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유죄의 확정판결로서 재심의 대상이 되는 재심대상판결이 존재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재심대상판결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근거로는 ‘판결집행명령서’와 관련 언론보도가 있는데, 근본적으로 판결집행명령서의 기재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언론보도 내용은 당시 군법회의 측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보도한 것에 불과하여 별개의 독립한 증거라고 보기 어려운 점, 다수의견이 판결로서 인정하고 있는 재심대상판결에는 당시 계엄선포의 합헌성 내지 적법성, 일제 계엄령의 규범력, 군법회의의 설치근거 및 민간인에 대한 재판권 여부, 법무관 1인에 의한 단심 사형판결의 문제, 공소제기의 존부와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 공판의 개정 및 증거조사의 실시 여부, 판결서의 작성 여부 및 판결의 선고방법 등에 관하여 수많은 의문이 있고, 판결집행명령서나 그 밖에 어디에도 위와 같은 재판으로서의 요건과 절차, 판단의 실체 등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으므로, 판결집행명령서에 기재된 바와 같은 재판이 실제로 있었더라도 이를 규범적 의미에서 재판으로서 성립⋅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군경들이 피고인들을 구속영장 발부 없이 체포⋅감금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체포⋅감금이 어떤 혐의에 관한 것이었는지, 다수의견이 말하는 재심대상판결이 위 혐의에 관한 것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재심사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엄밀히 표현하면 재심사유에 대한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점, 재심을 개시하더라도 공소사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 재심본안에서의 결론은 무죄판결이 아닌 공소기각판결이 될 가능성이 크고, 재심을 통하여 형사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으며, 재심을 허용하더라도 재심본안에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할 때 재심을 개시하는 것이 당초의 의도 내지 취지와 달리 희생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가 되지 못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재심대상 확정판결은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판결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재심은 가능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타당하지도 않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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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약사법위반〕 917

[1]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의 의의와 근거 / 상고심은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 피고인이 유죄가 인정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고 검사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경우, 피고인이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항을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소극)

[2] 피고인들이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이유가 인용됨으로써 제1심판결이 파기되고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 그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자,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위 상고이유 주장은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한 사례

[1] [다수의견] ① 형사소송법상 상고인이나 변호인은 소정의 기간 내에 상고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상고이유서에는 소송기록과 항소법원의 증거조사에 표현된 사실을 인용하여 그 이유를 명시하여야 한다(제379조 제1항, 제2항). 상고법원은 원칙적으로 상고이유서에 포함된 사유에 관하여 심판하여야 하고(제384조 본문), 상고이유가 있는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하는데(제391조), 파기하는 경우에도 환송 또는 이송을 통해 항소심으로 하여금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함이 원칙이며 자판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제393조 내지 제397조). 또한 상고심은 항소심까지의 소송자료만을 기초로 하여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그 당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직권조사 기타 법령에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증거조사를 할 수 없을뿐더러 항소심판결 후에 나타난 사실이나 증거의 경우 비록 그것이 상고이유서 등에 첨부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위 규정 및 법리를 종합해 보면, 상고심은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으로서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으로 되었던 사항에 한하여 상고이유의 범위 내에서 그 당부만을 심사하여야 한다. 그 결과 항소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고 이를 다시 상고심의 심판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이하 ‘상고이유 제한 법리’라고 한다)는 형사소송법이 상고심을 사후심으로 규정한 데에 따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함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항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이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더라도 부적법한 것으로 취급함으로써 상고심의 심판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심급제도의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형태 중에서 현행 제도가 사후심제 및 법률심의 방식을 선택한 입법적 결단에 따른 결과이다. 특히 모든 사건의 제1심 형사재판절차에서 법관에 의한 사실적⋅법률적 심리검토의 기회가 주어지고 피고인이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할 기회가 부여되어 있음에도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이를 다투지 아니한 사정 등을 감안하여 개개 사건에서 재판의 적정, 피고인의 구제 또는 방어권 보장과 조화되는 범위 내에서 재판의 신속 및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심급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실현하기 위하여 마련된 실정법상의 제약으로서 그 합리성도 인정된다.

③ 상고심과 항소심의 직권심판권은 하급심판결에 대한 법령위반 등 잘못을 최대한 바로잡기 위한 취지이다. 그리하여 먼저 항소심의 직권심판권을 통하여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이유를 주장하여 적절히 다투지 아니하더라도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령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 항소심에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고, 상고심은 항소심판결 자체에 여전히 위법이 있는 경우, 예를 들어 항소심이 제1심판결의 위법을 간과하고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거나 제1심판결을 파기 후 자판하는 항소심판결에 고유한 법령적용의 위법이 있는 경우에 직권심판권을 폭넓게 활용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

위와 같이 형사소송법상 상고심과 항소심의 두 심급에 걸쳐 마련되어 있는 직권심판권의 발동에 의해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위법사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아니함에 따라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속하지 않았던 사항이라도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그 잘못을 최대한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갖추어져 있다. 이를 통해 상고심의 사후심 및 법률심으로서의 기능과 피고인의 구제는 더욱 강화된다.

④ 형사소송법상 법관의 면전에서 당사자의 모든 주장과 증거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제1심법정에서의 절차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는 원칙적인 것이 되고, 다만 제1심의 공판절차에 관한 규정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항소심의 심판절차에도 준용되는 만큼(제370조), 항소심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이러한 원칙에 따른 절차로 볼 수 있다. 반면 형사소송법상 상고심은 상고장, 상고이유서 기타의 소송기록에 의하여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제390조 제1항), 공판절차를 진행하더라도 피고인의 소환을 요하지 않는 등(제389조의2) 절차적인 면에서 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제1심 및 항소심과 상고심에 있어 심리절차상의 차이를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살펴보면, 제1심법원이 법관의 면전에서 사실을 검토하고 법령을 적용하여 판결한 사유에 대해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주장하여 항소함으로써 죄의 성부에 관한 판단 내용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그에 관한 판단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⑤ 양형이 원칙적으로 재량 판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항소심이 검사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것은 심급제도하에서 양형 요소라는 동일한 심판대상에 관해 서로 다른 법원에서 고유의 권한으로 반복하여 심사가 이루어짐에 따라 부득이하게 발생된 결과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1심과 항소심 사이의 양형 판단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달라졌다는 사정변경이 사후심 구조에 따른 상고이유 제한 법리의 타당성 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김선수의 별개의견] ① 피고인이 유죄가 인정된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항소하고 검사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때 기초가 된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변경은 제1심법원이 양형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였다는 이유로 상급심인 항소법원이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판단할 당시에는 예견하기 어려웠던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발생 원인에 대해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제1심판결의 결론에 승복함으로써 항소 당시에는 그 주장을 보류해 두었던 사실오인, 법령위반 등 사유를 항소심에서 형이 높아진 다음에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하였을 때 이를 허용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고 있는 사유가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여 상고하는 피고인의 태도를 항소 당시와는 모순되는 거동으로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를 남상고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경우에 대해서도 상고이유를 항소 여부를 결정할 당시를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피고인의 상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② 상소제도와 관련하여 판결 주문은 피고인의 상소 가능성과 그 의사는 물론, 구체적인 상소이유의 내용과 범위를 전반적으로 결정짓는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판결 이유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상소의 적법 여부, 상소이유의 허용 범위를 판단할 때에도 양자는 달리 취급되어야 하고 1차적으로 판결 주문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결 주문이 앞선 심급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고 그에 대해 피고인이 승복하지 않고 상소할 경우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장할 상소이유의 허용 범위도 주문의 정당성을 다툴 만한 것인 이상 가급적 널리 인정하여야 한다. 이것이 불이익한 재판 결과에 대한 소송절차상의 방어권으로서 피고인에 대해 상소권을 인정한 취지에 부합하는 태도이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피고인은 항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항소심이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안이나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 쌍방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이 피고인의 항소는 기각하고 검사의 항소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그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한 사안(이하 통틀어 ‘이 사건 사안’이라 한다)은 피고인이 제1심판결의 주문에 대해 승복함으로써 그 결론이 유지되는 이상 적극적으로 항소할 의사가 없었고 설령 판결 이유 중의 사실인정, 법령적용 등에 불만이 있었더라도 항소하는 것이 허용되지도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판결 주문이 불리하게 변경됨으로써 상고할 이익이나 필요성이 새로 발생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고함에 있어 판결 이유 중의 법령위반 등 새로운 사유라도 이를 주장하여 항소심판결의 잘못을 충분히 다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③ 사후심이란 원판결 자체를 심판대상으로 삼아 원판결의 당부를 제출된 상소이유에 따라 사후에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사후심이 복심이나 속심 등 다른 심판구조와 대비되는 본질적인 특징은 심판대상이 원판결 자체인지 아니면 피고사건 자체인지 및 심판방법이 원판결 당시를 표준으로 기존의 소송자료에만 기초하여 심사하는 것인지 여부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상고심이 사후심이라는 사실 자체는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사유가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것처럼 항소심판결 중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여 다투었거나 직권 발동에 의해 심판대상이 됨으로써 판단된 사항에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 항소심판결의 판단 내용에 포함된 사실인정, 법령적용에 관한 사항도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 사항에 속할 수 있는 것이며 그와 같은 해석이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④ 심급에 기초한 상소제도의 구성과 운영은 입법정책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헌법상 법치주의의 원리,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규정과 헌법 제27조 제1항의 공정한 재판청구권 규정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려는 취지이므로, 항소심에서도 이러한 취지는 유지되어야 하고, 현행 형사항소심의 구조를 기본적으로 속심제로 보는 이상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의 내용은 본질적인 면에서는 제1심에서의 그것과 같이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사안과 같은 경우는 항소심이 파기 후 자판함으로써 제1심판결의 효력이 사실상 소멸되고 제1심판결 선고 직전 상태에서 항소심의 심리가 계속 이어져 항소법원이 항소심판결 선고 시를 표준으로 피고사건 실체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점에서 속심적 성격이 더욱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선고된 제1심판결에 대해 항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항소심판결에 대해서도 그 직전의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투었는지 여부에 구애됨이 없이 다음 심급인 상고심에서 항소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자유롭게 다툼으로써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⑤ 이 사건 사안에서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엄격하게 관철할 경우 피고인의 전략적 행동을 유발함으로써 권리의 구제와 오판의 시정이라는 심급제도 및 상소제도 본래의 취지나 목적과는 무관하게 절차가 운영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항소법원 모두에게 소송절차와 관련된 불필요한 비용이나 부담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결국 이 법리는 남상소를 방지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없다.

⑥ 요컨대,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한 후 항소심이 검사의 양형부당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자판하면서 형을 높인 때에는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사유라 할지라도 적법한 상고이유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사안에 대해서까지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피고인이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당시에는 예견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점, 형사소송법상 상소의 가능성과 그 의사는 판결 주문에 따라 결정되는데 항소심에서 주문이 불리하게 변경된 점, 항소심의 파기 후 자판에 의한 판결 내용은 항소심의 고유한 판단이라는 점, 제1심과 항소심에서의 판결 결과에 따라 상소권 보장의 불균형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는 점, 불필요한 항소를 유발하게 되어 심리부담 경감의 수단으로는 부적합한 점 등의 특수한 사정을 간과한 것이다. 그리하여 피고인이 상고하여 방어권을 행사할 실질적인 근거가 있음에도 그 기회를 사실상 박탈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주는 결과가 된다. 이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적법절차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정신에도 반한다.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심급제도 및 각 심급의 구조와 역할, 그리고 이에 대응한 피고인의 소송상 지위 등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 법리 자체의 타당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는 형사소송법 제383조와는 달리 명문의 규정이 없이 관련 규정의 체계적 해석을 통해 인정되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상고권을 행사할 기회는 크게 제한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사안과 같이 위 법리를 구체적 사안에 적용하였을 때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심급에 따른 상소권 보장의 본질에 반하는 등 특수한 사정이 존재하여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균형 있는 해석이 된다.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①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권자가 적법하게 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으로 원심판결에 대한 것일 것과 제1호 내지 제4호의 각호에서 정한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것이라는 두 가지만을 요구하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요건 외에 다수의견이 말하는 것처럼 ‘항소심에서 상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된 사항일 것’이 요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요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은 위 규정의 문언에 따른 가능한 해석의 범위를 넘는다.

그 밖에 형사소송법과 다른 법률을 살펴보아도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만한 근거 규정을 전혀 찾을 수 없다.

②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 재판을 통하여 원심판결에 관한 법령위반의 잘못을 최종적으로 바로잡음으로써 법률문제에 관하여 여러 개의 하급심의 판단이 서로 달라질 경우 발생하게 될 위법 상태 또는 법적 혼란 상태를 극복하는 것을 본질적인 기능으로 하고 있다. 이는 유일의 최상급법원으로 하여금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심판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으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하급심의 잘못된 법률의 해석⋅적용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피고인의 권리가 구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상고심이 법률문제에 대해 최종적인 심판기관으로서 이러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심급제도와 상소제도에 관한 입법적 결단으로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상고심의 고유한 권한인 동시에 책무이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83조에서 규정하는 법령위반 등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이러한 법률문제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해서도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심판대상이 된 사항인지 아닌지에 따라 적법성 여부가 좌우된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법률심인 상고심의 기능과 역할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형사소송법 제384조에 규정된 직권심판은 상고심의 의무가 아니라 권한으로서 그 발동 여부가 상고심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리하여 직권심판사항에 대해서는 그 위법사유가 긍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고심 스스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원심판결을 파기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 상고심이 제대로 직권심판권을 발동하였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상고심의 직권심판은 의무적 심판대상인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과 비교해 볼 때 법률심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흡하여 다수의견의 상고이유 제한 법리를 합리화할 근거가 되기에 부족하다.

④ 요컨대,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상고이유의 범위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상고이유 제한 법리는 형사소송법, 그 밖의 관련 법령상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상고심의 사후심 구조나 상고심의 적정한 기능 확보를 위한 정책적 필요성을 이유로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이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취지 및 법률심으로서 상고심의 기능이나 역할과도 배치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따라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위반 등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경우에는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된 사항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나 적법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상고심의 기능은 위 규정을 보다 엄격히 해석하여 순수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유만으로 상고이유의 범위를 한정하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2] 피고인들이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하지 않거나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이유가 인용됨으로써 제1심판결이 파기되고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 그보다 높은 형이 선고되자,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않았던 채증법칙위반, 심리미진 및 법리오해의 새로운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아 상고한 사안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이른바 ‘상고이유 제한에 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피고인들의 위 상고이유 주장은 항소심에서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라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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