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2008. 1. 10. 선고 2005나69245 판결
[손해배상(의)] 상고〈혈우병 치료제에 의한 에이즈바이러스 감염 논란 사건〉[각공2008상,351]
【판시사항】
[1] 제약회사의 혈액제제(혈우병 치료제) 제조·공급과 이를 투여한 혈우병 환자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 간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의 정도
[2] 제약회사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혈우병 치료제)로 인하여 혈우병 환자들에게 HIV(AIDS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제약회사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혈우병 치료제)에 의하여 혈우병 환자들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것인지 여부는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부에 관한 문제로서 이에 대한 소송상 입증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자연과학적 증명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검토하여 볼 때 특정의 사실로부터 특정의 결과가 발생하였음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족하고, 그 판단은 일반인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로 그 진실성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 이 경우 그 입증의 대상은 우선 의료과실의 존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 사실 사이의 조건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므로 위 혈액제제의 제조·판매를 일종의 의료행위로 보아 그 입증책임을 완화할 필요는 없다. 또한, 혈우병 환자의 경우 그 치료를 위하여 계속하여 혈액제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HIV(AIDS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항체미형성기간을 거쳐 항체가 형성되는 데 2주 내지 수년이 걸리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위 제약회사가 AIDS에 감염된 혈액제제를 혈우병 환자들에게 투여하도록 공급한 일이 있고 그 관련 환자들이 후에 AIDS에 감염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제조물책임에서와 같이 인과관계의 추정에 의한 입증 정도의 완화를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 분자생물학적 분석 결과와 함께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HIV(AIDS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발견 경위, 감염추정시기 및 혈우병 치료제의 투여 경위 등 역학적 조사 결과를 경험칙에 비추어 종합·검토하여 볼 때, 제약회사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혈우병 치료제)로 인하여 혈우병 환자들에게 HIV 감염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전 문】
【원고, 항소인】원고 1외 63인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원고 43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현희외 2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세종외 5인)
【피고, 피항소인】합병된 녹십자피디 주식회사 외 1인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녹십자(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세종 외 2인)
【제1심판결】서울동부지법 2005. 7. 1. 선고 2003가합1999 판결
【변론종결】2007. 11. 29.
【주 문】
1. 원고 43, 44, 45, 46, 47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 사이의 제1심판결 중 위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43, 44, 45, 46, 47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위 원고들의 부담으로 하고, 원고 43, 44, 45, 46, 4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항소비용은 위 나머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1. 청구취지
별지 제2 청구취지 목록 기재와 같은 판결.
2. 항소취지
가. 별지 제1 원고들 목록 중 순번 1 내지 42, 48 내지 69의 각 원고 :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들은 각자 위 각 원고에게 별지 제2 청구취지 목록 기재와 같은 판결을 구하되, 다만 지연손해금에 대하여는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구함.
나. 별지 제1 원고들 목록 중 순번 43 내지 47의 각 원고 : 제1심판결 중 위 원고들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들은 각자 원고 43에게 금 120,000,000원, 원고 44, 45에게 각 금 12,000,000원, 원고 46, 47에게 각 금 3,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1990. 11.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 : 주문 제1항과 같은 판결.
【이 유】
1. 기초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12호증의 1, 2, 갑 제14호증의 1, 2, 갑 제16호증의 1 내지 3, 갑 제18호증의 1, 2, 갑 제22호증의 1, 2, 갑 제24호증의 1, 2, 갑 제26호증의 1, 2, 갑 제28호증의 1, 2, 갑 제30호증의 1, 2, 갑 제32호증의 1, 2, 갑 제34호증의 1, 2, 갑 제36호증의 1, 2, 갑 제39호증의 1, 2, 갑 제47호증, 을 제13호증, 을 제25호증, 을 제32호증, 을 제3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혈우병 환자인 원고들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
(1) 별지 제4 감염 원고들 관련내용표 중 ‘① HIV에 감염된 원고’란 기재 각 원고들(이하 위 원고들을 합쳐 부를 때에는 ‘감염 원고들’이라 한다)은 같은 표의 ‘② 생년월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출생한 사람들로서, 감염 원고들 중 원고 5, 7은 A형 혈우병을 앓아왔고, 나머지 원고들은 B형 혈우병을 앓아왔는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이하 ‘AIDS’라고 표기한다} 검사결과 에이치아이브이{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 AIDS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 이하 ‘HIV’라고 표기한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2) 별지 제4 감염 원고들 관련내용표 중 ‘⑧ 관련 원고들’란 기재 원고들은 그 해당란에 기재된 바와 같이 관련된 감염 원고들의 처, 부모 내지는 형제자매들이다.
나. 피고들의 지위
(1)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홀딩스(원래 그 상호가 주식회사 녹십자였으나 2004. 9. 3. 현재와 같이 상호를 변경하였다. 이하 ‘피고 녹십자홀딩스’라고만 한다)는 의약품, 의약 부외품 등의 제조 및 매매 등의 영업을 하고 있는 제약회사이다.
(2) 피고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피고 녹십자홀딩스에 의하여 1999. 12. 10. 설립된 다음, 1999. 12. 16.경 그 영업 중 혈액제제 부분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와 시설을 양수받아 혈액제제의 제조 및 유통 등의 영업을 하던 제약회사인데, 2003. 12. 31. 주식회사 녹십자피비엠에 합병되었고, 주식회사 녹십자피비엠은 2004. 9. 30. 주식회사 녹십자상아에 합병되었으며, 주식회사 녹십자상아는 2004. 10. 4. 그 상호를 주식회사 녹십자로 변경하였다.
다. 피고 녹십자홀딩스의 혈액제제의 생산 및 공급
(1)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1974년경부터 A형 혈우병 치료제인 옥타비(Octa-VI, 1994년경 제품명을 그린에이트로 변경하였다)를 개발하여 제조·공급하였고, 1986년경에는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훽나인(Facnyne, 이하 ‘이 사건 혈액제제’라 한다)을 제조·공급하였다가 수요 부족으로 제조를 중단한 이후 1989. 12. 12.경부터 다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여 공급하였으며, 1991. 2. 11.경 혈우병 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소외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이하 ‘혈우재단’이라고 한다)을 설립하였는데, 이 사건 감염 원고들은 각 그 무렵 혈우재단에 회원으로 등록하고, 혈우재단을 통하여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한 혈우병 치료제를 무상 또는 유상으로 공급받아 왔다.
(2) B형 혈우병 치료제 중에 국산인 것은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생산하기 시작하여 현재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가 생산하고 있는 이 사건 혈액제제가 유일하다.
라. 피고 녹십자홀딩스의 감염환자인 소외 2와 소외 1의 혈액 구입
(1)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하여 1988. 1. 5.경부터 1988. 12. 23.경까지, 1989. 1. 5.경부터 1989. 12. 23.경까지 총 83회에 걸쳐 소외 2로부터 혈액을 구입하였는데, 위 소외 2는 1989. 10. 16.경까지는 HIV 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였으나, 최종음성반응을 보인 후 45일이 지난 1989. 11. 30. 매혈할 당시 HIV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2)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하여 1990. 1. 3.경부터 1990. 3. 26.경까지 총 21회에 걸쳐 소외 1로부터 혈액을 구입하였는데, 위 소외 1은 1990. 4.경 HIV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감염 원고들은 1987년경 내지 1991년경부터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 또는 A형 혈우병 치료제인 옥타비를 투여 받아왔는데,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이러한 혈액제제를 생산하기 위해 1988. 1.경부터 1989. 12.경까지 HIV에 감염된 매혈자 위 소외 2로부터 80여 차례, 1990. 1. 3.경부터 1990. 3. 26.경까지 HIV에 감염된 매혈자 위 소외 1로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동인들의 혈액을 구입한 다음, 이를 원료로 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 및 옥타비를 제조하였는데, 피고들의 이와 같은 혈액제제의 제조 및 공급상의 과실로 인하여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의 일부로 별지 청구취지 목록 기재와 같은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① 이 사건 혈액제제는 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으로 제조한 것이 아니고, ② 이 사건 혈액제제는 TNBP공법에 따라 제조된 것으로서 현재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된 혈우병 혈액제제의 사용으로 AIDS에 감염되었다는 사례는 1건도 보고되지 않았으며, ③ 설사 이 사건 혈액제제 중 일부가 AIDS 감염자로부터 매수한 혈액을 원료로 하여 제조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 제조 당시의 의료수준 및 지식에 비추어 최선의 조치를 다하였으므로 아무런 과실이 없고, ④ 설사 피고들에게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감염 원고들이 AIDS 감염 사실을 알았을 때 손해의 발생 및 가해자를 알았다 할 것이므로 이미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거나, 손해발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장기소멸시효 역시 완성되었으므로, 여러 모로 보나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원고들은 다시, 이 사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인 감염 원고들에게 AIDS 감염증상이 발현될 때로 하여야 하며, 한편 원고들이 문제의식을 갖기까지 피고들의 방해로 제소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들의 위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3. 관련 의학지식 및 인정되는 사실관계
가. 관련 의학지식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내지 3, 갑 제4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혈우병
혈우병이란 선천성·유전성으로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자발적 또는 경미한 외상에 의해서도 쉽게 출혈하며, 출혈 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출혈시 피를 멎게 하는 혈액 내의 12종의 혈액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A형 혈우병, 제9인자가 결핍되거나 부족한 질환을 B형 혈우병이라고 한다. 혈우병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혈장수혈법이 주로 이용되어 왔으나, 1965년경 혈장으로부터 혈액응고인자를 분리하는 방법이 발견된 이후로는 혈장으로부터 분리한 혈액응고인자가 농축된 제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2)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AIDS란 체내의 세포면역 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져서 보통 사람에게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각종 감염증이 발생하고, 이것이 전신에 퍼지는 질환을 의미하고, 이는 HIV에 의하여 발생한다.
AIDS의 감염경로는,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HIV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인 접촉, 감염된 혈액의 수혈이나 감염혈액으로 제조된 혈액제제의 사용, 감염된 사람과의 주사바늘 및 주사기의 공동사용, 감염된 산모로부터 임신 중 또는 출산시 태아에게의 전파 또는 모유에 의한 감염 등이 있다.
AIDS의 발병원인인 HIV를 퇴치하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현재는 AIDS 환자의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기회감염을 통제하는 방법, 즉 여러 종류의 항HIV 약제를 동시에 복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으나, 증상발현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며, 현대의 의학수준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HIV에 감염되면 바로 체내에 항체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약 2주 내지 12주 정도의 항체미형성기간(Window period, HIV에 감염되어 항체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기까지의 기간)을 거쳐 항체가 형성되며, 감염자의 95% 이상이 6개월 내에 항체가 형성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HIV를 보유하고 있는 자를 ‘병원체보균자’, 항체가 형성된 자를 ‘항체양성반응자’, 감염된 후 인체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AIDS 특유의 임상증상이 나타난 자를 ‘에이즈환자’라고 하고, 널리 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라고 함은 위의 각 경우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호증의 1, 갑 제6호증의 1, 갑 제8호증의 1, 갑 제9호증, 갑 제13호증, 갑 제15호증의 1, 2, 갑 제17호증의 1, 갑 제19호증, 갑 제23호증의 1, 갑 제25호증의 1, 갑 제27호증의 1, 갑 제29호증, 갑 제31호증의 1, 갑 제33호증의 1, 갑 제35호증의 1, 갑 제37호증, 갑 제38호증, 갑 제40호증의 1, 갑 제42호증, 갑 제74호증, 을 제15호증, 을 제17호증, 을 제18호증, 을 제19호증의 1, 2, 을 제44 내지 59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8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공정
(가)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공혈자로부터 혈액을 채취하여 혈장을 분리한 후 혈장을 급속동결하고, 급속동결된 혈장을 융해하여 한 곳에 모은 다음, 원심분리기를 이용하여 분리된 상층의 혈장에서 혈액응고인자 중 제9인자 원액을 추출하여 6시간 동안 바이러스 등의 불활성화(부활성화) 과정을 거치고, 자체 시험 및 국가검정을 거쳐 판매하여 왔다.
(나)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1989. 12. 12.부터 1992. 6. 12.까지 사이에 별지 제3 훽나인 제조 및 국검일자 현황표 기재와 같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판매하였다.
(2) 감염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내역
감염 원고들은 별지 제4 감염 원고들 관련내용표 중 ‘⑨ 감염 추정시기 중 치료내역’란 기재 각 ‘훽나인’이라 표시된 일자에 1회 내지는 수회에 걸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고, 원고 5는 1991. 5. 28.부터, 원고 7은 1991. 2. 26.부터 각 옥타비를 투여받았다.
4. 쟁점별 판단
가.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AIDS 감염 여부 (인과관계의 존부)
(1) 입증의 정도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제조·공급한 혈액제제에 의하여 감염 원고들이 AIDS에 감염된 것인지 여부는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부에 관한 문제로서 이에 대한 소송상 입증은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을 정도의 엄격한 자연과학적 증명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검토하여 볼 때 특정의 사실로부터 특정의 결과가 발생하였음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면 족하고, 그 판단은 일반인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로 그 진실성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을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그 입증의 대상은 우선 의료과실의 존부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 사실 사이의 조건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판매를 일종의 의료행위로 보아 그 입증책임을 완화할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혈우병 환자의 경우 그 치료를 위하여 계속하여 혈액제제를 투여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HIV에 감염되더라도 항체미형성기간을 거쳐 항체가 형성되는 데에 2주 내지 수년이 걸리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AIDS에 감염된 혈액제제를 감염 원고들에게 투여되도록 공급한 일이 있고 그 관련 원고들이 후에 AIDS에 감염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제조물책임에서와 같이 인과관계의 추정에 의한 입증정도의 완화를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할 것이다.
(2) 역학조사방법에 의한 접근
(가) 감염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여부
갑 제6호증의 1, 갑 제8호증의 1, 갑 제74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8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합쳐보면, 원고 5는 혈우재단 산하 혈우클리닉에서 A형 혈우병 환자임에도 B형 혈우병 환자로 오인하여 1991. 2. 25. 및 같은 달 26. 2회에 걸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는데(갑 제6호증의 1), 위 클리닉측에서 의료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하기 위하여 위 각 일자에 옥타비를 투여하였던 것처럼 의무기록을 작성한 사실, 원고 7은 1990. 5. 12. 부산백병원 응급실로 호송되었을 때 위 병원 의료진이 위 원고를 B형 혈우병 환자로 오인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소외 2의 혈액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되었는지 여부
위 소외 2의 혈액이 이 사건 혈액제제 내지는 옥타비의 제조에 사용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듯한 갑 제45호증, 갑 제53호증의 3, 갑 제61호증의 1 내지 5, 갑 제68호증, 갑 제76호증의 1, 2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6의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47호증, 을 제13호증, 을 제14호증의 17, 을 제25호증, 을 제38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9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하여 1988. 1. 5.경부터 1988. 12. 23.경까지, 1989. 1. 5.경부터 1989. 12. 23.경까지 총 83회에 걸쳐 위 소외 2로부터 혈액을 구입하여 질병 감염 여부를 검사한 다음 이를 원료로 하여 알부민, 플라즈마 네이트 등을 제조하여 왔는데, 1989. 11. 30. 매혈한 혈액에 대한 HIV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자 1989. 11. 30.부터 1989. 12. 23.까지 4차례(1989. 11. 30., 1989. 12. 8., 1989. 12. 20., 1989. 12. 23.)에 걸쳐 구입한 혈액을 1989. 12. 27. 소외 목암생명공학연구소에 인계한 사실,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1989. 12. 12.부터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공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위 소외 2의 혈액이 이 사건 혈액제제 또는 옥타비의 제조에 사용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소외 1 혈액의 사용내역
갑 제61호증, 을 제13호증, 을 제15호증, 을 제6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혈액제제 제조에 사용하기 위하여 1990. 1. 3.경부터 1990. 3. 26.경까지 총 21회에 걸쳐 위 소외 1로부터 혈액을 구입하였는데, 위 소외 1이 1990. 4.경 HIV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자 위와 같이 위 소외 1로부터 구입한 혈액 중 1990. 3. 22. 및 1990. 3. 26. 구입한 혈액은 공장에서 폐기하였으나, 1990. 1. 20. 및 1990. 1. 23. 각 구입한 혈액으로 1990. 2. 23. 이 사건 혈액제제(제품번호 9006) 511개를, 1990. 3. 2. 구입한 혈액으로 1990. 4. 19. 이 사건 혈액제제(제품번호 0001) 545개를 만들어 보건의료기관에 공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HIV에 감염되어 항체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기까지 통상 2주 내지 12주 정도가 필요하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시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제조하여 사용하던 AIDS 진단 시약의 민감성이 8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AIDS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위 소외 1의 혈액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감염 원고들의 감염시기와 혈우병 치료 내역
다음 중 사실관계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6호증의 2, 갑 제15호증의 2 내지 5, 갑 제19호증, 갑 제20호증, 갑 제23호증의 3, 갑 제27호증의 3, 갑 제33호증의 3, 갑 제33호증의 3, 갑 제35호증의 3, 갑 제40호증의 3, 을 제32호증의 각 기재, 갑 제60호증의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갑 제4호증의 3의 기재와 위 갑 제60호증의 일부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감염 원고들의 감염시기
① 원고 5, 7, 13, 17, 37, 43, 48, 51, 55, 59, 66은 별지 제4 감염 원고들 관련 내용표의 ‘⑤ 감염 발견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다.
② 원고 1, 11, 32는 같은 표의 ‘④ 최종 음성판정일’란의 각 괄호 안에 기재된 일자에 채취한 혈액으로 HIV 검사를 한 결과 각 음성으로 판단되었으나, 1992년경 보관중이던 혈액으로 다시 HIV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확인되었다.
③ 원고 21, 원고 28은 같은 표의 ‘⑤ 감염 발견일’란 기재 각 해당 일자에 채취한 혈액으로 HIV 검사를 한 결과 재검사를 필요로 한다는 판정이 나와 위 혈액으로 재검사한 결과 모두 양성으로 확인되었다.
④ 앞서 본 감염 원고들에 대한 최종음성 판정일 및 감염 발견일을 기준으로 하되, HIV의 항체 형성기간을 비롯한 동 질병의 발현과정상의 특징을 감안하여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시기를 추정하여 보면, 별지 제4 감염 원고들 관련 내용표 중 ‘⑥ 감염추정시기’란 기재 각 해당 기재와 같다.
2) 감염 원고들의 혈우병 치료 내역
① 원고 1은 감염추정시기 이전인 1989년경 신선동결혈장(FFP)을 투여받은 적은 있으나, 감염추정시기 중에 다른 치료제를 투여받은 기록이 없다.
② 원고 5는 1990. 12. 10.까지 10여 년에 걸쳐 동결침전제제(Cryo)를 투여받고 수혈한 적이 있다.
③ 원고 7은 신선동결혈장을 수혈한 적이 있다.
④ 원고 11은 감염추정시기를 전후하여 수회에 걸쳐 외국산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
⑤ 원고 13은 감정추정시기 이전인 1989년까지 신선동결혈장을 투여받은 적은 있으나, 감염추정시기 중에 다른 치료제를 투여받은 기록이 없다.
⑥ 원고 17은 감염 확인을 전후하여 여러 차례 외국산 혈액제제와 신선동결혈장을 투여받았다.
⑦ 원고 21은 1989년 이전에 여러 차례 외국산 혈액제제와 신선동결혈장을 투여받았다.
⑧ 원고 28은 1990. 5. 9.까지 여러 차례 외국산 혈액제제와 신선동결혈장을 투여받았다.
⑨ 원고 32는 1991. 1. 23.까지 여러 차례 외국산 혈액제제와 신선동결혈장을 투여받았다.
⑩ 원고 37은 1990. 5. 25.까지 외국제 혈액응고 9인자 제제인 Proplex와 PPSB를 투여받은 적은 있으나, 감염추정시기 중 다른 치료제를 투여받은 기록은 없다.
⑪ 원고 43은 감염추정시기 중 신선동결혈장과 동결침전제제, 외국제 제품명 불상의 혈액응고 9인자 제제를 투여받았다.
⑫ 원고 48은 감염추정시기를 전후하여 외국제 혈액응고 9인자 제제인 PPSB와 신선동결혈장을 투여받았다.
⑬ 원고 51은 감염추정시기 전에 외국제 제품명 불상의 혈액응고 9인자 제제를 투여받은 적이 있고, 감염추정시기 중 Factor Ⅳ를 투여받았다.
⑭ 원고 55는 감염추정시기를 전후하여 외국제 혈액응고제제인 PPSB를 투여받고 신선동결혈장을 수혈한 적이 있다.
⑮ 원고 59는 감염 무렵에 신선동결혈장과 농축적혈구(PRC)를 수혈하였다.
(마) 티엔비피(TNBP)공법의 안전성과 공법시행의 적정 여부
피고들은, 이 사건 혈액제제는 TNBP공법에 따라 제조된 것으로서 현재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제조된 혈우병 혈액제제의 사용으로 AIDS에 감염되었다는 사례는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을 제1호증, 을 제17호증, 을 제18호증, 을 제19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TNBP 공법{혈장에서 분리한 혈액응고 침전물을 농축하여 분리·정제한 후 유기용매(Solvent)인 3부틸인산염(Tri-n-Butyl-Phosphate, TNBP)과 세정제(Detergent)인 폴리솔베이트 80(Tween80)을 혼합·용해한 시약으로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킨 후 이온교환수지와 컬럼을 이용하여 고순도로 정제하는 크로마토 그래피(Chromato Graphy)법을 적용한 공법으로, S/D 공법이라고도 한다}을 독일의 옥타파마(Octapharma)사로부터 도입하면서 기술담당부사장 등을 초청하여 검토 및 협의를 거쳤고, 도입 후 1988. 11.부터 1989. 12.까지 4회에 걸쳐 옥타파마사의 기술자들을 초청하여 기술지도를 받았으며, 1989. 6.경부터 위 공법을 적용한 옥타비를 제조한 사실, 혈액제제안전성위원회는 1992. 12. 29. 피고 녹십자홀딩스의 공장을 현지 방문하여 조사한 결과 1993. 9.경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채택한 혈우병치료제 제조공정은 세계적으로 인정된 방법이고, 정확하게 수행하였을 때는 HIV 불활성화에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실, TNBP공법의 개발자인 뉴욕혈액센터의 Dr. Bernard Horowit가 1993. 5. 10.부터 같은 달 11.까지 피고 녹십자홀딩스를 방문하여 제조공정을 조사하고, 피고 녹십자홀딩스의 1991년 중반 제조공정 개선은 타당한 것으로 여겨지며, 또한 1991년 중반 이전의 공정에 의해 제조된 제제가 그 이후에 제조된 제제에 비하여 안전하지 못하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고 보고한 사실, 미국에서는 혈장에 대한 HIV 항체검사와 불활성화 공법을 거쳐 제조된 혈액응고제제를 사용한 경우 1993년 중반부터 1996년 중반까지 미국 혈우병재단과 질병통제센터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연구에 참가한 혈우병치료센터 중 어떤 곳에서도 혈우병 환자들이 AIDS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된 사례가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TNBP공법을 정확하게 수행하였을 경우 이 사건 혈액제제가 AIDS에 감염되었다고 볼 여지는 없다 할 것이나, 다만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AIDS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위 소외 1의 혈액을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한 점, 아무리 완벽한 공정일지라도 수행과정에서의 실수를 배제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혈액제제는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자체 점검하여 몇 가지 사항을 개선하기 전에 제조된 것인 점,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최근에 가열처리공정을 추가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혈액제제가 AIDS에 감염되었다고 볼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바)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 원고들의 감염가능성
1) 원고 1, 11, 17, 21, 28, 32의 경우
① 원고 1의 경우
원고 1은 1991. 3. 21.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고, 같은 달 18.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으나, 위 원고가 1991. 3. 18.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HIV의 항체미형성기간을 고려할 때 위 원고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 11의 경우
원고 11은 1991. 3. 14.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고, 1991. 2. 28.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으나, 위 원고가 1991. 2. 28.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HIV의 항체미형성기간을 고려할 때 위 원고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③ 원고 21의 경우
원고 21은 1991. 2. 21.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고, 1991. 2. 9., 같은 달 20. 및 같은 달 21.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한편 을 제65호증의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위 원고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 이미 HIV에 감염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원고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④ 원고 17의 경우
원고 17은 1991. 7. 1.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고, 같은 날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으나, 위 원고가 이 사건 감염에 이르기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⑤ 원고 28의 경우
원고 28은 1991. 2. 21.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고, 1991. 2. 19.부터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으나, 위 원고가 1991. 2. 19.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HIV의 항체미형성기간을 고려할 때 위 원고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⑥ 원고 32의 경우
원고 32는 1991. 2. 26. HIV에 감염되었음이 확인되었고, 같은 날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은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으나, 위 원고가 이 사건 감염에 이르기 이전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원고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원고 5, 7, 13, 37, 43, 48, 51, 55, 59, 66(이하 이들을 합쳐 부를 때는 ‘위 원고들’이라 한다)의 경우
가) 갑 제4호증의 4, 갑 제33호증의 4, 5, 갑 제35호증의 4, 갑 제6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위 원고들의 모(모)는 모두 HIV 감염자가 아니고, 이 사건 감염 당시 원고 7은 만 5세, 원고 13은 만 11세, 원고 43은 만 3세, 원고 51은 만 11세, 원고 55는 만 3세 내지 만 4세, 원고 66은 만 18세로 각 성경험이 없었던 사실, ② 위 원고들은 혈우재단 등록을 전후하여 모두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고, 특히 원고 13, 37, 43, 55는 위 소외 1의 혈액으로 제조된 이 사건 혈액제제 중 0001호를 투여받은 사실, ③ 위 원고들은 혈우재단에 등록할 당시 모두 AIDS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받았는데 1991년 검사시 음성반응을 보였던 사실, ④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는 2004. 4.경 “㉮ B형 혈우감염자 중 1990. 9.경부터 1993. 3.경까지 사이에 감염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10명 중 5명은 감염추정시기 동안 이 사건 혈액제제 이외의 다른 외국산 혈액응고제제나 수혈을 받은 기록이 없었고, 위 5명 중에는 원고 1, 11, 13, 37이 포함되어 있으며, ㉯ 환자-대조군 연구에서는 1990년 투여된 이 사건 혈액제제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고, ㉰ 투여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품번호별 코호트 연구에서는 제품번호 6개(0001, 0002, 1008, 1012, 1013, 1014)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있었는데, 이는 1990년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았던 혈우병 환자들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 받지 않았던 혈우병 환자들보다, 위 6개 제품번호의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 받았던 혈우병 환자들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 받지 않았던 혈우병 환자들보다 각 HIV에 감염될 확률이 높았음을 의미하며, ㉱ 특히, 제품번호 0001과 1002를 조합하였을 때 상대위험도가 높아지고 감염시기 추정이 가능한 10명이 모두 포함되었는데, 그 중에는 원고 1, 11, 13, 37, 43, 48, 51, 55, 66 등이 포함되어 있고, ㉲ 대부분의 혈우감염자와 매혈감염자가 국내 HIV 분리주 그룹에 속해 있었으며, ㉳ 혈우감염자와 매혈감염자에서 분리된 HIV의 분자생물학적 염기서열 분석결과 계통수에서 몇 명의 혈우병 환자들과 매혈감염자가 밀접하게 위치해 있었고, 특히 원고 43, 원고 59는 매혈감염자 소외 2와 밀접하게 위치하고 있다”고 발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한편, 위 원고들이 이 사건 감염 이전에 모두 신선동결혈장, 동결침전제제, 외국제 혈액응고인자를 각 투여받은 사실, 위 소외 2의 혈액은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되지 아니한 사실, 원고 1, 11, 32의 경우 1991년에 채혈한 혈액으로 처음 HIV 감염검사를 하였을 때는 음성반응이 나타났다가 1992년 동일한 혈액으로 다시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갑 제59호증, 갑 제60호증,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 을 제31호증, 을 제32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5의 증언, 당심 법원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수 소외 10의 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는 앞서 본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 혈우환자에게 전화 설문하여 병원 이용경력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나, 조사대상자의 37.7%가 조사를 거부하거나 이용하였던 의료기관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한 점, ㉯ 개인이 혈액응고제제를 구입하여 자가 투여하여 의무기록에 기록되어 있지 않거나 의무기록이 파기된 경우 또는 의무기록상 처방 상품명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자료처리가 불가능하였던 점, ㉰ 분석가능한 감염자수가 19건에 불과하여 통계적 검정력이 적은 점, ㉱ Genbank에 등록된 혈우 및 비혈우 HIV 감염자에 대한 정확한 역학정보가 결여되어 있어서 개체분석을 시도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위 조사상의 제한점으로 토로하고 있는 사실, ② 국립보건원에 의하여 구성된 ‘혈액제제안전성위원회’로부터 역학적 조사를 의뢰받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인 소외 11은 1994. 4. 16.경 ‘한국 혈우병 B형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HIV 감염에 대한 역학적 연구’라는 결과보고서에서 “㉮ 혈우재단에 등록되어 있는 B형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각종 수혈, 혈액제제의 소비량을 측정하여 HIV 항체 양성인 군과 음성인 군으로 나누어 비교하였을 때 전혈이나 성분수혈에서는 유의하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1991년의 경우는 음성인 군에서 더 사용량이 유의하게 많았으며, ㉯ 외국제제를 포함한 각종 9인자 혈액제제를 비교시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경우는 HIV 항체 양성인 군과 음성인 군에서 1991년을 포함한 이후의 사용량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었고, ㉰ 20세 이상의 성인군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이 사건 혈액제제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20세 미만인 군만을 따로 분석시에는 이 사건 혈액제제의 경우에만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 그러나 1989년 또는 그 이전에 외국산 혈액응고제제를 투여받은 군에서 HIV 항체 양성반응이 수 배 내지 수십 배 이상 높았으며 또한 같은 군이 이 사건 혈액제제의 생산 이후에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유의하게 많이 소비하는 군과 일치하므로 결론적으로 이 사건 혈액제제가 혈우병 환자의 HIV 감염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발표한 사실, ③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인 소외 5는 1996년 2월 발표한 ‘한국 내에서의 HIV 전염에 관한 분자역학적 조사 결과보고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감염원인으로 원고 21, 원고 28에 대하여는 각 수혈을, 원고 11, 원고 55에 대하여는 각 혈장수혈과 수입혈액제제의 투여를, 원고 1, 원고 66에 대하여는 각 혈장수혈을 들고 있는 사실, ④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1987. 11.경 개발·시판한 제1세대 AIDS 진단 시약인 ‘하이비로 엘리자’(HIVIRO ELISA)는 AIDS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항원으로 사용한 개발초기단계에 있어서 민감도는 약 80%여서 위음성반응이 나타날 확률이 약 20%에 이르렀는데, 미국이 1992년 제2세대 AIDS 진단 시약을 시판하기 시작하자, 1994. 11.경 제2세대 AIDS 진단 시약인 ‘제네디아 에취아이브이 1/2 엘리자 2.0’(Genedia HIV 1/2 ELISA 2.0)을 개발·시판하였는데, 위 제품의 민감도는 9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먼저 위 원고들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것임을 추단케 하는 유력한 증거인 혈액제제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는, ① 위 위원회 스스로 조사상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는 점, ② 위 소외 2의 혈액은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분자생물학적 염기서열 분석결과 위 소외 2와 원고 43, 원고 59의 계통수가 밀접하다고 결론을 내린 점, ③ 원고 1, 11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 최초 혈우재단 등록 당시부터 양성인 것으로 결과가 바뀐 점, ④ 위 소외 5 교수는 감염원인으로 원고 11, 원고 55에 대하여는 각 혈장수혈과 수입혈액제제의 투여를, 원고 1, 원고 66에 대하여는 각 혈장수혈을 들고 있는 점, ⑤ 위 소외 1의 혈액은 이 사건 혈액제제 중 0001의 제조에만 사용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할 것이므로, 위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만으로는 위 원고들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고 5, 7, 48, 51, 59, 66은 이 사건 혈액제제 중 0001을 투여받은 적이 없고, 원고 43, 48, 51, 55, 66은 감염추정시기 내에 신선동결혈장 또는 혈액응고제제를 투여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 5, 7, 43, 48, 51, 55, 59, 66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고 13, 37에 혈우재단 등록 당시 모두 음성으로 판정받았고, HIV에 감염되었음이 발견되기까지 번호 0001를 포함한 이 사건 혈액제제 외에 다른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한 전력이 없는 점에 비추어 원고 13, 37의 감염이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것일 개연성은 높다고 할 것이나, 한편, ① 원고 13, 37은 각 감염추정시기 이전에 신선동결혈장 등을 투여받거나 수혈한 전력이 있어 이에 의한 감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원고 13, 37이 혈우재단에 등록할 당시 AIDS 바이러스를 검사하기 위하여 사용한 제1세대 AIDS 진단 시약은 민감도가 80%에 불과하여( 원고 1, 11의 경우 1991. 3.경 최초 진단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가 1992년 동일한 혈액으로 다시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되었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실제와는 다른 음성반응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는 점, ③ HIV에 감염되면 통상 약 2주 내지 12주 정도의 항체미형성기간을 거쳐 항체가 형성되는데 감염자의 95% 이상이 6개월 내에 항체가 형성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원고 13, 37의 감염도 역학조사방법만으로는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것으로 쉽게 단정하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소외 6 교수의 분자생물학적 연구결과와 그 타당성의 존부
(가) 위 소외 6 교수의 연구결과 요지
갑 제53호증의 1 내지 3, 갑 제61호증의 1 내지 9, 갑 제76호증의 1, 2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소외 6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이던 소외 6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사이에 해외 의학 전문지에 한국형 HIV에 관한 논문을 다수 게재하였는데, 그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분자생물학적 염기서열 분석결과 계통수
① 한국내 혈우병 환자의 HIV 검사결과 염기서열이 한국형 섭타입 B형(Sub-type B)인 것으로 보아 국내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감염으로 보이며, 1990년 초경에 두 명의 HIV 감염자로부터 혈장이 매혈되어 국산 혈액응고 9인자 제조에 사용되었는데, 그 중 매혈자 소외 2로부터 얻어진 HIV 유전자 염기서열은 오염된 혈액응고 9인자를 통하여 HIV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의 HIV 유전자 염기서열과 높은 동일성을 보였다(2001년 논문).
②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 국산 응고인자 제조에 사용된 혈장 제공자들, 국외에서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 국내 대조군으로부터 HIV-1의 네프(nef) 및 폴(pol)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네스티드 폴리머라제 연쇄반응(nested-PCR)과 직접 DNA 염기서열 결정 방법으로 재료를 추출하여 계통발생학적 분석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혈장 제공자들과 혈우병 환자들 두 그룹 모두 국내에서만 발견되는 한국형 섭타입 B형(Sub-type B)의 서브크래드(subclade)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혈우병 환자 20명에 대한 HIV-1 전파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응고인자의 정맥주사를 통하여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폴 유전자로부터 얻은 역학적 자료에 의하면 원고 21, 59, 66, 55, 7, 28의 각 염기서열이 위 소외 2의 염기서열 주변으로 강하게 집단을 형성하였고, 원고 1, 37, 51, 13, 43, 5, 11, 32의 각 염기서열이 또 다른 강한 집단을 형성하였다(2007년 논문).
③ BLAST 분석결과 원고 59, 55, 66, 37의 유전자가 위 소외 2의 유전자와 가장 높은 상동성을 나타내었다.
2) 한국형 섭타입 B형(Sub-type B)의 존재
한국형 섭타입 B형(Sub-type B)의 그룹은 동일한 감염원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문제점과 비판적 견해의 내용
을 제33호증, 을 제40호증, 을 제41호증, 을 제42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소외 5의 증언, 당심 법원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수 소외 10의 감정촉탁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비판적인 견해
① 충북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부 미생물학과 교수인 소외 12는 한국형 섭타입 B형(Sub-type B)의 존재에 관하여는 동의하나, 한국형 내 특징적 소집단 형성은 관찰되지 않아 집단 내 분리주들 사이의 인과관계의 설명이 불가능하므로 매혈자와 일부 혈우병 환자 사이에 한국형 집단이라는 이유로 인과관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비판한다(2005년 논문).
② 위 소외 12 교수는 위 소외 6의 2007년 논문에 대하여 “㉮ 위 논문에서는 275개의 nef 유전자서열과 169개의 pol 유전자서열을 대상으로 하였다고 기술되어 있으나, 이보다 훨씬 적은 유전자만을 사용하여 결과를 도출하였고, 위 논문의 그림1에서는 위 소외 2, 위 소외 1, 기타 1인 등 3인의 매혈자를 표시하였으나 그림2에서는 위 소외 2만을 표시하고 표3의 돌연변이분석에서는 그림2에 나타나지 않은 위 소외 1과 혈우병 환자의 관계를 자세히 나타내는 등 자료사용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 2005년 5경 Genbank에 등록되어 있는 국내 분리주의 nef와 pol 유전자서열은 각 422개, 513개인데 위 논문의 그림1에는 47개만을, 그림2에는 49개만을 사용함으로써 객관적인 자료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 위 논문은 계통수를 작성함에 있어 NJ방법(유전자서열들 간의 유사성을 계산하여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가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위 소외 12가 위 NJ방법과 ML방법(가능한 모든 계통수를 그리고 그중에서 가정 적합하다고 하는 것을 제시하는 방법)을 모두 사용하여 분석자료를 위 소외 2의 유전자서열, 위 소외 1의 유전자서열, 위 소외 2와 소외 1의 유전자서열을 대입하여 계통수를 각각 그려보니 소집단을 형성하는 데에 있어 각 사용방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으므로, ㉱ 결론적으로 계통수분석으로 매혈자와 혈우병 환자간의 어떠한 유연관계를 유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③ 목암생명공학연구소 소속 연구위원인 소외 13이 BLAST 분석방법을 이용하여 상동성 조사를 한 결과, 원고 7, 55, 66의 염기서열은 위 소외 2의 염기서열보다 해외 환자와 비 혈우병 환자의 염기서열과 상동성이 더 높게 나타났고, 위 소외 5 교수는 BLAST 프로그램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유사한 유전자를 찾아주려고 하는 편견이 필요한 작업에 사용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2) 문제점 : ①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위 소외 2의 혈액을 원료로 하여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하지 않은 점, ② 위 소외 6 교수의 분석결과에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하여 HIV에 감염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원고 1, 21, 28 등도 포함되어 있는 점, ③ 위 소외 6 교수가 사용한 계통수분석 방법은 검사대상을 늘리고 어떠한 분석방법을 취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점, ④ HIV에 감염된 한국형 섭타입 B형(Sub-type B)의 경우 그 자체로 상당한 상동성을 가지는 점, ⑤ HIV에 감염된 비 혈우병 환자와도 상동성이 발견되는 점, ⑥ BLAST 분석방법은 검사항목을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고, 동일한 혈액을 사용한 분석에서 설정 상태에 따라 값이 달라지며, HIV에 감염된 비 혈우병 환자와도 상동성이 발견되는 점 등이 있다.
(다) 개연성의 정도
앞서 살펴본 역학조사방법에 의할 때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하여 HIV에 감염될 개연성이 가장 높았던 원고 13 및 원고 37의 경우, 위 소외 6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 입증이 가능한지에 관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1) 원고 13의 경우 : 위 소외 6 교수는 원고 13의 염기서열이 원고 1, 37, 51, 43, 5, 11, 32의 각 염기서열과 강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1, 11, 32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 HIV에 감염되었고, 원고 5는 A형 혈우병 환자인 점에서, 위 소외 6 교수의 분자생물학적 연구결과에 의하면, 오히려 원고 13이 위 소외 1의 혈액에 의하여 감염되었을 개연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2) 원고 37의 경우 : 위 소외 6 교수는 원고 37의 염기서열이 원고 1, 13, 51, 43, 5, 11, 32의 각 염기서열과 강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1, 11, 32는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기 전에 HIV에 감염되었고, 원고 5는 A형 혈우병 환자인 점, 위 소외 6 교수가 이용하는 BLAST 분석결과에 의하면 원고 37의 유전자가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에 사용된 적이 없는 위 소외 2의 유전자와 가장 높은 상동성을 나타내는 점 등에서, 위 소외 6 교수의 분자생물학적 연구결과는 마찬가지로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한 HIV의 감염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자료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3) 보존 혈액에 대한 감정의 필요성 존부
원고들은, 위 소외 6 교수가 1991년 및 1992년에 위 소외 2와 소외 1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정식 감정절차를 통하여 위 소외 2와 소외 1의 혈액과 감염 원고들의 혈액에 있는 바이러스의 동일성 여부를 검사하면 감염 원고들이 위 소외 2와 소외 1의 혈액을 원료로 사용하여 제조한 이 사건 혈액제제로 인하여 감염되었음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 소외 6 교수는 2007. 11. 29. 이 사건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위 소외 2와 소외 1의 혈액을 원액 상태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위 양인으로부터 1991년에 채취한 혈청과 위 소외 2로부터 1999. 2.경에 채취한 임파구세포만을 보관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혈청에는 DNA가 검출되지 아니하므로 유전자분석을 할 수 없는 점, AIDS 환자의 경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유전자구조가 급격하게 변하므로 1999. 2.경에 채취한 위 소외 2의 임파구세포로는 감염 원고들과의 유전자의 동일성을 비교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점, 위 소외 6 교수조차도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혈청과 임파구세포만으로는 다시 감정을 실시하더라도 자신이 분석한 분자생물학적 연과 결과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시인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소 결
앞서 본 분자생물학적 분석 결과와 함께 감염 원고들에 대한 HIV 감염 발견 경위, 감염추정시기 및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경위 등과 같은 역학적 조사결과를 경험칙에 비추어 종합·검토하여 볼 때, 피고 녹십자홀딩스가 제조·공급한 이 사건 혈액제제 또는 옥타비로 인하여 감염 원고들에게 HIV 감염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달리 이러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나. 설명의무위반 여부
원고들은, 혈우병 치료를 위한 혈액제제로 인한 AIDS 감염의 위험성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세계 각국에서의 감염 사례로 인하여 이미 수혈로 인한 AIDS 감염의 위험성보다도 그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의학계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으므로, 이 사건 혈액제제를 제조·판매하는 피고 녹십자홀딩스와 위 제제를 투여하는 피고 녹십자홀딩스 산하 법인인 혈우재단 의료진으로서는 이를 투여받는 환자들인 원고들에게 이와 같은 위험성을 반드시 설명하여 줄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 녹십자홀딩스는 자신들이 설립한 혈우재단에 등록된 원고들에게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하면서 이로 인한 HIV에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혈액제제를 투여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자기결정권의 행사를 방해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감염 원고들의 HIV 감염과 이 사건 혈액제제의 투여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의 개입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역시 피고 녹십자홀딩스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녹십자홀딩스와 각자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는 피고 녹십자홀딩스에 의하여 1999. 12. 10. 설립되고 1999. 12. 16.경 그 영업 중 혈액제제 부분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와 시설을 양수받아 혈액제제의 제조 및 유통 등의 영업을 하여 오다가 2003. 12. 31. 주식회사 녹십자피비엠에 합병되었고, 주식회사 녹십자피비엠은 2004. 9. 30. 주식회사 녹십자상아에 합병되었으며, 주식회사 녹십자상아는 2004. 10. 4. 그 상호를 주식회사 녹십자로 변경한 사실, 감염 원고들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시기는 1991. 2. 21.경부터 1994. 7. 25.경까지인 사실은 앞에서 본 것과 같은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감염 이후 피고 녹십자홀딩스에 의하여 설립된 피고 녹십자피디 주식회사로서는 HIV에 오염된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으므로,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가 피고 녹십자홀딩스의 영업 중 혈액제제 부분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양수받음으로써 손해배상채무 또한 인수함으로 인하여 책임을 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게 이 사건 혈액제제의 제조 및 공급에 과실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청구는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원고 43, 44, 45, 46, 47과 피고 녹십자홀딩스 사이의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 녹십자홀딩스의 항소를 받아들여 위 판결을 취소하고 이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43, 44, 45, 46, 47의 피고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결과적으로 원고 43, 44, 45, 46, 47의 피고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원고 43, 44, 45, 46, 47과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 사이의 판결 및 원고 43, 44, 45, 46, 47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의 판결은 각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 43, 44, 45, 46, 47의 피고 주식회사 녹십자에 대한 항소와 원고 43, 44, 45, 46, 47을 제외한 원고들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제1 원고들 목록, 제3 훽나인 제조 및 국검일자 현황표, 제4 감염원고들 관련내용표 생략)]
판사 곽종훈(재판장) 최석문 김상우