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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배임]〈동산 이중양도 사건〉 - 박진완 변호사의 Law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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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배임]〈동산 이중양도 사건〉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동산 이중양도 사건〉[공2011상,482]

【판시사항】

[1]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인 ‘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가)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가)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나)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하며,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 (가)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하나,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반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하며,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고,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다.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물권변동에 관한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으며,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다)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고,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다.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하며,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즉,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한다.

[2] [다수의견] 피고인이 ‘인쇄기’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이를 자신의 채권자 을에게 기존 채무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갑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은 갑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 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갑에게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을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55조 제2항, 민법 제563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참조판례】

[1]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공1976, 8956)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공1980, 12431)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공1981, 14222)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공1983, 528)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공1998하, 2903)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9상, 978)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공2008하, 934)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공2009상, 401)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상 고 인】검사

【원심판결】서울남부지법 2008. 10. 22. 선고 2008노74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그들 간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하고, 그 사무가 타인의 사무가 아니고 자기의 사무라면 그 사무의 처리가 타인에게 이익이 되어 타인에 대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도 그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를 공소외 1에게 135,000,000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그로부터 1, 2차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43,610,082원 상당의 원단을 제공받아 이를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쇄기를 자신의 채권자인 공소외 2에게 기존 채무 84,000,000원의 변제에 갈음하여 양도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공소외 1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동산매매계약에 따라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인쇄기를 인도하여 줄 의무는 민사상의 채무에 불과할 뿐 타인의 사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인쇄기의 양도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 사건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 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함으로써 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되고 그때 매수인은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매도인에게 자기의 사무인 동산인도채무 외에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임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타인과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의무의 일환으로서 타인의 재산보전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존재하는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 구체적 사안을 달리하여 적절한 선례가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민일영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배임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한 타인의 신뢰를 저해하는 임무위배행위를 통하여 그 타인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는 데에 있고, 이러한 임무위배행위에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대법원 1987. 4. 28. 선고 83도1568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배임죄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매매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을 수수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진행되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채무의 이행은 채무자로서의 자기 사무의 처리라는 측면과 아울러 상대방의 재산보전에 협력하는 타인 사무의 처리라는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 그 채무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고( 대법원 1975. 12. 23. 선고 74도2215 판결, 대법원 1983. 2. 8. 선고 81도313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의무의 이행을 통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재산에 관한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게 하기 전에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 상대방의 재산 취득 혹은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는 상대방의 정당한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은 전형적인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대법원은 부동산의 매매에서 매도인이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매수인을 위한 등기협력의무에 위배하는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는바( 대법원 1986. 7. 8. 선고 85도1873 판결,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8도750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76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는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사건을 통하여 정립된 것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경제생활을 규율하는 확립된 법원칙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데 매매계약에서 매매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변동은 당사자 간의 합의와 공시방법의 구비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 법적 구조가 동일하고 다만 그 공시방법이 각기 등기 또는 인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하고 매수인이 그 서류를 이용하여 등기를 신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산매매에서도 매도인이 목적물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는 점, 특정물인 동산의 매매에서 중도금을 교부하여 그 계약이 계약의 내용에 좇아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인의 신뢰를 형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부동산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확립된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례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논리는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법원은 면허권·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경우에도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도961 판결, 대법원 1979. 11. 27. 선고 76도39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966 판결 등 참조), 채권의 경우에도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을 위하여 채권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의 이중양도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6도4935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 역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829 판결,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도252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일련의 판례를 통하여 대법원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당사자 간의 신임관계는 형벌법규에 의한 제재를 통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익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확립된 대법원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에 중도금이 수수되는 등으로 계약의 이행이 일정한 단계를 넘어선 때에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그와 달리 유독 동산을 다른 재산과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다수의견은 본질적으로 유사한 사안을 합리적 근거 없이 달리 취급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이념에 반한다. 다수의견의 입장은 재산권의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의 전반에 걸쳐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함으로써 거래상 신뢰관계의 보호에 기여하여 온 대법원판례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인쇄기를 매도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이를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까지 이전해 준 피고인의 행위가 민사상 채무의 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42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541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적 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민사적 수단에 의한 분쟁의 해결 이전에 형벌법규에 의한 규율을 강제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도한 개입과 비대화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적 영역에서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이해관계 조정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한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국가 형벌권의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형법 조문보다 시민사회의 자율적 영역의 핵심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배임죄라는 범죄유형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 있다.

반대의견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형법상 배임죄를 구성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하여,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에 부응하지 않음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판례법리를 일반화하여, 법령이나 사법상의 계약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모두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이는 민사사건의 전면적인 형사화를 촉진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는 형사범죄인 배임죄의 본질에 충실하게 해석함으로써 개인의 사적 자치의 핵심을 침해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계약상의 의무위반 행위와 관련해서는, “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한다(No one shall be imprisoned merely on the ground of inability to fulfil a contractual obligation).”고 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1조(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Article 11)의 규정이나, 계약상 채무불이행 자체를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채무불이행죄를 두고 있지 않은 우리 형사법제(형사법제)의 태도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므로, 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위배행위’에 관한 위 판례법리를 계약상의 의무 위반과 관련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함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할 것이 요청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으로 모든 계약에는 상대방의 재산상 이익의 보호를 배려할 신의칙상 의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위와 같은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를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 내지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전형적·본질적인 내용으로 하는 신임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요구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계약 당사자 일방의 사무 처리가 타인인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의미의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면 그 사무는 자기의 사무이고 그 일방 당사자는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는 없다. 판례도 같은 입장을 취한다( 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도2245 판결, 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 또는 공사수급인이 도급계약에 따라 상당한 노력과 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공사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파기하고 제3자에게 공사를 도급하여 준 경우 등과 같이 계약 상대방을 위하여 적극적·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그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그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한 사안에서, 그 의무이행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거나 그 의무의 불이행이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배임죄의 행위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그 사무의 본질에 입각하여 제한해석하는 것에 합당한 의미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고 있으면 그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확대해석하여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도 엄격히 경계되어야 한다.

나. 반대의견은 동산 이외에 부동산,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다른 유형의 재산에 대한 이중매매 혹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를 이 사건과 같은 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우선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두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귀속된 이후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보호·관리할 의무를 타인의 사무로 상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이에 반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는 아직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상대방에게 이전되기 전인 계약의 이행 과정에서 계약의 일방 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계약상의 권리이전의무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타인의 사무로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인정에 관하여 그 본질적인 구조를 달리한다.

먼저, 양도담보로 제공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한 것을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은, 점유개정 혹은 반환청구권 양도에 의하여 1차 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된 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담보권자는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에 의하여 채권이 양수인에게 유효하게 양도된 이후의 상황을 다루는 것이다. 즉, 이 역시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기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채권양수인의 사무 처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 판례의 사안들은 기존 채무의 변제 등에 갈음하여 채권양도가 행하여져 양수인의 반대채무 이행이 모두 완료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 사안도 같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면허·허가권 등의 양도의 경우 양도인이 약정에 따라 면허·허가명의 변경신청 등에 소요되는 서류를 양수인에게 교부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서류의 교부를 통하여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관할 관청의 개입이라는 요소를 제외한 양도인과 양수인의 내부관계에서는 양도계약의 체결에 따라 사실상의 권리이전이라는 효력이 발생하고, 다만 양도인이 양수인으로 하여금 관할관청이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차원에서 명의변경 등의 절차에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면허·허가권 등 권리의 양도와 동산의 매매는 그 구조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다.

결국 위 판례들의 사안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 이전에 매도인의 이중처분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의 이전이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전형적인 이중매매의 사안으로 볼 수 없고, 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계약의 당사자 일방으로부터 계약 상대방에게 이전된 상태에서 그 계약의 목적물을 계약 상대방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는 점에서, 이들 사안에서의 판례법리를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까지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2) 앞서 본 채권, 면허·허가권 등의 경우와 달리, 부동산은 동산과 마찬가지로 매매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기 전의 단계에서 계약상 채무의 이행과 관련한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지급받은 이후의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일관된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가 애초 부동산 이중매매를 우리 형법상 배임죄로 의율하게 된 배경이나 이에 대한 비판적 고려의 여지가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본다면,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물권변동에 관하여 이른바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던 의용민법 아래에서는 제1매수인과의 매매계약의 체결만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귀속되고 소유권이전등기 혹은 그 인도는 단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에 지나지 않는 탓에 이중매매행위는 동산과 부동산을 불문하고 제1매수인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의사주의 법제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 형법에서 위 이중매매행위를 횡령죄로 계속 처벌하여 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물권변동에 관한 형식주의 법제를 취한 독일의 경우 형법 제266조 제1항 배임죄에 관한 규정에서 ‘법률행위나 신용관계 등에 의하여 부과된 타인의 재산상 이익을 꾀하여야 할 의무’의 위반행위를 배임죄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일반적 해석론에 따르면 매매 등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고 그와 동시에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하는 의무는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재산보호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결국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형식주의 법제 아래에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그 최초 시행일인 1960. 1. 1.부터 현재까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에 의하여,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인도에 의하여 각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규정하여 이른바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등기 또는 인도로 인하여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이전의 단계에서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을 타에 처분하는 행위는 더 이상 횡령죄를 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 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는 위와 같이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에 치중하여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배치되고 논리적으로도 일관성이 없는 법해석을 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자기의 사무에 불과한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등기협력의무와 같은 작위적 개념을 이용하여 타인의 사무로 변질시킴으로써 배임죄의 적용범위를 부당히 확대시킨 것이라는 비판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례는 매도인이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반면, 제1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경우에는 제2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1986. 12. 9. 선고 86도1112 판결, 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도122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등 참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에는 서로 대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제1매수인과 제2매수인에 대하여 그들의 신뢰에 차이를 두고 그에 대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합리적 근거를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중도금의 수수를 기준하여 신임관계의 발생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침해행위를 모두 배임죄로 처벌하는 입장에 대한 비판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약 당사자 사이의 중도금 수수 시기, 방법, 액수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매도인이 중도금이라는 명목의 대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매도인이 자신의 재산을 마치 타인의 재산과 같이 취급하여 매수인을 위하여 그 재산을 보호·관리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매수인에 비하여 매도인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서, 계약 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매수인이 매매잔대금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음을 들어 매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매도인은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도 매수인으로부터 나머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대금을 전액 지급받을 때까지는 매매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을 거부할 수 있음에도 그 상태에서 매매목적물을 매수인의 소유물과 같이 취급하여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적어도 매도인이 잔금까지 수령하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만을 부담하는 때에 비로소 상대방인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학계의 비판적 견해도 같은 이유에서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덧붙여,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였다는 사실은 당사자가 별도의 손해배상책임 없이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해당할 뿐, 매도인의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를 매도인 자신의 사무에서 타인인 매수인의 사무로 전환하는 요소로는 볼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민사적으로 채무불이행의 유형에는 이행지체와 이행불능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계약의 이행을 불능케 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의 유무 및 정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의 취지에 따라 매도인이 소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적물의 소유권을 타에 처분하여 채무의 이행불능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민사적으로는 동일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적으로 그 취급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는 기존 판례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으나, 이에 관한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는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더라도, 반대의견의 입장과 같이 이러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유사한 사안에 그대로 원용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채무관계의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계약에서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배임행위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사법기관의 자의에 의한 법적용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매매거래 일반에 있어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이후에 매매목적물을 이중으로 매도하는 행위가 널리 배임죄를 구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한 기존 판례가 안고 있는 내재적 한계를 외면하고 형법상 배임죄의 본질에 관한 법리적 오류를 동산의 경우에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 되므로 반대의견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다.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신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배신행위 중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은 그 행위의 가벌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자명한 일이다.

반대의견은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관하여 ‘행위의 비난가능성’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법문에 충실하게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이상, 적어도 동산의 경우에는 이중매매 행위만으로는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4.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 보충의견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으로서 동산의 인도와 부동산의 등기가 갖는 본질적 차이의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이 점에 관하여 별도의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민법은 동산에 관한 물권의 양도는 그 동산을 인도하여야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여 공시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제186조, 제188조 제1항). 이는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하여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므로 특별한 보호 내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동산과 달리 장소의 이동 없이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다는 특징 때문에 공적 장부에 의한 권리관계의 공시가 용이하다는 점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공시방법의 차이로 인하여 부동산과 동산에 대한 각 권리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의 이행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에 의한 물건의 점유이전과 매수인에 의한 물건의 수령 행위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에 비하여, 부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목적물의 권리이전에 필요한 서류 등을 수수하는 행위 외에 별도로 국가를 상대로 권리이전에 관한 등기를 신청하여 그 등기를 마치는 때에 비로소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위 권리이전에 필요한 등기절차에 있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동으로 등기를 신청하도록 하는 공동신청주의를 택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매도인과 매수인은 공동으로 등기관을 상대로 등기신청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상호 협력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이 점에서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지게 된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는 이와 같이 부동산 거래가 동산 거래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여 ‘등기협력의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그에 근거하여 중도금 이상의 대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게 된 부동산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과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한 배임죄의 주체라는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산매매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목적물을 인도하는 것만으로 권리이전의 효력이 발생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과 매수인의 협력에 의하여 별도로 처리하여야 할 사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대의견은 동산매매의 경우에도 목적물의 인도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과 수령이라는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동산매매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의견도 특정물이 아닌 동산의 매매에 있어서는 매도인이 대금을 수령하고 그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았다 하여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자고 하는 취지는 아닐 것이고, 또한 매수인이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매도인에 대한 배임죄로 인정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급부와 반대급부를 주고받는 쌍무계약에서 어느 일방의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형벌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부동산과 달리 별도의 신임관계 발생의 기초가 되는 등기의 공동신청이라는 특별한 절차를 요하지 않는 동산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대금을 지급받은 후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않는 행위 역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반대의견과 같이 거의 모든 계약상 채권채무관계에서 상정할 수 있는 채무의 이행제공과 그 수령이라는 개념구성을 근거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타인의 사무라는 개념이 무한히 확대되어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형사적인 배임행위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 인한 권리의 취득은 사무 처리로 인한 법률효과일 뿐 사무 처리 또는 사무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서, 매수인의 매매목적물에 대한 권리 취득 자체를 신임관계의 기초가 되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도 없다. 부동산 이중매매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가 ‘매수인의 권리 취득에 협력할 의무’ 또는 ‘매수인의 등기서류 수령에 협력할 의무’가 아니라 ‘등기절차에 협력할 의무’라는 개념을 매개로 매도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지위를 인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부동산과 동산의 거래 구조상 본질적 차이를 도외시한 채 부동산의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논리를 동산의 거래에도 그대로 원용하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부동산등기절차의 고유한 특성을 매개로 타인의 재산 보호 내지 관리를 위한 협력의무의 존재를 긍정한 기존 판례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와 같은 내용의 협력의무를 상정하기 어려운 동산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단순한 채무불이행은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본 법리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결론이 정당하다는 점을 밝혀둔다.

5.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민일영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의 태도가 정당하고 반대의견에 찬동할 수 없는 이유를 매우 곡진하게 개진하고 있다. 그에 대응하여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주로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의 주장이 적절하지 아니하며 반대의견이 옳다고 하여야 하는 이유를 보다 상세히 들어 밝히고자 한다(이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의 보충의견을 제1보충의견, 대법관 전수안의 보충의견을 제2보충의견이라고 부른다).

가. 먼저 명확하게 하여 둘 것은, 여기서 ‘이중양도’라고 부르는 사안에 대하여는 그 의미에 관하여 주의를 요한다는 점이다.

종래 이른바 ‘이중양도’라는 이름 아래 다루어진 사안은 대체로 특정한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자가 일단 매도·증여 기타 양도의 원인이 되는 계약을 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부담함에도 다시 제3자에게 매도·증여하는 등으로 같은 목적물에 관하여 소유권 이전의 의무를 이중으로 부담하고 나아가 그 의무의 이행으로, 그러나 제1의 채권자에 대한 소유권이전의무에 위반하여 그 제3자, 즉 제2의 소유권이전채권자 앞으로 등기를 하거나 목적물을 인도하는 등 이를 양도한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위의 사안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양도는 단지 한 번 일어나는 것에 불과하고, ‘이중’으로 행하여지는 것은 소유권 양도 자체가 아니라 그 원인행위뿐이다.

이렇게 보면, 종전에 이 문제를 그러한 소유권 양도의 원인행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매매를 들어 ‘이중매매’라고 불렀던 것도 이유가 없지 않다. 그리하여 이하에서는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또 특히 문제가 되는 부동산 ‘이중양도’와 동산 ‘이중양도’의 대비를 보다 명확하게 부각되도록 하기 위하여, 일단 이중으로 물건매매가 행하여진 경우를 염두에 두고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즉 권리매매, 그리고 매매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양도는 특별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언급한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계약불이행의 문제에 형사적 제재를 개입시키는 것에 대하여 신중하여야 함을 애써 주장한다.

(1) 이 점에 대하여는 달리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특히 민사문제의 형사화는 형사법에서의 이른바 ‘비범죄화’의 요청을 들 필요조차 없이 가능한 한 피하여야 하는 바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유형은 차치하고라도 다수의견 및 그에 대한 각 보충의견도 배임죄의 성립에 별다른 이의가 없을 수많은 사례가 대체로 계약불이행에 해당하는 경우임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여기서 단지 하나의 예만을 들자면, 회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수많은 사안에서 판례는 아무런 의문 없이 배임죄를 인정하여 왔음은 물론인데, 그러한 배임행위들 역시 회사와 이사 사이에 존재하는 위임계약상 의무의 위반임에는 이론(이론)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제1보충의견이 “사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 계약위반행위를 배임죄로 의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면 어떠한 형태의 계약위반을 배임의 죄책으로 제재할 것인가’ 하는 정작 논의가 집중되어야 할 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없다.

(2) 그럼에도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하여, 종전의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벌하여 온 태도에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거나 적어도 그러한 태도에 대한 비판에 귀기울일 만한 점이 있다고 보고, 따라서 그러한 판례의 태도를 동산의 이중매매에도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3) 우선 판례는 부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다양한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배임죄로 의율한 바 없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판례는 단지 부동산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등으로 그 계약관계가 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경우에 비로소, 그것도 매도인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말미암아 매수인의 온전한 권리 취득이 아예 좌절되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 한정하여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을 뿐이다.

즉, 종전의 판례는 “그 내용상 개인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는 사법(사법)의 영역에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을 극력 억제한 결과로 부동산매매에서의 계약불이행의 경우 중에서도 ① 시간적으로는 중도금의 지급으로 부동산매매계약이 그 체결단계를 넘어서 이제 본격적인 이행에 들어간 단계에서 비로소, ② 행위태양의 관점에서는 매도인의 고의로 인한 배신적 처분행위의 경우에 한하여, ③ 행위결과의 관점에서는 매수인의 목적 권리 취득을 아예 불능하게 하는 사안에 대하여만 배임의 죄책을 물었던 것이다.

(4)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는 ―뒤의 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동산의 이중담보 제공이나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서와 같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의 어떠한 특징과 일정한 연관을 가진다.

(가) 우리나라의 부동산매매거래에서는 거의 모든 경우에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온전하게 매매목적물을 취득한다는 법적 보장이 없다.

매수인은 대체로 매매대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 지급하고, 그 중에서 중도금은 때로 여러 차례 나누어서 지급되는 것으로 약정된다. 많은 경우에 중도금의 지급으로써 매도인은 매매대금의 절반 정도를 얻게 되는데, 그 액은 적지 않은 경우에 일반 국민 각자가 보유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외국에서와는 달리 매수인은 그가 의도하는 목적 부동산의 취득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계약이 체결되어도 매수인의 소유권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 앞으로 가등기가 행하여지는 일은 거의 없다. 매도인은 잔금을 지급받으면서 비로소 매수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므로, 매수인으로서는 그때에서야 부동산소유권 취득의 현실적 방도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러한 상황은 매도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그 상당한 부분을 현실로 취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소유권등기를 유지하여서 여전히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소유자로서의 권리’에는 사용·수익은 물론이고, 양도 기타 처분이 포함되어 있어, 매도인이 유효하게 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확고한 판례에 의하면, 그 처분에는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아예 좌절시키거나 그에 현저한 장애를 발생케 하는 처분도 포함된다. 매도인의 제3자에 대한 처분이 그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예외는 제한적인 요건 아래서 매도인의 제2매매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되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뿐이다.

(다) 이러한 법상황 아래서 매도인의 위와 같은 제3자에의 양도행위를 단순히 채무불이행, 즉 금전에 의한 손해배상 또는 계약해제로 인한 지급대금의 반환으로 처리하는 것에 만족할 것인지가 오히려 여기서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1) 그런데 위와 같은 배신적 행위를 고의적으로 범하는 매도인에게 손해배상 등에 충분한 자력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행위는 매도인의 경제적 곤경을 기화로 이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수인의 위와 같은 채권적 권리는 실제로는 그의 구제에 크게 유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2) 우리 민법은 선취특권제도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으므로, 의용민법 제325조 제3호, 제328조에서와 같이 “부동산의 매매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을 위한 당해 부동산에 대한 선취특권도 인정될 수 없다.

또 만일 매수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목적 부동산을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소유권을 취득한 제2매수인의 인도청구 등에 대하여 매수인에게 위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에 기하여 목적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를 긍정하는 것은 “부동산물권변동에 있어서도 점유 취득을 요건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일종의 공신력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되어서”, 현행법상 아마도 시인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5) 그렇다면 매수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매도인의 이중양도 자체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 그리하여 그 금압의 수단으로 배임죄의 형사적 제재를 시인하는 것은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즉 중도금의 지급 등으로 부동산매매의 계약관계가 일정한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 한하여 매도인에게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를 인정하여 그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수인이 매매대금의 절반 가량 또는 적어도 상당한 정도의 매매대금을 소유권 취득의 법적 방도도 전혀 확보되지 아니한 채로 지급하고 매도인 역시 그러한 상태에서 그 지급을 받는 것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도인이 매수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임관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행태라고 하여도 무리는 없는 것이고, 오히려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판례가 부동산의 이중매매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본 것은 종래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한 의용민법 아래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를 범죄시해 오던 태도를 물권변동에 관하여 형식주의로 전환한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결과 그 적용법조를 배임죄로 바꾸어 계속 처벌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기존 판례가 처음부터 민사법의 기본원리와 어긋나게 배임죄에 관한 형벌법규를 해석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 그러나 민법이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한 입법주의를 전환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과 관련한 구체적 법문제들의 처리에 있어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소유자로 등기된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아직 그에 관한 소유권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경우에 목적부동산을 제3자가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었으면, 의용민법 아래서라면 직접 소유권에 기하여 무단점유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었던 매수인( 대법원 1955. 3. 12. 선고 4287민상326 판결 참조)이 이제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직접 그러한 청구를 할 수 없게 되기는 하였다( 대법원 1969. 10. 14. 선고 69다1485 판결 참조). 그러나 매수인은 매도인의 소유물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함으로써 같은 결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1980. 7. 8. 선고 79다1928 판결 등 참조).

또한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제1매매에 의하여 소유권이 원칙적으로 등기 없이도 매수인 앞으로 이전된다고 하여도, 매수인은 그 소유권 취득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의용민법 제177조). 그리고 물권으로서의 소유권은 그 본령이 바로 이와 같이 당사자 사이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절대성’에 있다. 따라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소유권이란 내용적으로 보면 매우 불완전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용민법 아래에서 매도인이 제2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하면, 제1매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 이제 그나마의 소유권조차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모든 권리의 1차적인 내용은 권리자의 의사(또는 법)에 의하지 아니하면 그 권리를 상실하거나 기타 법적 불이익을 입지 않는다는 데 있음에도 그러한 것이다.

(2) 이렇게 보면, 부동산 이중매매의 불법성에 대한 견해를 아예 바꾸지 아니하는 한 판례가 부동산 이중매도인의 형사적 처리에 관하여 이를 무죄로 판단하는 급격한 변화를 단행하지 아니한 것은 오히려 현명한 처사이었다고 할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이중매매로 인한 제1매수인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 또는 ‘명목상의 소유권’의 상실은 새로운 민법 아래서는 보다 간명하게 등기가 없는 한 매도인이 여전히 소유자이어서 그의 의사에 기하여 제2매수인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변화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선배 법조인들은 여기서의 ‘매우 불완전한 소유권’의 상실이 ‘소유권 취득의 불능’으로 변화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행위의 불법성이라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파악하고, 이러한 파악을 전제로 사회적 반가치행위에 대한 제재와 그 예방을 주안으로 삼는 형사법의 관점에서는 양자를 기본적으로 같이 취급한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한 이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종전에 횡령죄로 처단하던 것을 배임죄로 벌하게 된 것은 횡령죄의 요건으로서의 ‘타인의 재물’( 형법 제355조 제1항)에 관한 해석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우리와 같이 이른바 형식주의를 취하는 독일의 예를 들어 그 나라에서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의 성립이 부정되고 있는데, 이는 “형식주의 법제 아래서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선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고(또한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을 인용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른바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을 사안유형이 달라짐에 따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일을 수없이 많은 법문제에서 목격하고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와 법상황 및 사회·경제적 상황을 달리하는 독일에 관하여 상세하게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독일의 부동산매매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매수인의 소유권이전 확보 전에 대금의 상당 부분이 매도인의 수중에 현실로 들어가는 거래관행이 없으며, 부동산거래는 거의 예외 없이 매매당사자 쌍방에서 공증인의 관여와 조언 아래 행하여져서 당사자 본인은 대체로 매도·매수의 의사결정 자체만을 하고 대금의 지급·수수,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 및 그 확보 등 계약의 이행은 모두 공증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등으로, 독일에서 부동산의 이중매매란 극히 예외적인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정될 수 없다는 점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부동산거래의 실제적 양상을 달리하는 독일의 경우를 들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현실지향성’이라는 법의 해석과 운용에서의 중차대한 요청을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배임죄의 운용에 있어서도 일차적으로 우리의 실제 사정과 필요에 착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4) 이렇게 보면, 오히려 각 보충의견의 위와 같은 파악이 민법상의 입법주의 전환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법구성적인 측면의 차이에 불필요하게 구애되어 행위의 실질적 불법성 내지 제1보충의견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비난가능성”의 측면에 충분히 주목하지 아니함으로써 종전 판례의 진정한 의미를 적절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목적물을 이중매도한 매도인에게는 배임의 죄책을 물으면서 상대방인 매수인의 현저한 계약불이행에 대하여는 이를 묻지 않는 것이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매매계약에서 발생하는 당사자의 주된 의무, 즉 매도인의 권리이전 및 인도의무와 매수인의 금전지급의무의 성질상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람은 어떠한 태양으로든 일정한 액의 금전을 인도함으로써 족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도의 대상이 되는 금전 자체의 보관·관리 등에 대하여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 채무자가 지급할 금전의 조달은 전적으로 채무자 자신에게 맡겨져 있어서, 그것은 그야말로 ‘그 자신의 사무’이다. 앞서 든 예를 여기서 다시 끌어온다면, 회사 사무의 처리를 위임받은 이사가 그 위임사무의 처리에 있어서 고의로 사익을 도모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죄로 의율되지만, 회사가 그 임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보수 등을 고의적으로 마련하지 아니하고 또는 마련하여 둔 것을 다른 곳에 소비하였다고 하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회사와 이사 사이의 법률관계가 유상위임계약으로서 쌍무계약에 해당함에도 당연한 것이다. 위의 제1보충의견은 이 경우에도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본질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여 위의 사안에서 이사를 배임죄로 벌하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결국 ‘계약당사자 간의 대등한 법적 지위의 보장’이 쌍무계약의 본질이라고 하여도, 그 ‘대등한 보장’은 각 당사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에 상응하여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지, 양자를 모든 면에서 동일하게 취급할 것이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주장은 이른바 ‘쌍무계약의 본질’을 그것이 논의될 맥락이 아닌 문제에 관하여 제기하는 것이다.

마.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각 보충의견은 동산의 이중매매를 부동산의 이중매매와 달리 취급하여야 하는 주된 논거로서 각 물권변동의 공시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특히 지적한다.

즉, 부동산의 경우 매매계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목적물의 인도 외에 쌍방 공동신청에 의한 등기절차가 필요하므로 이를 통해 배임죄 성립의 기초가 되는 신임관계 및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의 지위가 발생하는 반면, 그러한 공시절차가 없어 거래 구조의 본질을 달리하는 동산의 이중매매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혁적으로 부동산이 동산에 비해 그 경제적 가치가 훨씬 커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논거로 들고 있다.

(1) 그러나 한편으로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을 배임죄로 처단하는 태도를 ‘법리적 오류’라고까지 평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그 이중매도인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확인하는 판결을 거듭하여 스스로 내리고 있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우선 의문이다.

위 견해는 “[그와 같은] 판례법리가 오랫동안 판례법으로 굳어진 마당에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여기서 그 당부에 관한 논의를 유보한다.”고 하여 굳이 말하자면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의 힘’이라고나 부를 수 있는 이유를 들어 한 발 물러선다. 그러나 종전 판례의 태도가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유로 이에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몰라도, 그것이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그 ‘당부에 대한 논의를 유보’한 채 종전의 판례를 그대로 묵종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종전의 판례가 ‘법리적으로 오류’라고 한다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입장을 택하기 어려운” 어떠한 측면이 그것에 있다는 것인가? 그러한 묵종은 위 견해가 그러한 ‘오래 행하여져 온 사실적인 것’을 더욱 굳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 정당성에 대한 암묵의 시인이라고밖에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2)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은 동산 이중매매의 경우와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배임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부동산과 동산의 이중매매를 단순히 평면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제2보충의견은 이와는 달리 “부동산과 동산의 권리이전절차는 전혀 다른 법적 구조와 성질을 가진다.”고 한다.

그러나 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의 의무의 구조는 그 목적물이 부동산이든 동산이든 전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중매매에 대하여 배임의 죄책을 인정하는 것이 그러한 의무의 위반행위 중 일정한 양태에 대한 형사법적 평가라고 한다면, 이에 관하여 부동산과 동산을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가) 매매에서 매도인의 의무는 한 마디로 하면,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에 관한 모든 사실적·법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에 놓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물에 관한 이익으로서 주요한 것은 결국 사용·수익과 처분으로 요약될 수 있으므로(소유권에 관하여 민법 제211조도 참조), 위와 같은 포괄적 이익제공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물건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나아가 목적물을 인도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대법원 1966. 9. 27. 선고 66다1149 판결은 매매가 아니라 증여의 사안이기는 하나, 증여자는 수증자에게 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기 위하여 이전등기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증자로 하여금 증여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다. 또한 대법원 1973. 7. 24. 선고 73다114 판결은 부동산매수인이 그 등기를 아직 받지 아니한 이상 “소유자에 준하여 사용·수익을 계속적으로 원만히 할 수 있도록 협력하여 줄 의무”가 매도인에게 있다고 판시한다).

우리 법에서 처분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에게 있으므로, 매수인의 자유롭고 원활한 처분이 보장되려면 무엇보다도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민법 제568조 제1항은 이 점을 명문으로 정한다). 나아가 물건의 사실적인 사용·수익은 일반적으로 그에 대한 사실상 지배, 즉 점유( 민법 제192조 제1항)를 필요로 하므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 사용·수익을 보장할 의무와 아울러 그 보장의 수단 또는 전제로서 매수인에게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를 아울러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유권의 이전에 관하여 우리 물권법은 부동산에 관하여는 등기를, 동산에 관하여는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186조, 제188조 제1항), 그 중에서 소유권이전의무는 구체적으로 보면 부동산에서는 소유권등기의무의, 동산에서는 인도의무의 형태를 가지게 될 뿐이다.

(나) 이와 같이 동산매매에 있어서도 매도인의 의무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와 그 구조를 완전히 같이한다. 다만 여기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한편으로 소유권 이전, 다른 한편으로 사용·수익 보장이라는 보다 근원적 의무의 구체적 모습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가지게 되는 것일 뿐이다. 바꾸어 말하면, 동산매매에서 매도인의 목적물 인도는 한편으로 소유권이전의무를, 다른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 용익보장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서, 엄밀하게 말하면 이중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전자의 측면은 부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후자의 측면은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한 내용으로서의 인도의무에 대응한다.

그리고 동산매매에서 목적물의 인도가 위 두 의무의 이행으로서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항상 병존하여 같은 효과를 가지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동산의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후 목적물의 보관을 소홀히 하여 목적물이 훼손된 경우에 물건의 인도로 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의무는 적법하게 이행되어 소멸하지만, 그의 용익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의 인도의무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이 되지 아니하여 그가 불완전급부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다) 다시 논의를 동산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로서의 인도의무에 한정하여 보면, 여기서 ‘인도’[원래는 ‘인도’가 아님에도 법률이 인도로 ‘간주’하고 있는 점유개정 등( 민법 제189조, 제190조 등)은 우선 논외로 한다]는 그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에 의한 점유의 이전을 말하고, 그러한 ‘인도’에는 인도하는 사람과 인도받는 사람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도하여야 할 사람이 소유권의 이전을 위하여 인도를 ‘제공’하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날 수 없고, 또 인도가 제공되더라도 인도받을 사람이 이를 수령하지 않으면, 즉 인도받지 아니하면 인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도 부동산매매에서의 소유권등기의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부동산매도인의 등기협력의무도 동산매도인의 인도의무와 같이 실은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물의 소유자가 되도록 한다는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불과한 것이고, 그 내용으로서의 ‘협력’도 결국 등기 소요 서류를 가지고 등기소에 출석하거나 ―혹은 실제로 흔히 행하여지는 대로― 등기 소요 서류를 매수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동산매도인이 매수인으로 하여금 목적동산의 소유자가 되도록 하기 위하여 그 목적물을 제공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라)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2보충의견은 “물건의 수령이라는 행위는 물건의 인도라는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대응하는 소극적 사실행위에 그칠 뿐 그 자체가 물권변동을 초래하는 독자적 의미를 지닌 행위 개념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인이 물건의 인도를 통하여 매수인의 물건 수령이라는 사무 처리에 협력한다는 논리구조는 적어도 배임이라고 하는 형사범죄의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매매계약에 기하여 매수인이 아니라 매도인이 어떠한 내용의 의무를 부담하느냐 하는 것이므로(부동산 이중매도인의 배임죄에서의 이른바 ‘등기협력의무’도 당연히 매도인의 의무라는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동산매매에서 물건의 인도와 관련하여 매수인에게 요구되는 행태가 어떠하냐는 별달리 문제될 바가 아니다.

(마) 따라서 동산매도인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면 부동산매도인과 마찬가지로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을 위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충분히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3) 한편 다수의견은 “매매의 목적물이 동산일 경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에 정한 바에 따라 그 목적물인 동산을 인도할 채무는 자신의 사무인 것이고,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그러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의 보호 내지 관리 행위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동산매도인의 ‘인도채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문제이거니와, 이러한 입론은 전형적인 순환논법이다. 즉 그 ‘인도채무’의 이행이 ‘자신의 사무’이고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전제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름아닌 동산의 이중매매에서 매도인의 인도채무 이행을 그렇게 볼 것인지에 있는 것이다.

또 위 견해는 “그 인도로써 계약의 이행이 완료되므로” 매도인에게 이와는 별도로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등의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나, 이와 같은 입론은 동산매매에서 ‘인도’가 앞서 본 대로 이중의 기능을 하여서, 그 ‘인도’에는 부동산매도인 앞으로의 소유권등기에 대응하는 부분도 있으므로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하는 것은 소유권등기를 매수인 앞으로 행하지 아니하는 것에 상응하는 ‘재산 보호 등 협력의무’의 위반, 즉 부동산 이중매매에서와 같은 배임적 행위일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바. 판례는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 이중매매 등의 사안에서도 매도인의 배임죄를 긍정하여 왔다. 이 역시 수긍할 만한 이유에 기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1)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을 제3자에게 다시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처분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한 기존 판례의 사안”에서 담보권설정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처리자로 볼 ‘여지가 있게 되는’ 이유로, “양도담보권자에게 이미 담보권이 귀속되어 양도담보권자가 담보목적물에 대하여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갖게 되고 담보권설정자는 담보목적물을 그대로 사용·수익하면서 이를 양도담보권자의 재산으로서 보호·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든다.

그리고 이 점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채권의 양도인이 양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는 취지의 판례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로 유효하게 채권이 양도되어 양수인에게 그 채권이 이전된 것을 전제로 하여 양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 역시 목적물에 대한 권리의 이전 이후에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형성된 것을 전제로 하는 법리”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들 어느 경우도 계약상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이중처분행위를 문제삼는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과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 먼저 채권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가) 채권양도인은 그 원인이 되는 매매나 담보 제공 등에 관한 채권계약에 기하여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하여 채권양도에 관한 채무자 및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하 단지 ‘대항요건’이라고만 한다)을 갖추어 줄 의무를 부담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의무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양수인으로 하여금 그 원인계약의 목적이나 의미에 상응하는 이익을 방해 없이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게 할 계약상 의무에서 연유한다고 이해된다.

그리고 채권의 이중양도는 양도인이 채권양도의 원인행위에 기하여 부담하는 위와 같은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상황에서 목적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 그 제2의 양도에 관하여 먼저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제1양도에 기한 양수인의 채권 취득을 실제에 있어서는 ‘무(무)’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와 다름이 없다.

(나) 그런데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채권 이중양도에서 양도인의 배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채권이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 채권양도인으로서 채권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채권이 양수인에게 이전되었으므로 이제 양도인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고 파악하는 것은 ‘권리의 이전’이라는 것을 채권의 형식적 귀속으로만 파악하고 특히 계약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계약이익의 실질적 보장’의 관점을 근거 없이 가볍게 평가하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채권의 이중양도에서 문제의 발단은 양도인 자신이 채권양도의 원인계약에 기하여 부담하는 대항요건구비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이 대항요건을 구비함이 없이 취득된 채권은 우선 채무자에게도 대항할 수 없어 채권양도를 부인하는 채무자에 대하여 그 양수인은 원래 채권의 이행조차 청구할 수 없고, 나아가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자신의 채권 취득을 관철할 수 없으므로 예를 들면 양도인은 위 이중양도의 사안에서와 같이 얼마든지 제2양수인에게 대항요건을 구비하여 줌으로써 양수인은 자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하고도 자신의 채권을 상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판례가 채권의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여 채권의 이중양도에 대하여 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를 밝힌 진정한 이유는, 위의 견해가 말하는 것처럼 “채권양도계약의 목적이 된 권리가 채권양수인에게 이전된 이후”에는 원래의 계약과 관계없이 무슨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양도인이 다름이 아닌 자신의 채무불이행에 기인된 대항요건의 불구비상태를 이용하여 양수인의 권리 상실과 같은 현저하고도 중대한 결과를 고의적으로 발생시키고 그로써 불법한 이익을 취한 데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즉 그 경우 양도인은 스스로의 의무위반상태에서 그 위반에 수반되는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을 고의적으로 실현시킨 것이다.

판례는 바로 그러한 위험을 고려하여 양도인에게 “양수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를 긍정하고 그러한 위험의 실현에 대하여 형사적 제재를 가하려 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이해라고 생각된다.

(3) 이상과 같은 이해는 양도담보로 제공된 동산이나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서도 다를 바 없다. 여기서는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조차 다른 경우와 달리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후자의 경우는 제외하고, 일단 전자에 한정하여 보기로 한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담보동산 이중처분에 관한 재판례는 예외 없이 담보제공자가 점유개정 등을 통하여 종전의 현실적 점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등으로 처분하여 목적물에 대한 채권자의 소유권을 상실시킨 사안에 대한 것이다(반대의견이 인용하는 재판례 외에도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등 참조).

(나) 물론 이러한 사안에서는 채권자의 소유권 취득으로 담보설정계약 자체는 그대로 다 이행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의 양도담보에 있어서 양도인은 비록 이제 목적물의 소유권은 채권자에게 이전되었지만 자신이 전과 다름 없이 목적물을 현실적으로 점유하는 것을 이용하여 여전히 그 물건의 소유자라고 자처하면서 이를 진정한 소유자인 것처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채권자는 비록 목적물의 소유권을 담보로 취득하였지만, 위와 같은 담보제공자의 배신적 처분행위로 인하여 자신의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등의 역시 현저하고도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다) 이처럼 채권자의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은 동산양도담보거래에는 당연히 수반된다. 따라서 담보를 취득하는 채권자로서도 위와 같은 권리 상실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그러한 거래에 들어간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산양도담보가 주로 신용을 얻는 사람의 편의를 위하여 행하여진다는 점, 동산양도담보가 오늘날의 신용거래에 있어서 중차대한 의미를 가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은 위험을 실현시켜 허용될 수 없는 불법의 이익을 취한 담보제공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용의 현실적 이익을 준 채권자를 보호하여 동산양도담보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려고 하는 것이 판례의 취지라고 할 것이다.

(4)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도 다른 경우와는 달리 이른바 면허·허가권 등의 이중양도의 사안에 대하여는 이를 보다 실질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내용은 목적물이 부동산인가, 동산인가, 채권인가, 아니면 다른 어떠한 권리인가와는 관계없이 관철되어야 하는 것이다.

(5) 요컨대 채권자(양도담보의 경우) 또는 채권양수인(채권양도의 경우)이 양도의 목적물을 취득한다는 것만으로 담보권설정자 또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자(담보권자) 또는 채권양수인에 대하여 ‘거래관계상 보호되는 신임관계’에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를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도 긍정될 수 있지만, 단지 “계약이행을 완료하기 이전 단계에서의 동산 이중매매의 사안”에서는 이를 긍정할 여지가 없다고는 단연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판례가 위의 사안들에서 배임죄를 긍정하는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양수인이 이미 권리를 ‘취득’하였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사안유형에 고유한 현저하고 중대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한편 다수의견에 대한 제1보충의견은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임대목적물을 처분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을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에는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선 이 점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전혀 무관한 문제로서 여기서 다루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는 것, 나아가 그와 같은 결론은 쉽사리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임차권의 성질 기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요한다는 것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사. 위와 같이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판례의 태도를 이해하는 한편, 그 배후에 있는 고려가 채권의 이중양도 등에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고 또 이는 동산의 이중매매의 경우에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인쇄기(합의된 매매대금은 8천만 원에 이른다)를 타인에게 양도하기로 하고 중도금까지 수령한 상태에서 제3자에게 그 인쇄기를 이중으로 매도하고 인도까지 해 주었다고 하면 피고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죄책을 부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주심) 이홍훈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 양창수 신영철 민일영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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