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6도8839 전원합의체 판결
[통신비밀보호법위반]〈불법 감청·녹음 사건〉[공2011상,846]
【판시사항】
[1]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사정을 알면서 이를 보도하여 공개하는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
[2] 방송사 기자인 피고인이, 구 국가안전기획부 정보수집팀이 타인 간의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여 생성한 도청자료인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입수한 후 이를 자사의 방송프로그램을 통하여 공개한 사안에서, 위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통신비밀보호법은 같은 법 및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행위 등 통신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수집하는 행위(이하 이러한 행위들을 ‘불법 감청·녹음 등’이라고 한다)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한편(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제1호),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6조 제1항 제2호). 이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비밀의 공개·누설행위를 불법 감청·녹음 등의 행위와 똑같이 처벌대상으로 하고 법정형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통신비밀의 침해로 수집된 정보의 내용에 관계없이 정보 자체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당초 존재하지 아니하였어야 할 불법의 결과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이고, 이는 불법의 결과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함과 아울러 그러한 행위의 유인마저 없애겠다는 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이다.
(나)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보도하여 공개하는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기 위해서는, 첫째 보도의 목적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이거나,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신체·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하고, 둘째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할 때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 되며, 셋째 보도가 불법 감청·녹음 등의 사실을 고발하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사항을 알리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한정되는 등 통신비밀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넷째 언론이 그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초과하여야 한다. 여기서 이익의 비교·형량은, 불법 감청·녹음된 타인 간의 통신 또는 대화가 이루어진 경위와 목적,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 통신 또는 대화 당사자의 지위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불법 감청·녹음 등의 주체와 그러한 행위의 동기 및 경위,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하게 된 경위와 보도의 목적, 보도의 내용 및 보도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여야 한다.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 (가) 언론의 자유는 개인이 언론활동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형성하는 개인적 가치인 자기실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구성원으로서 평등한 배려와 존중을 기본원리로 공생·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인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보도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우열관계를 가리기 어려운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추상적인 이익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식으로 어느 하나의 기본권만을 쉽게 선택하고 나머지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충돌하는 기본권이 모두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도록 노력하되 개별 사안에서 언론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와 통신의 비밀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형량하여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고 그에 따라 최종적으로 보도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익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통신비밀의 취득과정, 보도의 목적과 경위, 보도에 의하여 공개되는 통신비밀의 내용, 보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이를 보도하여 공개하는 경우에, 그 보도를 통하여 공개되는 통신비밀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갖고 있고, 언론기관이 범죄행위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방법에 의하여 통신비밀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보도의 방법에서도 공적 관심사항의 범위에 한정함으로써 그 상당성을 잃지 않는 등 그 내용을 보도하여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초과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이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경우에 통신비밀의 내용이 그 공개가 허용되어야 하는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 통신 또는 대화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활동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여부, 그 공개로 인하여 얻게 되는 공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여야 할 것이다.
[2] [다수의견] 방송사 기자인 피고인이, 구 국가안전기획부 내 정보수집팀이 대기업 고위관계자와 모 중앙일간지 사주 간의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여 생성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로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위 대기업의 여야 후보 진영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문제 및 정치인과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한 대화가 담겨 있는 도청자료를 입수한 후 그 내용을 자사의 방송프로그램을 통하여 공개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국가기관의 불법 녹음을 고발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위 도청자료에 담겨있던 대화 내용을 공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위 대화가 보도 시점으로부터 약 8년 전에 이루어져 그 내용이 보도 당시의 정치질서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위 대화 내용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피고인이 위 도청자료의 취득에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를 보도하면서 대화 당사자들의 실명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하였으며, 위 보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위 보도에 의하여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공개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 위 사안에서, 도청자료에 담겨 있던 대화 내용은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 대통령후보 진영에 대한 대기업의 정치자금 지원 문제와 정치인 및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등의 지원 문제로서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위 대화가 보도 시점으로부터 약 8년 전에 이루어졌으나 재계와 정치권 등의 유착관계를 근절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치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시의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위 도청자료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아니하였고, 보도 내용도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보도 과정에서 대화 당사자 등의 실명이 공개되기는 하였으나 대화 내용의 중대성이나 대화 당사자 등의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상 전체적으로 보도 방법이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불법 녹음의 주체 및 경위, 피고인이 위 도청자료를 취득하게 된 과정,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보도의 목적·방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위 보도에 의하여 얻어지는 이익이 통신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보다 우월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 보도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정당행위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20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제1호, 제2호, 헌법 제18조, 제21조, 제37조 제2항 [2] 형법 제20조, 제30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제1호, 제2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공2003하, 2132)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4934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151 판결(공2006상, 975)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2680 판결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피고인들
【변 호 인】법무법인 정세 외 1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06. 11. 23. 선고 2006노172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1) 헌법은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통신의 비밀 보호를 그 핵심내용으로 하는 통신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통신의 비밀과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간섭이나 공개의 염려 없이 사적 영역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을 통신의 영역에서 두텁게 보호한다는 전통적인 기능을 넘어, 개인 간의 의사와 정보의 무제한적인 교환을 촉진시킴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나아가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헌법이 제17조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과 별도로 제18조에서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여 개인 간의 의사소통이 양적·질적으로 더욱 확대되고 편리해진 반면에, 이에 수반한 감청장비 및 기술의 개발로 인하여 국가기관은 물론 사인까지도 손쉽게 다른 사람의 통신이나 대화를 불법 감청 내지 녹음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통신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감청 내지 녹음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그 폐해가 사인의 그것에 비하여 중대하고 이를 적발하여 처벌하기가 어려운데,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경험하였던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기관에 의해 통신의 비밀이 침해되고 마침내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까지도 들여다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불법 감청이나 녹음에 의한 통신비밀의 침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와는 별도로 그러한 행위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비밀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까지도 금지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불법 감청 내지 녹음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물의 공개 내지 누설을 봉쇄함으로써 그와 같은 행위를 하려는 유인 자체를 제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이와 같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먼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행위 등 통신비밀에 속하는 내용을 수집하는 행위(이하 이러한 행위들을 ‘불법 감청·녹음 등’이라고 한다)를 금지하고 이에 위반한 행위를 처벌하는 한편(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제1호),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6조 제1항 제2호). 이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이 통신비밀의 공개·누설행위를 불법 감청·녹음 등의 행위와 똑같이 처벌대상으로 하고 그 법정형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통신비밀의 침해로 수집된 정보의 내용에 관계없이 그 정보 자체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당초 존재하지 아니하였어야 할 불법의 결과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취지이고, 이는 불법의 결과를 이용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함과 아울러 그러한 행위의 유인마저 없애겠다는 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2) 한편 민주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에 의하여 다수의견을 집약시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는 것이므로, 공적 관심사항에 관한 언론의 자유 또한 헌법상의 중요한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1725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기본권이 아니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고,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확인하고 있듯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언론기관의 보도는 통신의 비밀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언론의 자유가 헌법상 중요한 기본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앞서 본 통신비밀보호법의 공개·누설금지 조항의 적용을 함부로 배제함으로써 통신의 비밀이 가볍게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는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형법은 제20조에서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일반적인 위법성조각사유를 두고 있는바,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그 적용을 배제하는 명시적인 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한 이상 통신비밀의 공개·누설에 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용된다. 따라서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의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에 관한 보도가 통신의 비밀이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이익을 능가하는 우월적인 가치를 지님으로써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다면, 그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있다.
(3) 이와 같이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그것이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보도하여 공개하는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할 것이 요구된다.
첫째, 그 보도의 목적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경우이거나,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신체·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국가기관 등이 불법 감청·녹음 등과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러한 사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기관 본연의 사명이라 할 것이고, 통신비밀보호법 자체에 의하더라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음모행위, 직접적인 사망이나 심각한 상해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범죄 또는 조직범죄 등 중대한 범죄의 계획이나 실행 등 긴박한 상황’에 있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법원의 허가 없이 긴급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므로( 제8조), 이러한 예외적인 상황 아래에서는 개인 간의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허용된다.
둘째,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함에 있어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셋째, 그 보도가 불법 감청·녹음 등의 사실을 고발하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사항을 알리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한정되는 등 통신비밀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언론이 그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초과하여야 한다. 여기서 그 이익의 비교·형량은, 불법 감청·녹음된 타인 간의 통신 또는 대화가 이루어진 경위와 목적,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 통신 또는 대화 당사자의 지위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불법 감청·녹음 등의 주체와 그러한 행위의 동기 및 경위, 언론기관이 그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하게 된 경위와 보도의 목적, 보도의 내용 및 그 보도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여야 한다.
(4) 원심 및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사실관계 중 상고이유에 관련된 부분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도청자료는 전 국가안전기획부 내 정보수집기관인 미림팀이 1997. 4. 9., 같은 해 9. 9. 및 같은 해 10. 7. 당시 공소외 1 삼성그룹 회장비서실장과 공소외 2 중앙일보 사장 사이에 호텔 식당 등에서 이루어진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하여 생성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로서,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 진영에 대한 삼성그룹 측의 정치자금 지원 문제 및 정치인과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한 대화가 담겨 있다. 미림팀장이었던 공소외 3은 이 사건 도청자료를 임의로 반출하여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1999. 9.경 당시 집권당 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삼성그룹 관련 정보의 제공을 요구하였던 공소외 4에게 이를 넘겨주었다. 그 후 공소외 4는 2004. 12.경 주식회사 문화방송(이하 ‘문화방송’이라고만 한다)의 기자인 피고인 1을 만난 자리에서 위 녹취보고서를 건네주면서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불법 녹음한 것인데 그 무렵 주미대사로 임명된 공소외 2의 과거 비리를 폭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위 피고인은 문화방송의 간부들과 상의한 결과 녹음테이프 없이 녹취보고서만으로는 이 사건 도청자료를 보도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미국으로 건너가 공소외 4를 만나 취재 사례비조로 우선 1,000달러를 지급하면서 추가로 문화방송에서 취재비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말한 후, 그와 함께 귀국하여 그로부터 위 녹음테이프를 교부받았다. 위 피고인은 위 녹음테이프를 복사한 다음 그 녹음된 음성의 성문분석을 위하여 공소외 4와 함께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확인 작업을 마친 후 그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그런데 2005. 2.경부터 위 피고인이 이른바 ‘엑스파일’을 입수하였다는 소문이 언론계에 퍼지기 시작하자, 그 무렵 문화방송은 ‘안기부 엑스파일’ 관련 특별취재팀을 구성하여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었던 공소외 5를 찾아가는 등 이 사건 도청자료의 출처를 추적하는 한편, 그 내용의 보도에 따른 법률검토에 착수하여 문화방송 고문변호사들로부터는 보도의 내용이 공익에 관한 것이고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으나, 자문을 구한 다른 변호사들 기타 법조 관계인들로부터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듣게 되자 그 보도를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2005. 6.경 인터넷 언론매체에서 ‘MBC와 피고인 1 기자는 침묵을 깰 때’라는 기사를 게재하여 이 사건 도청자료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같은 해 7월경에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각기 이 사건 도청자료의 존재와 그 내용에 관하여 비실명 요약보도의 형식으로 기사를 게재하자, 문화방송도 이 사건 도청자료를 보도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불법 녹음의 피해자인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문화방송을 상대로 이 사건 도청자료와 관련된 일체의 보도를 하지 말 것을 구하는 방송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고, 이에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위 녹음테이프 원음을 직접 방송하거나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실명을 직접 거론하는 등의 방법으로 방송 등을 하지 말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문화방송은 2005. 7. 21. ‘9시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을 통하여 ‘모 중앙일간지 사주와 대기업 고위관계자 간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입수하였다는 것, 위 녹음테이프에는 대기업이 1997년 대선 당시 여야 후보 진영에 로비를 하고 정치인과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대규모로 추석 떡값을 보낼 리스트를 검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 가처분결정의 취지에 따라 당사자의 실명과 육성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다가, 그 다음날인 7월 22일부터 후속보도로 이 사건 도청자료를 입수하게 된 경위와 그 수록 내용을 대선자금 제공, 여야 로비, 검찰 고위인사 관리 등으로 세분하여 상세히 보도하면서 대화 당사자와 대화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실명을 공개하였다. 한편 제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기업들이 정치권에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하여 위 보도 이전에 이미 수사가 이루어졌다.
(5)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통신비밀 공개행위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첫째, 이 사건 도청자료는 국가기관이 자신들의 대화를 공론화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던 사인들 사이에 은밀히 이루어진 대화를 불법으로 녹음한 것이다. 그런데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입수하고 그 성문분석을 통해 원본임을 확인하는 한편, 그 출처에 대한 추적과 그 내용의 보도에 관한 법률자문 등을 통해 그 녹음과정 및 실명공개의 불법성을 확인하고도 그 수록 내용을 실명으로 보도하기까지의 제반 경위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우선 위 피고인이나 문화방송이 국가기관에 의하여 불법 녹음이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이 사건 도청자료에 담겨 있던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그 대화의 당사자나 내용 등이 공중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공개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굴지의 재벌그룹 경영진과 유력 중앙일간지 사장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나 정치인과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이른바 추석 떡값을 지원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였다는 것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논의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위 대화의 내용은 앞으로 제공할 정치자금 내지 추석 떡값을 상의한 것이지 실제로 정치자금 등을 제공하였다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이 사건 보도가 행하여진 시점에서 보면 위 대화는 이미 약 8년 전의 일로서 그 내용이 보도 당시의 정치질서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제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기업들의 정치자금 제공에 관하여는 이 사건 보도 이전에 이미 수사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위 대화 내용의 진실 여부의 확인 등을 위한 심층·기획 취재를 통해 밝혀진 사실 및 그 불법 녹음 사실을 보도하여 각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함으로써 장차 그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확인 작업도 없이 곧바로 불법 녹음된 대화 내용 자체를 실명과 함께 그대로 공개하여야 할 만큼 위 대화 내용이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로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가 불법 녹음이라는 범죄행위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녹음테이프를 입수하기 위하여 미국으로 건너가 녹음테이프의 소지인을 만나 취재 사례비 명목의 돈으로 1,000달러를 제공하고 앞으로 1만 달러를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단순히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녹음의 범행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불법 녹음된 대화의 당사자나 내용의 공적 관심도에 착안하여 그 내용을 공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그 자료의 취득에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셋째, 위 피고인이나 문화방송은 국가기관이 재벌 경영진과 유력 언론사 사장 사이의 사적 대화를 불법 녹음한 일이 있었다는 것과 그 대화의 주요 내용을 비실명 요약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불법 녹음 사실 및 재계와 언론, 정치권 등의 유착관계를 고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 당사자 등의 실명과 대화의 상세한 내용까지 그대로 공개함으로써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일탈하였다. 더욱이 이 사건 보도가 나가기 전에 법원이 이 사건 도청자료의 전면적인 방송 금지가 아닌 녹음테이프 원음의 직접 방송,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의 인용 및 실명의 거론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하였는바, 그 취지는 이 사건 도청자료와 관련된 내용의 보도는 허용하되 대화 당사자들에 대한 통신비밀의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명의 거론이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의 보도를 금지한 것이다. 이처럼 법원이 서로 상충하는 통신의 비밀과 언론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면서 최대한 충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상당한 방법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이나 문화방송이 이를 따르지 아니하고 대화 당사자들의 실명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그대로 공개한 행위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넷째, 이 사건 보도가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불법 녹음행위를 폭로하고 아울러 재계와 언론, 정치권 등의 유착관계를 고발하여 공공의 정보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 주고 향후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처럼 이와 같은 공익적 효과는 비실명 요약보도의 형태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려운 이상, 이 사건 대화 당사자들에 대하여 그 실명과 구체적인 대화 내용의 공개로 인한 불이익의 감수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대화 당사자들이 비록 국민의 경제적·사회적 생활 등에 영향을 미치는 소위 공적 인물로서 통상인에 비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간의 대화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불법 감청 내지 녹음되고 공개될 것이라는 염려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쉽게 제한할 수는 없다. 이상과 같은 사정에 앞서 본 이 사건 대화가 불법 녹음된 경위,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취득하게 된 경위, 이 사건 보도의 목적과 내용, 방법 등 이 사건 보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도에 의하여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보다 결코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공개한 행위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허용된다고 한다면 장차 국가기관 등이 사인 간의 통신이나 대화를 불법 감청·녹음한 후 소기의 목적에 부합하는 자료를 취사선택하여 언론기관 등과 같은 제3자를 통하여 그 내용을 공개하는 상황에 이르더라도 사실상 이를 막을 도리가 없게 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통신비밀 공개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판단유탈 주장에 관하여
위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보도에 관여한 문화방송 기자들과 공모하여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득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였다는 것이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사람도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하여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도236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위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도청자료 중 녹취보고서를 입수한 후 문화방송 간부들과의 상의 아래 적극적으로 녹음테이프를 취득하고 그 진정성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도청자료의 보도 과정에 관여하였다면, 이 사건 보도에 본질적 기여를 함으로써 기능적 행위지배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취지에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보도가 문화방송의 보고체계에 따라 결정되어 위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위 피고인의 면책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단을 유탈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조 제1항 본문에서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16조 제1항에서 ‘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제1호), ‘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 제2호)를 모두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는 ‘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행위의 주체를 ‘ 제1호의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여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지득한 자’로 한정하고 있지 아니한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조문의 체계,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통신 또는 대화의 불법 감청·녹음 등의 행위에 관여하지 아니하고 다른 경로를 통하여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알게 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이를 공개·누설하는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월간조선 편집장으로 있던 당시 전 국가안전기획부 직원들이 불법 녹음하여 제작한 녹음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등이 존재한다는 소문을 듣고 편집부 소속 직원을 통해 녹취록과 녹취보고서를 입수한 다음 문화방송의 위와 같은 보도가 나간 후인 2005. 8.경 편집국 소속 기자로 하여금 월간조선에 위 녹취록과 녹취보고서의 내용 전문을 게재하도록 하였는데, 그 내용 중에는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항과 관계없는 사적인 내용이 그대로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위 1.의 가.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피고인의 주도로 이루어진 월간조선의 보도는 통신비밀의 취득과정, 보도에 의하여 공개된 대화의 내용, 보도 목적과 방법 등에 있어서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한 통신비밀 공개행위에 있어 위법성 조각을 위하여 요구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로 위 피고인의 통신비밀 공개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위 1.의 가.항 판단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위 1.의 가.항 판단에 대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이인복의 반대의견
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는 ‘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처벌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공개자가 통신비밀을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어떠한 방법으로 지득하였는지, 그 통신비밀이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불문한다. 이에 의하면,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그 통신비밀의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여 이를 보도하는 경우에도 위 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언론기관의 보도행위가 예외 없이 위 규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된다고 할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언론의 자유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것이 되므로, 여기에서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 사이의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 및 양 기본권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도모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한 통신비밀 공개행위의 정당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반드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은,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 또는 언론기관 종사자의 보도에 의한 통신비밀 공개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경우를 기본적으로 그 공개가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고발하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거나 공개되는 통신비밀의 내용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로 한정하면서, 이때에도 언론기관이 적극적·주도적으로 통신비밀을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며, 공개 방법의 상당성도 갖추어야 하고, 그 공개로 인하여 얻어지는 이익이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하여야만 정당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 다음, 이와 같은 요건을 토대로 피고인 1의 이 사건 보도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의할 수 없다.
(1) 정당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그리고 긴급성과 보충성 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당행위의 성립요건에 관한 위 법리는 결과반가치적 측면과 행위반가치적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개별 사안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나, 그 내용의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행위자에게 어떠한 경우에 적법 또는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것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보도행위가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상 두 기본권의 충돌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법리를 양 기본권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는 방법으로 구체화하고 양 기본권의 한계를 설정하는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이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보도행위에 대하여 정당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요건은 상충하는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조화로운 방법의 모색이라고 볼 수 없다.
(2) 먼저, 다수의견이 예외적으로 통신비밀의 공개를 허용하는 경우에 관하여 보자.
(가) 다수의견은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공개가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경우에 그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불법 감청·녹음 등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통신비밀의 공개·누설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다수의견도 이를 의식하여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통신비밀의 공개를 허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그 경우에도 불법 감청·녹음 등의 고발이라는 보도 목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한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러한 보도 목적은 통상 언제, 어떤 장소에서 이루어진 통신 또는 대화를 불법 감청·녹음하였다는 내용의 보도만으로도 충분하고, 굳이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다수의견은 언제, 어떤 장소에서 통신 또는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막연한 고지행위만을 허용한다는 것이지, 그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알려주는 의미의 공개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2호의 ‘공개·누설’은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모르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므로, 다수의견은 어떤 경우에도 통신비밀의 공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나) 또한 다수의견은 통신비밀의 공개가 허용되는 경우로 불법 감청·녹음 등에 의하여 수집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신체·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등과 같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사실상 테러범의 테러계획, 타인을 상대로 한 범죄모의 등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직접적이고도 임박한 위험을 내용으로 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개를 허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수의견이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보충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그 문맥상 이는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중대한 침해의 야기에 준하는 정도의 비상적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이에 포섭될 수 있는 사안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와 같은 비상적 상황에서라면, 통신비밀의 공개행위는 언론의 자유를 언급할 필요 없이 경우에 따라 형법 제22조의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설령 그 공개자가 불법 감청·녹음 등을 자행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공개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있어서의 통신비밀의 공개행위는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정당행위의 인정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 사이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한계 설정의 기준으로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한편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한 통신비밀 공개행위의 위법성 조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종래 판례가 정당행위의 성립요건으로 들고 있는 긴급성과 보충성의 요건은 그 적용이 완화되거나 달리 이해되어야 한다. 즉, 문제된 통신비밀의 내용이 공개 당시에 중대한 공적 관심의 대상으로서 시의성을 잃지 않고 있다면 그 긴급성을 부인할 수 없고, 통신비밀의 직접적이고 진실한 공개만이 중간자의 가공·편집에서 비롯되는 왜곡과 오해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보충성의 요건도 충족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고 긴급성과 보충성의 요건을 다른 범죄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엄격히 적용한다면, 통신비밀의 공개행위가 주로 과거에 이루어진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그 대상으로 하는 이상 긴급성과 보충성을 충족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되어 사실상 정당행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공개하지 아니하면 공중의 생명·신체·재산 기타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란 다른 말로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공개가 불가피한 경우로서, 다수의견은 오히려 긴급성과 보충성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하고 있어 부당하다.
그리고 다수의견에 따르면 이 사건 도청자료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공개는 전면적인 보도이든, 비실명 요약보도이든 어떠한 형태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일관된 기준에 따른 해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도청자료의 방송금지가처분 재판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서는 녹음테이프 원음의 직접 방송,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대화 내용의 인용 및 실명의 거론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도청자료의 전면적인 방송금지를 하였어야 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에 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위 법원의 가처분결정이 상충하는 통신의 비밀과 언론의 자유가 조화를 이루면서 최대한 충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상당한 방법을 제시하였다고 평가하여 그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바, 이러한 다수의견의 태도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다) 한편 다수의견은 이 사건 보도에 의하여 공개된 대화의 내용이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여 그 공익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공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언론기관에 부여된 사회적 책무임을 부인하고 있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이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공개가 허용되는 경우를 위와 같이 ‘공개·누설행위가 불법 감청·녹음 등의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기 위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경우’ 또는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로 극히 제한하는 이유는, 언론기관이 그 입수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면 이를 토대로 심층·기획 취재를 통해 이와 관련된 사실을 밝혀내어 보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언론기관이 수사권을 보유한 수사기관이 아닌 바에야 취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주체가 국가기관이고 그 결과물도 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내용인 경우라면 당사자나 관련자가 그 취재에 협조할 리도 만무하다. 이러한 점에서 다수의견은 언론기관에 대하여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여 언론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3) 다음으로, 다수의견은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하거나 그 취득에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소극적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경우라 함은 다수의견이 그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취득행위가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거나 또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 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위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그 보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수긍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적극적·주도적으로’ 취득에 관여한 경우도 그 위법성 조각을 부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주도적으로’ 취득에 관여한 경우가 어떠한 의미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다수의견은 ‘우연히·수동적으로’ 통신비밀을 취득한 경우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언론기관이 어떠한 경로로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보유한 사람에게 먼저 접근하여 그 결과물을 넘겨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이를 취득한 경우는, 우연히 그 결과물을 취득한 경우와는 달리 평가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취득과정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위법한 방법이 개재되지 않았다면, ‘적극적·주도적으로’ 취득에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보도행위의 위법성 조각을 바로 부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욱이 적극적·주도적으로 취득에 관여한 행위의 의미를 위와 같이 ‘우연히·수동적으로’ 취득한 경우에 대치되는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당초 우연히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 중 일부를 입수하게 된 언론기관이 보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그 입수한 자료의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취재활동의 일환으로 나머지 자료를 입수하는 것도 적극적·주도적으로 그 결과물을 취득하는 경우에 해당하게 되어 다수의견에 따르면 그 보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없게 되는데, 이러한 결론은 언론기관에 대하여 그 본연의 활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편 다수의견은 언론기관이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불법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을 취득한 것이라면 그 보도행위의 위법성을 조각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주도적으로 취득에 관여한 경우’라는 소극적 요건도 이러한 경우를 상정하여 둔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언론기관이 불법 감청·녹음 등을 자행하려는 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거나 지급을 약속하였다면 이는 취득과정의 위법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불법 감청·녹음 등을 교사 내지 방조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언론기관의 보도행위에 대해서는 위법성 조각을 거론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불법 감청·녹음이 행해진 상태에서, 언론기관이 사후에 감청·녹음 등의 결과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결과물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가 과연 일률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일반적인 취재과정에서도 정보원에게 취재 사례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다,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사람이 그 결과물을 언론기관에 제공할 경우 감수하여야 할 위험이나 그 결과물의 중대성 등 구체적인 사정의 고려 없이 대가를 지급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그 취득과정 나아가 그 보도행위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사안의 실체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다수의견이 적극적·주도적으로 통신비밀의 취득에 관여한 경우를 정당행위의 소극적 요건으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4) 그 외 다수의견이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보도행위에 대한 정당행위의 인정 요건으로 들고 있는 방법의 상당성과 법익균형성은 정당행위의 핵심적 성립요건으로서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이들 요건은 나머지 요건들과의 유기적 연관하에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위와 같이 나머지 요건들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상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정당행위의 성립요건은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요컨대 다수의견은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통신의 비밀 보호에 편향됨으로써 두 기본권이 모두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이나 경계를 찾는 데 소홀히 하였다고 생각한다.
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신의 비밀 보호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에 관해서는 다수의견이 잘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다. 한편 언론의 자유는 개인이 언론활동을 통하여 자기의 인격을 형성하는 개인적 가치인 자기실현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평등한 배려와 존중을 기본원리로 공생·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인 자기통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다(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등 참조).
언론기관의 통신비밀 보도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이와 같이 우열관계를 가리기 어려운 기본권인 통신의 비밀 보호와 언론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추상적인 이익형량에 의하여 양자택일식으로 어느 하나의 기본권만을 쉽게 선택하고 나머지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며, 충돌하는 기본권이 모두 최대한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도록 노력하되 개별 사안에서 언론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와 통신의 비밀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고 그에 따라 최종적으로 그 보도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익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통신비밀의 취득과정, 보도의 목적과 경위, 보도에 의하여 공개되는 통신비밀의 내용, 보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볼 때, 불법 감청·녹음 등에 관여하지 아니한 언론기관이 이를 보도하여 공개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보도를 통하여 공개되는 통신비밀의 내용이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과 여론의 형성을 요구할 만한 중요성을 갖고 있고, 언론기관이 범죄행위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방법에 의하여 통신비밀을 취득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보도의 방법에서도 공적 관심사항의 범위에 한정함으로써 그 상당성을 잃지 않는 등 그 내용을 보도하여 얻어지는 이익 및 가치가 통신비밀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이익 및 가치를 초과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로서 이를 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경우에 통신비밀의 내용이 그 공개가 허용되어야 하는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 통신 또는 대화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활동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 여부, 그 공개로 인하여 얻게 되는 공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하여야 할 것이다.
라. 이와 같은 기준에서 피고인 1의 이 사건 보도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먼저, 이 사건 도청자료에 담겨 있던 대화 내용은 주로 공소외 2와 공소외 1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정국의 기류 변화에 따른 여야 대통령후보 진영에 대한 국내 굴지 대기업의 정치자금 지원 문제와 정치인 및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한 이른바 추석 떡값 등의 지원 문제로서, 이를 통하여 위 대기업이 대통령 선거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공권력 행사의 일선에 있는 검찰조직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내용들이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상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 정치행위로서 헌법에서 규정한 선거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치러져야 하고, 모든 형사사건의 최종적·독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조직은 국민의 명령에 복종하는 수명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법을 준수하여야 하며 그 직무의 염결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대통령 선거와 검찰조직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행태는 민주적 헌정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서 매우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위 대화가 이 사건 보도 시점으로부터 약 8년 전에 이루어졌음을 이유로 시의성이 없어 공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나, 그 이후로 재계와 정치권 등의 유착관계를 근절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치 환경이나 위 대화 속에서 정치자금 제공자로 거론된 대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도청자료의 공개를 통해 제기된 재계와 언론, 정치권 등의 유착 문제가 단지 과거의 일이라는 이유로 시의성이 없다고 평가 절하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위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이 사건 도청자료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범죄행위도 자행하지 아니하였음은 명백하다. 구체적인 도청자료 취득과정을 보면, 공소외 4가 먼저 위 피고인에게 접근하여 이 사건 도청자료의 존재를 알리면서 그 중 녹취보고서를 건네주었던 것으로, 위 피고인이 이후 공소외 4에게 녹음테이프의 제공을 요구한 것은 위 녹취보고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위 피고인이 녹음테이프를 건네받는 과정에서 공소외 4에게 취재 사례비조로 돈을 지급하고 장차 추가로 돈을 더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도청자료에 담겨진 내용의 중대성이나 이 사건 도청자료를 넘겨주는 데 따르는 위험 등을 고려하면, 이는 취재의 관행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사례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취득하기 위하여 취했던 일련의 조치들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할 만한 요소가 개재되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보도 방법의 상당성에 관하여 보면, 위 피고인과 문화방송은 이 사건 도청자료 중 중대한 공공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만을 보도하였고 그 외 공공성의 정도가 약한 내용이나 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를 하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이들은 이 사건 도청자료를 확보한 뒤 성문분석과 그 출처에 대한 보강취재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도청자료의 진정성 여부 확인을 위한 나름의 조치를 다한 것으로 보이고, 법률자문을 통하여 그 공개에 대한 관계 법령의 검토를 하는 등 보도에도 신중을 기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보도 과정에서 대화 당사자들이나 그 대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명이 공개되기는 하였으나, 그 공개된 대화 내용이 갖고 있는 중대한 공공성 및 이들의 사회적 지위 내지 공적 인물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이 사건 보도행위가 그 방법에 있어서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보도는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불법 감청·녹음과 재계와 언론, 정치권 등의 유착관계 실태를 고발하는 것으로서 매우 중대한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으며, 대화 당사자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의 간부 내지 유력 일간지의 사장으로서 공적인 인물들이라 할 것이므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이 사건 도청자료의 공개로 인하여 입게 되는 어느 정도의 인격권의 침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특히 이 사건 보도 이전에 이미 다른 언론매체를 통하여 대화의 주요 내용이 공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처분신청 과정에서 대화 당사자들의 실명까지 공개된 이상 대화 당사자들의 그 비밀 보호에 대한 기대이익도 상당 부분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에다 이 사건 불법 녹음의 주체 및 불법 녹음의 경위, 위 피고인이 이 사건 도청자료를 취득하게 된 과정, 이 사건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보도의 목적·방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보도에 의하여 얻어지는 이익과 통신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비교·형량할 때 전자의 이익이 후자의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보도행위가 정당행위로서 허용된다고 한다면 장차 국가기관 등이 사인 간의 통신이나 대화를 불법 감청·녹음한 후 자신의 존재는 숨긴 채 언론기관을 통해 그 내용을 공개하려는 시도를 막을 수 없음을 우려하고 있다. 불법 감청·녹음 등의 행위는 그것이 어떠한 명분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고, 그 결과물의 공개행위를 처벌함으로써 불법 감청·녹음 등의 유인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불법 감청·녹음된 결과물이 이미 밖으로 유출되어 버린 상태에서 통신의 비밀 보호가 언론기관의 언론의 자유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언론기관의 보도에 의한 공개행위의 위법 여부를 불법 감청·녹음 등을 행한 자에 의한 공개행위의 위법성과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또한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우려는 앞서 우리가 제시한 요건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상당 부분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오히려 이 사건 보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언론기관에 대하여 그 부여된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우리는 이 사건 도청자료가 국가기관이 자행한 불법 녹음의 산물임에 주목한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불법 감청·녹음 등을 저지른 뒤 그 결과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아니한 탓에 함부로 유출되어 언론기관이 이를 위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입수하여 공개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사인이 불법 감청·녹음한 통신비밀을 공개한 경우와는 평가를 달리하여야 한다. 즉, 불법 감청·녹음 등을 자행한 국가가 그것이 불법 감청·녹음 등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언론기관의 공개행위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물의 공개로 침해되는 통신비밀의 주체는 국가기관이 아닌 불법 감청·녹음된 통신 또는 대화의 당사자이므로 이들의 통신의 비밀 보호에 대한 이익이 비교·형량의 대상이 되나, 구체적인 이익형량 과정에서 불법 감청·녹음 등의 주체도 그 고려 요소가 됨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경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보도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보도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정당행위의 의미와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위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수의견은 이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어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양승태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주심) 이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